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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연구소는 지난 11월 29일~30일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며 활동하고 있는 경북 봉화와 충남 대전, 충북 괴산의 마을을 방문하였습니다. 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활동과 의미, 그리고 지역의 고민들을 총 5회에 걸쳐 독자에게 전합니다.[기자말]
2022년 2월, 20대 대통령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갑자기 유명해진 단어가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 힘 후보에게 "RE100(알이백)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물었고, 윤석열 후보는 "RE100이 뭐죠"라고 답을 했다. 재생에너지 100%라는 추가 설명을 듣고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도 RE100이 무엇인지에서부터, 정말 가능하지 않은 것인지까지 다양한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재생에너지는 '전 정권의 흔적'이 진하게 남은 분야가 되었고, 태양광의 '태'자도 꺼내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말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100%는 불가능한 일일지 궁금증을 안고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주조'로 향했다.

지역의 물과 쌀, 에너지를 사용하는 막걸리가 있다
 
신탄진주조와 영업용 전기차
 신탄진주조와 영업용 전기차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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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탄진주조 공장 입구에서는 전기차가 충전 중이었고,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양조장을 총괄하고 있는 유석헌 신탄진주조 본부장은 "막걸리 생산에 드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를 구입해서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업용 차를 전기차로 바꿨다"고 했다.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위치한 신탄진주조는 2001년 설립되어 우리쌀을 이용하여 집안 대대로 내려온 전통주를 상품화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전통 청주를 되살리고 있다. 지금의 공장 부지로 옮긴 지는 8년 정도 되었는데, '에너지전환해유' 협동조합 양흥모 이사장을 만나면서 재생에너지, 지역에너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이전부터 유석헌 본부장의 아버지인 유황철 대표는 '해양쓰레기 뉴스에 우리 막걸리가 플라스틱병으로 나오면 얼마나 창피하겠냐'는 말을 하면서 친환경 라벨을 사용하고 유리병으로의 전환을 시도해 왔다고 한다. 기후가 변해서 습해지면 막걸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누룩의 상태가 안 좋아지는 점도 기후변화, 더 나아가 에너지 전환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신탄진주조는 에너지전환해유의 도움을 받아 2020 대덕구 RE100캠페인 1호기업으로 참여했다. RE100을 실현하기 위해서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를 직접 구매한 것인데, REC는 정부가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발급하는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 인증서다. 직접 생산하는 대신,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들이 생산한 태양광·풍력 등 전기를 사오는 것이다. 

신탄진주조가 사용할 전력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REC를 구매한다. 전기요금에 추가로 REC를 구매하기 때문에 전기료가 비싸지만 만족한다고 한다. 유 본부장은 "이전보다 생산 비용은 증가했지만 우리 같은 작은 회사도 RE100을 이렇게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생산 비용은 올랐지만, 술 가격은 그대로다. 재생에너지 사용 비용을 소비자에게 바로 부담 지우는 대신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다.

그래서 추가로 도입한 것이 옥상 태양광이다. 두 달 전에 옥상에 태양광을 50kW 용량을 설치해 한 달 전기 사용량의 5분의 1인 6천 킬로와트시를 태양광으로 자가생산하고 있다. 앞으로는 구매해야 할 REC가 줄어들어서 비용을 더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 본부장은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옥상 태양광도 산업통상부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지원사업 지원을 받아서 자부담은 2000만 원밖에 안 들었는데, 앞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려면 "중소기업 중 RE100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이든 R&D 자금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처럼 대부분의 기업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신탄진주조 상품 중 하타, 단상지교 두 가지는 대청댐 근교 현도면 상관리에서 생산되는 지역 농산물을 계약 재배해 사용하고 있다. 그야말로 금강의 물로 재배한 쌀과, 지역의 햇빛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해 막걸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미호동 사과, 딸기, 복숭아를 착즙한 막걸리도 생산하고, 인근 임대아파트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할 계획이니, '지역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탄소중립의 종합상사를 꿈꾸는 협동조합

전통과 기품이 느껴지는 지역 중소기업을 설득해서 로컬푸드와 연결해 로컬에너지를 만드는 기업으로 전환시킨 데는 앞서 언급된 사회적협동조합인 '에너지전환해유'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에너지전환해유'는 충청도 사투리를 사용한 친근한 이름처럼 에너지 전환이나 탄소중립이 딱딱하고 어려운 정책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에너지전환해유'의 사무실은 대덕구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건물에 있었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고향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공판장'에 2050 탄소중립의 목표를 담은 '넷제로'라니, 시간과 공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느낌이다.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미호동 넷제로 공판장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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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장은 원래 과거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인근에 있어서 경호를 위한 파출소로 쓰이던 건물이었다. 청남대 개방 이후 파출소가 철거됐고, 공판장으로 개장했으나 활성화되지는 못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이 이 마을에서 에너지 교육 등을 시행하면서 공판장을 눈여겨 보았다가, 주민들을 설득해 임대료를 내고 사용하고 있다. 2021년 리모델링을 거쳐 1층에는 무포장 가게가, 2층에는 넷제로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 무포장 가게에서는 RE100으로 생산한 신탄진주조의 막걸리와 청주를 팔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협동조합이 직접 디자인한 RE100 라벨링을 별도로 붙여 판매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해유'를 소개하는 양흥모 이사장은 "햇빛발전소, 교육, 연구사업을 하고 있는 탄소중립의 종합상사를 꿈꾸는 협동조합"이라고 했다. 환경단체인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에너지기업인 신성이앤에스가 공동으로 협동조합을 창립한 이곳은 종합상사답게 시공 발전사 운용, 전력 거래, 관련 부가 서비스를 다양한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또, 교육 후 미호동 마을에서 채식식사를 하고 마을 투어까지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해유'의 체계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프로그램은 이미 전국에 소문이 났다. 강원도, 제주 등에서 찾아 온 유료 교육 인원만 연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로 100% 자립하는 마을을 꿈꾼다

에너지전환해유의 힘은 주민과 지역과의 협업에 있다. 대덕구 미호동은 대청호에 접해 있기 때문에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축사나 산업시설이 없고 지형적으로도 대청댐과 대청호에 둘러싸여서 섬과 같기 때문에 에너지자립마을 실험에 최적지다.

100여 가구가 있는 이곳에서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산자부 등에서 주도하는 주민주도형 마을단위 RE50+ 달성을 위한 마이크로그리드 연계 사업인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마을 내 태양광, 태양열, 지열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립률 5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곳의 대형발전소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서 소규모 자가발전을 통해 전력을 사용하도록 하려는 사업이다. 현재, 미호동의 약 100가구 중 70%가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했다. 참여하는 68가구가 하루에 3.5시간씩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한다고 하면 약 952kWh로 4인 가구 3~4개월 전기사용량에 달한다. 

주민들이 처음부터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태양광에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많았다. 마을에너지 학교, 마을 에너지 레인저 선발, 에너지자립마을 이야기 발간, 마을 에너지위원회 신설 등 다양한 활동이 없었다면 지금의 미호동은 불가능했다.

에너지 마을 주민학교를 시작할 때는 꼭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이 과정이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요소를 소통하고 설득하는 데 중요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이 직접 마을에너지 상담사, 에너지투어 가이드, 에너지 검침원, 햇빛발전 선생님 역할을 하면서 약간의 활동비도 받고 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다른 지역의 시민들에게 70대 주민이 '위너지'(신성ENG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에 나온 자신의 집 에너지 자립률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나는 이렇게 에너지를 생산하고 절약하는 사람이오'라고 말하는 곳이다. 주민들은 역시 전기요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태양광 설치를 상당한 혜택으로 여긴다. 

한 기업이나 가구가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 RE100을 이루는 것은 이루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양흥모 이사장은 "코로나 이후 그동안 전통적으로 전환의 공동체로 얘기되던 곳과 다르게 에너지 자립 마을의 새로운 사례로 미호동을 꼽히고 있다. 주민과 행정, 전문단체, 기업이 어우러져서 참여와 협력의 키워드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에너지 전환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는 에너지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같은 정책도 핵심 역량의 유무, 대상지의 특성, 정책 수립의 시기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재생에너지보다 핵발전이 장려되는 시기, 정부나 지자체가 태양광에 무관심한 시기에, 지역에너지를 매개로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설득하고 소통하는 사람들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에너지전환해유의 남은순 사무국장은 요즘 대전시내 술집을 다니면서 신탄진주조의 RE100술을 '영업'한다고 한다. 

탄소중립은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닥칠 일'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으로 와 있다. 탄소중립은 나중으로 미뤄도 될 일이 아니다. 에너지 자립 마을을 꿈꾸는 미호동의 행보에 계속 관심을 두게 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고이지선씨는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입니다.


태그:#미호동넷제로공판장, #에너지전환, #에너지전환해유, #대덕구미호동, #에너지자립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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