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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죽곡산 지역.
 도로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죽곡산 지역.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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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곡산에 약 500미 구간의 도로건설을 강행한 대구 달성군.
 죽곡산에 약 500미 구간의 도로건설을 강행한 대구 달성군.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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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이 청동기·삼국시대 유적이 산재해 있는 달성군 죽곡리 죽곡산에서 문화재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를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달성군은 한 시민의 문제제기에 뒤늦게 부랴부랴 지표조사에 나섰다. 

21일 달성군 건설과 담당 주무관과 통화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문제의 도로공사는 지난 11월 14일 서류상 착공에 들어갔고 11월 말 실제 토건 공사가 시작됐다. 그후 이 지역 주민인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 <한국 식물 생태 보감> 저자)가 지난 12월 8일 전자민원을 넣어서 문화재 지표조사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건설과에서는 해당 민원을 접수해 관광과 등에 문의한 결과 지표조사를 해야 하는 지역으로 확인했고, 곧바로 공사를 중지했다. 그리고 18일부터 지표조사에 들어갔다. 달성군 측에 따르면, 지표조사는 1월 14일까지 약 한 달가량 진행된다고 한다.

이 지역은 선사시대 유적 등이 곳곳에 산재한 곳으로 공사를 하려면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지표조사도 없이 달성군이 공사를 강행한 것에 대해, 달성군 담당자도 "행정상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낙동강과 금호강 두물머리, 선조들의 발자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아래 사전)에 따르면, 이곳 죽곡산 일대는 '달성 죽곡리 유적(達城 竹谷里 遺蹟)'이라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

사전은 이 유적을 "대구광역시 달성군 다사면에 있는 삼국시대 돌무지무덤 · 돌방무덤 등이 발굴된 무덤군"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유적이 "낙동강 동안에 인접한 죽곡리 죽곡산 일대에 밀집 분포하고 있"으며 "죽곡산 정상에는 8부 능선을 따라 동서가 긴 타원형의 형태로 축조된 삼국시대의 죽곡산성이 있다. 이 산성의 동남 사면 일대에 고분이 다수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달성죽곡리유적시굴조사보고'(대구대학교박물관, 1994)에 기반한 설명이다.

지난 2013년 한신 휴 플러스 아파트 부지 조사 과정에서도 '대구 죽곡 한신 휴 플러스 공동주택부지내 유적'이 시발굴된 적도 있다. 이 유적은 '달성 죽곡리 산40 유적'으로 공식 기록돼 있으며, 죽곡산(해발 195.8m)의 동쪽 능선과 사면에 위치하며 기존에 알려진 죽곡리 고분군Ⅱ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발굴조사에서는 삼국시대의 봉토분 5기·석곽묘 12기·석곽옹관묘 6기·석개토광묘 1기, 조선시대의 봉토분 1기·주거지 1기·매납유구 1기, 시대미상의 토광묘 1기 등 28기의 유구가 조사되고, 965건 1426점의 유물이 출토되어 보고서에 모두 수록되었다.
 
좌로 보이는 금호강과 우로 보이는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에 들어선 죽곡산은 그 입지 때문에 땅이 비옥해 선사인들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자리잡아 살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좌로 보이는 금호강과 우로 보이는 낙동강이 만나는 합수부에 들어선 죽곡산은 그 입지 때문에 땅이 비옥해 선사인들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자리잡아 살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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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죽곡산 일대는 삼국시대 유적이 곳곳에 분포해 있을 정도로 산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 터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삼국시대 이전 선사시대부터 이 일대는 사람이 정주한 핵심 거처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김종원 박사는 "이 일대를 이루는 죽곡산이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바로 그 접면에 위치해 있어서 선사 정주민들이 가뭄이 들면 비를 부르는 기우제를 지내는 등 이 죽곡산에서 여러 제의를 연 흔적이 있"다며, "이 산을 기반으로 선사인들이 삶을 영위해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원 박사는 그 증거로 죽곡산 일대에서 발견되는 '윷판형 암각화를' 든다. 이 윷판형 암각화는 죽곡산 8부 능선 바윗돌에서 여럿 발견되는데 이 윷판 유적이 바로 청동기시대 선사인들이 기우제 등의 제의를 지낸 증거란 걸 고고학계의 여러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죽곡산 탐방에서 둘러본 '윷판 암각화'
 지난 5월 죽곡산 탐방에서 둘러본 '윷판 암각화'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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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판 모양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윷판 암각화. 기우제 등의 제의 장소로 쓰였다 추정된다.
 윷판 모양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윷판 암각화. 기우제 등의 제의 장소로 쓰였다 추정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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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난 6월 김종원 박사를 따라 이 일대를 둘러보고 쓴 기사(금호강 두물머리 죽곡산엔 선사인이 새긴 윳놀이판이 있다)를 보면, 이 윷판 유적에 대한 김종원 박사의 설명이 수록돼 있다. 그 설명을 다시 불러오면 이렇다.

"청동기 시대는 이 근방에 농사를 많이 했던 시대다. 그래서 낙동강과 금호강이 마주치는 두물머리 근방은 비옥한 토양이다. 어떤 의미에서 대구에서는 가장 일찍이 문명이 꽃폈던 중심 중에 한 곳이다, 물이 가까이 있으니까. 기도처이기도 했다. 가뭄 들 때 비 내려달라는 기도, 집안에 또 길흉화사가 있을 때 편안하게 해달라는 기도, 그리고 평화와 화복과 안녕을 비는 그런 산인 거다. 우리 지역에서 가장 신성하고 정신적으로 의지처가 되는 곳이 이곳이다."
 
죽곡산에서 김종원 박사가 발견한 토기 파편.
 죽곡산에서 김종원 박사가 발견한 토기 파편.
ⓒ 김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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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 박사는 죽곡산 탐방 길에서 토기 파편 하나를 발견했다면서 흥분에 찬 목소리로 "토기 파편에는 하늘, 구름, 강, 땅을 뜻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이는 신석기 정착농경시대부터 물을 간절히 기원하는 인류 공통의 고대 문양사에 잇닿은 증거 무늬이고, 낙동강과 금호강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죽곡산이 낳은 인류문화유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죽곡산 일대는 삼국시대는 물론 청동기시대 유적을 비롯하여 선사인들의 유물과 유적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따라서 이 일대를 개발할 때는 문화재 지표조사를 하고, 신중히 개발해야 한다는 게 김종원 박사의 의견이다. 

그런데 대구 달성군이 500여 미터에 이르는 폭 12미터의 도로를 닦으면서 지표조사도 없이 공사를 벌여 논란이 일었다. 달성군이 뒤늦게 부랴부랴 지표조사에 나서긴 했지만, 그 조사가 공사를 위한 명분이 되어선 안 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철저한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곳에 도로공사라니... 너무 안타깝다"
 
죽곡산 모암봉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금호강 두물머리인 달성습지가 아름답게 조망된다.
 죽곡산 모암봉에서 바라본 낙동강과 금호강 두물머리인 달성습지가 아름답게 조망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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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종원 박사는 '이곳에 도로를 건설할 것이 아니라 선사인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제안하기도 했다. 

"이곳 죽곡산과 현재 달성공원으로 잘못 일컬어지는 달성토성이 대구에서 가장 중요한 유적터로서 대구 정신의 주춧돌 공간들이다. 대구시나 달성군이 죽곡산 일대를 제대로 시발굴하지 않은 채 기껏 도로건설이나 하고 있으니 너무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이곳에 차량들이 마구 드나드는 도로 건설보다는 산책길 정도로 조성해서 우리 후손들이 선사인들의 향기를 만끽하는 선사시대 이야기 길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선사인들의 발자취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죽곡산에 문화재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가 강행됐다.
 선사인들의 발자취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죽곡산에 문화재 지표조사도 없이 도로공사가 강행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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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구잡이 개발보다는 적절한 관리가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 달성군의 실사구시적이고도 미래전략적인 안목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낙동강과 금호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지난 15년간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대구달성군, #문화재지표조사, #낙동강금호강두물머리, #죽곡산, #윷판암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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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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