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눈가를 만지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1992년 11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여관에서 애인 이모양을 살해한 혐의로 당시 현직 경관(순경)이었던 김아무개씨가 구속 기소되었다.

당시 김씨는 검찰과 경찰의 일곱 차례에 걸친 수사과정과 법원의 재판과정에서도 "이양과 투숙한 것은 사실이나 새벽 7시쯤 혼자 여관을 나섰으며 이양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검찰과 경찰에서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경찰관에 대한 예우를 내세우며 지능적이고 치밀하게 김씨에게 자백을 강요했다. 영장을 발부 받을 때까지 서울 관악 경찰서와 서울청 강력과에 김씨를 6일 동안 불법구금을 하면서 경찰은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검찰의 김홍일 검사, 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범인으로 몰린 김 경관의 무죄항변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폭행치사로 신청된 영장을 오히려 살인죄로 한 단계 더 높여 놓았다.(경향신문 1993.12.11.)

결국 김씨는 살인죄로 1,2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유죄선고에 항의하는 김씨 가족들에게 "기록을 검토한 결과 유쇠심증이 가니 유죄를 선고하는 것"이라며 가족들에 대한 감치명령 발동해 경고하기도 했다.(경향신문 1993.12.11.)

김씨는 결국 살인죄로 복역 중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고 감옥에서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1993년 12월 이 사건의 진짜 범인 서모군이 본인의 살인행위를 자백함으로써 1993년 12월 26일, 김씨는 결국 누명을 벗고 석방되었다. 그는 애인을 잃은 슬픔을 애도할 시간과 여유도 없이 오히려 살인자로 몰려 1년 여간 옥살이를 한 것이 너무나 억울하고 기가 막혔다.

결국 이 사건은 지난 1994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되어 서울고등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그 후 19994년 4월 14일 선고된 파면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도 김씨는 승소했다.(한겨레 1994.4.15.).

석방된 김씨는 불법감금 및 고문과 폭행,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수사경찰관 11명과 당시 주임검사 및 서울지검 김홍일 검사를 고소했다. 이 김홍일 검사가 지금 방통위 위원장 후보자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대검 감찰부(부장 안강민)는 담당 검사 김홍일의 업무상 과오가 드러날 경우 문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한겨레 1998.12.18.). 당시 대검 강력부(부장 심재륜)는 '김OO 사건을 계기로 본 강력사건의 수사상 문제점과 대책'이라는 책자를 발간, 검찰의 과오를 시인했다. 그러나 안강민 대검 감찰부는 담당검사의 업무상 과오에 대해 제대로 문책하지 않았다.

김씨가 당시 조사과정에서 폭행당했다고 고소한 경찰관 11명과 담당검사 중 경찰관 3명이 직권남용 및 독직폭행 등 혐의로 서울지검 형사1부에 의해 불구속기소된 것은 공소시효(5년) 만료를 하루 앞둔 1997년 11월 27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당시 담당 검사였던 서울지검 검사 김홍일을 무혐의 처리했다(동아일보 1997.11.28.).

당시 주임검사 김홍일은 고문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김씨의 결백주장을 묵살했다. 그리고 불법으로 채증 된 증거에 의하여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인권을 유린하고 직무유기의 죄악을 범하였다.

그런데 그런 김홍일씨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지금 방송통신위 위원장을 후보자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것이다. 김홍일씨는 검사 시절 또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에게 강압수사를 받아온 10대 청년의 불법 구금을 방조하고 별건 수사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는 지적이 최근에 나왔다. 지금 피해자 측은 경찰과 김홍일 후보자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나는 몇 사람의 인생을 한때 치기어린 공명심과 권력욕으로 도륙냈던 김홍일 후보자는 지금 근신하고 속죄해야지 방통위 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너무나 부적절 한 행위라고 평가한다. 김홍일 후보자 측은 위의 화성연쇄살인사건 진실화해위 결정 내용과 관련해 "당시 적법하게 수사지휘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홍일 후보자는 기억을 내세우지 말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남의 인생을 파괴했던 일을 양심에 따라 되돌아 보고나서 다시 공직에 대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 더불어 과거 사건을 조작하여 인권을 유린하고 직무유기의 죄악을 저지른 검사였던 김홍일씨가 방통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고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확신한다.

태그:#김홍일, #김순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