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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가 지난해 인구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전국에서 다섯 번째 특례시가 될 예정이다. 이는 화성시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산업과 인프라를 발전시키고, 동탄신도시 등 택지개발과 함께 인구 유입을 촉진하면서 이룬 성과다. 규모나 삶의 질 면에서 화성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도시가 됐다. 

화성시의 인구 증가와 도시화는 환경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산업과 주택의 수도권 집중은 한반도의 에너지 수급 불균형을 심화하고 생태위기와 기후위기를 가속한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과거 멧돼지와 고라니, 삵을 위시한 야생동물들의 집이었다.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는 과거 숲과 초지, 논과 밭 그린벨트였고,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그린카본이었다.  

기후변화는 화성시에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 가뭄, 홍수, 감염병 등의 재난과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화성시민의 삶의 질과 지역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비도시 지역(농어촌)은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를 크게 체감하고 있으며, 도시민은 더 많이 에어컨을 켜고 에너지를 소비한다. 화성시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지속가능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생태 보전과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생태보전과 탄소중립,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전략이 있다. 바로 탄소흡수원의 보전이다. 여기 특별히 보전해야 할, 대표적이고 독특하며 대규모 탄소흡수원 생태계가 있다. '연안습지', 즉 갯벌과 배후습지다. '화성습지'가 대표적이다(필자 주: 화성습지란 매향리갯벌과 화성호, 화옹지구 일대를 말한다).

연안습지 보전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습지는 우리 인간에게 홍수 조절, 오염물질 정화, 생물다양성 보존, 블루카본 저장 등의 생태학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관광, 농수산물 생산, 환경교육 등의 경제적 가치도 갖고 있다. 연안습지의 가치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생물다양성'과 '블루카본 생태계'이다. 

먼저 생물다양성 측면을 살펴본다.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7월 판결문을 통해 "한국의갯벌이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화성과 인천, 아산 갯벌 등 9개 요소를 2026년까지 '한국의갯벌' 세계자연유산에 추가로 등재하라고 권고했다. 화성습지와 갯벌을 보호하는 것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지구상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다.

둘째로 블루카본 생태계 측면을 뜯어보자. 화성습지는 거대한 탄소흡수원이다. 그린카본과 블루카본 덩어리다. 산림과 같은 녹지가 흡수하는 탄소는 그린카본,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블루카본이라 일컫는다. 탄소흡수원을 잘 보전하고 관리·복원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는 일과 더불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특히 블루카본의 탄소 흡수 속도는 그린카본 대비 최대 50배가 빠르다. 지난 2013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보고서의 온실가스 부문에서 '맹그로브숲, 염습지, 잘피림' 등 세 가지를 블루카본 탄소감축원으로 인정했다. 

화성습지를 보전하는 것은 블루카본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김종성 교수는 "우리나라 갯벌에는 저서미세조류(단세포식물)가 산다.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상당한 탄소를 흡수한다. 우리 연구팀은 한국 갯벌이 약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최소 26만t에서 최대 48만t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흡수하고 있음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2021년부터 국제사회에 알려 왔다. 머지않아 갯벌은 블루카본으로 공식 인정받을 것이다. 

화성시는 습지의 보전을 위해 다음과 같은 행동을 취해야 한다. 화성습지를 위시해 화성시 내 습지의 현황과 가치를 계속 조사하고,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고 관리한다. 습지보전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을 강화하고, 습지보전의 사회적 가치를 인식하고 홍보한다. 습지보전에 참여하는 주민과, 시민, NGO, 기관·단체, 기업 등에게 인센티브나 지역화폐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습지보전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한다. 정부(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 등)의 화성습지 한국의 갯벌 세계자연유산 2단계 등재를 위해 노력한다. 

자연을 보호하면 지역이 발전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 화성습지를 보전하는 대명제가 바로 생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대응하는 가치로운 해법이다. 이제 단순히 '경제와 성장'을 자랑하는 시대는 지났다.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이고 환경, 사회, 경제가 조화롭고 지속가능한지를 중요시하며, 생태와 평화, 인권 및 젠더 감수성은 물론 '인간외동물'의 권리(동물권)와 AI의 인권까지 논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간다.

2024년 새해, 우리 화성시가 성장에 감사하되 섬세하게 서로를 돌아보며 건강한 지속가능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화성시와 시민이 함께 습지보전과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 화성시가 지금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애쓴 화성시의 공직자와 시민, 곧 나의 이웃·동료들께 박수를 드린다. 갑진년 새해도 잘 부탁드린다.

정한철 화성습지유네스코세계유산등재추천시민서포터즈 집행위원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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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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