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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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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더 이상의 죽음과 피해를 막으라고 명령했다. 

ICJ는 26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제소한 판결에서 6개 항목의 임시 조치 결정을 내렸다.

ICJ는 제노사이드협약(CPPCG)에 따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살해와 심각한 신체 및 정신적 피해를 방지할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또한 이스라엘에 자국 군대가 집단학살을 저지르지 않도록 보장하고 대량학살의 직접적이고 공개적 선동을 방지하고 처벌하라고 했다. 그리고 집단학살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보전할 것도 덧붙였다. 

이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상황 개선을 요구하면서 이 명령을 따르기 위해 취한 모든 조치를 보고서로 제출하라고 했다. 

이스라엘 "스스로 방어할 권리 있어" 반발 

조앤 도너휴 ICJ 소장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집단학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인정한다"라며 "가자지구 분쟁의 모든 당사자는 국제인도법의 구속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이는 ICJ에 재판 관할권이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앞서 남아공은 ICJ에 제출한 소장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라며 9개 항목의 임시 조치를 요청했다.

그러나 ICJ는 남아공이 가장 먼저 제시한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작전 즉각 중단'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 참여한 ICJ 패널 판사 17명에는 이스라엘 출신 판사 아하론 바라크도 참여했다. 그는 "집단학살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확신한다"면서도 선동 방지와 인도적 상황 개선 등 2개 항목의 임시조치에는 찬성했다. 

다만 유엔 사법기구인 ICJ의 명령은 강제로 집행할 방법이 없어 이스라엘이 이를 따를지는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즉각 반박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ICJ 결정이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권리를 부정하려는 사악한 요구는 유대 국가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로 거부한다"라면서 "우리는 국가를 방어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ICJ가 즉각적인 군사 작전 중단은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스라엘의 권리를 뺏으려는 요구를 거부한 것은 정당하다"라고 환영했다.

하마스 "이스라엘 범죄 폭로하는데 중요"

반면에 남아공의 날레디 판도르 외무장관은 "ICJ가 군사작전 중단을 명령에 포함하지 않은 것에 실망하지 않는다"라며 "다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휴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ICJ 명령이 이뤄지려면 즉각적인 휴전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휴전 없이는 명령이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고위 관리 사미 아부 주흐리는 "ICJ 결정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저지른 범죄를 폭로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리야드 알말리키 외무장관도 "ICJ 판사들은 사실과 법률에 근거해 평가했고, 인류애와 국제법에 찬성하여 판결을 내렸다"라며 "이스라엘에 내린 명령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수십 년간의 점령, 박탈, 박해, 차별 등 이스라엘의 뿌리 깊은 범죄와 불처벌의 관행을 깨뜨린다"라며 "모든 국가가 이스라엘이 명령을 준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의 전시 행위에 대한 압도적인 비난이며,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에 불공정하다며 보이콧해왔으나, 이번에는 고위 법관을 파견하며 이례적으로 대응했다"라면서 "이번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한편, CNN방송은 "ICJ는 제소를 기각해달라는 이스라엘의 요구를 거부했고, 남아공이 요구한 즉각적인 군사작전 중단도 명령하지 않았다"라며 "양측 모두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팔레스타인 활동가 모하메드 엘쿠르드는 "ICJ가 가장 중요한 요청을 거부했다"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멈출 때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계속 항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I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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