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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마을 골목을 장식한 작품들. ⓒ 성낙선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양림역사문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을에 있는 것치고는 상당히 많은 예술 전시관들이 들어서 있다. 미술관을 비롯해, 갤러리형 카페들까지 포함하면 그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다가 앞서 다녀온 전통 가옥과 외국인 선교사 사택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난다. 그 건물들 또한 사람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예술 작품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마을에서는 전시관들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란다.
 
양림역사문화마을, 한희원 미술관 가는 골목길. ⓒ 성낙선
 
시간이 차고 넘치면 모를까, 그 많은 예술전시관 중에 어디를 먼저 가봐야 할지 결정하는 것도 큰일이다. 고심 끝에 한희원미술관, 양림미술관, 이이남스튜디오 등을 찾아간다. 이 전시관들이 양림역사문화마을이 문화를 향유하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이들 전시관을 관람한 뒤에는 동네 전체가 전시관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 속 마을, '펭귄마을'을 돌아본다. 펭귄마을은 이름도 특이하지만, 그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그보다 더 별나다. 그 외에도 양림역사문화마을에는 다양한 형태의 전시관들이 존재한다.

그중에 갤러리고철, 최씨공방늘, 515갤러리, 이강하미술관 등이 있다. 양림동역사문화에서는 또 매년 4월과 6월 사이에 '양림골목비엔날레'가 열린다. 마을이 온통 하나가 돼서, 한바탕 예술 축제를 벌인다. 이때는 더욱더 풍성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한희원 미술관 마당에서 바라본 대문. 양림역사문화마을. ⓒ 성낙선
 
한희원미술관

한희원미술관은 작은 미술관이다. 얼핏 보면, 미술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외관이 여느 동네에 흔히 있는 보통 주택과 똑같다.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어서 구분이 더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전시 중인 작품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미술관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한희원미술관은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다. 한옥의 내부 구조를 살려 미술관으로 되살렸다. 미술관 바닥에 생뚱맞게 넓적한 돌 하나가 누워 있다. 한옥을 지을 당시에 놓은 주춧돌이란다. 그런데 이 돌이 그냥 예삿돌로 보이지 않는다. 작품이 실내에만 걸려 있는 것도 아니다. 마당과 벽에도 두루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대문도 예사롭지 않다. 대문을 어느 건축 현장에서 가져왔을 녹슨 철제 비계발판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작품의 영역을 대문으로까지 확장했다. 어쩐지 그 대문에서도 예술의 향기가 난다. 이 대문은 미술관의 문턱을 한없이 낮추는 역할도 한다.
 
한희원 미술관 실내 전시 작품들. 양림역사문화마을. ⓒ 성낙선
 
한희원은 '존재와 시간의 문제를 작품의 주제로 삼고 시각적 조형 언어로 구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강한 터치'와 '두꺼운 질감'이 특징이다. 그 터치와 질감이 광주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를 닮았다. 미술관 대문에서마저 작가의 그런 예술관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희원은 작품 활동 초기인 1970년대 이후 '시사성이 담긴 주제나 민초들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화폭으로 표현'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시적인 사유를 통한 풍경을 그리며 삶의 위로와 감성을 북돋우는 작품'들을 주로 제작했다.

한희원은 광주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특히 양림동에서 태어나 양림동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양림동을 예술가의 마을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희원 미술관은 개인 미술관이면서도 관람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이이남 스튜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양림역사문화마을. ⓒ 성낙선
 
이이남 스튜디오

한희원 미술관을 나온 뒤에는 이이남 스튜디오를 찾아간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미디어아티스트인 이이남의 남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곳이다. 그 독특한 작품들에 매료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 광주에서 급부상 중인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꼽힌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창작 스튜디오'와 '미디어아트 뮤지엄(M.A.M)', 그리고 '카페'로 구성돼 있다. 이이남 작가는 조각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미디어아티스트로 이름을 알렸다. 그런 이유로 스튜디오에 조각품부터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는 그림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서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자연의 현상과 삶의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낸 명화들을 차용하여, 생동감과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화려한 디지털 이미지 속에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양림역사문화마을, 이이남스튜디오. 전시중인 미디어아트, <고전회화 해피니스>. ⓒ 성낙선

스튜디오로 들어서면, 8폭 한국화로 구성된 디지털 병풍 <고전회화 해피니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당시, 회담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집에 전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 남과 북이 평화와 화합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디지털 병풍이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일종의 갤러리카페다.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시관을 둘러보고 작품을 감상하려면, 먼저 입구에서 음료수를 한 잔 주문해야 한다. 음료수 값이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전시관 관람료를 감안하면 그 정도 값은 충분히 지불할 만하다.

이이남 스튜디오에서 미디어아트 한 편을 감상하는 데 보통 3~4분 정도 걸린다. 작품 전체를 감상하는 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전시관 곳곳에 의자와 탁자가 놓여 있다. 이이남 스튜디오는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양림역사문화마을, 양림미술관. ⓒ 성낙선
 
양림미술관

양림미술관은 사직공원 전망타워 가는 길에 있다. 이 미술관은 지자체에서 지역 작가들의 활발한 작품 활동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광주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주로 지역 작가 초대전이 열린다.

지난 1월 17일부터 1월 28일까지는 '너의 빛으로 물들어가고'라는 제목으로 김민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양림미술관의 경우, 쉬는 날이 잦은 편이다. 휴관일이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그리고 법정 공휴일이다. 가기 전에 휴관일이 언제인지 잘 살펴야 한다.
 
펭귄마을 펭귄언덕. 어느 건물 지붕 위를 장식한 펭귄들. 쓰고 난 가스통을 활용해서 만들었다. 양림역사문화마을. ⓒ 성낙선

펭귄마을

펭귄마을은 특이한 마을이다. 마을 이름부터가 남다르다. 그 이름은 애초 이 마을의 텃밭 이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누군가 그 텃밭에 이름을 짓다가, 마을의 한 노인이 불편하게 걷는 모습을 보고는 펭귄을 떠올리고 펭귄텃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그 이름이 사람들 입에 돌고 돌아 나중에는 마을 이름으로까지 발전한다. 그러면서 아예 펭귄이 마을의 공예거리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를 잡는다. 지금은 펭귄마을의 공예거리 어디를 가도 뒤뚱거리며 돌아다니는 귀여운 펭귄을 볼 수 있다.

펭귄마을 공예거리는 '1970년대 이후 노후한 마을에 거주하던 어르신 4~5명이 고철 작품 등으로 (마을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마을이 만들어진 배경 역시 특이하다. 이 마을 주민들이 공예품을 만들어 팔면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제공한다.
 
양림역사문화마을, 펭귄마을 공예거리. ⓒ 성낙선
 
마을을 이리저리 펭귄처럼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지만, 펭귄마을은 마을 전체가 전시관이다. 골목마다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 작품들이 넘치고 넘쳐 집 담장을 넘어와 골목을 거의 빈틈없이 장식하고 있다. 주민들은 심지어 어느 집 담벼락의 갈라진 틈을 가리고 메우는 데도 작품을 사용했다.

펭귄마을을 보고 있으면, 예술의 쓸모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물건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그 물건이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쓰레기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술이 꼭 특정 전시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양림역사문화마을. 사직공원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광주 시내. 그 너머로 멀리 정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무등산이 보인다. ⓒ 성낙선
 
태그:#양림역사문화마을, #한희원미술관, #이이남스튜디오, #펭귄마을, #양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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