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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오송참사 진조위의 1차 조사결과 중 참사 발생으로 이어진 이틀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으며,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합니다.[편집자말]
지난 1월 31일 오송 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이하 오송참사 진조위)는 '7·15 오송참사 원인 조사 결과 발표 1차 보고회'를 열었다.

오송참사 진조위는 지난 해인 2023년 12월 20일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가 검찰 수사 결과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구성되었다. 필자도 함께 위원으로 참여한 오송참사 진조위에는 기관들의 협조가 없었다. 필요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고 증언도 듣지 못했다.

대신 언론에 파편적으로 나온 사실과 주장들, 시·도 의원들의 의회활동 자료들, 일부만 제공된 정보공개자료, 주민의 증언만이 주어졌다. 국무총리 산하로 권한을 가지고 구성되었던 김용균 특조위가 현장조사할 때도 회사측이 모든 자료를 내놓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진실 찾기는 언제나 힘들다.

오송참사 진조위는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넝쿨의 뿌리를 찾아가듯 파고파고 들어가야 했다. 1차 보고회 자리는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드러내고, 확인된 문제는 분명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1월 31일 오송참사 진조위가 마련한 '오송참사 사고 원인조사 1차 보고회'
▲ 오송참사 진조위 1차보고 기자회견 지난 1월 31일 오송참사 진조위가 마련한 '오송참사 사고 원인조사 1차 보고회'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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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당일에만 가두지 않는 조사

오송참사 진조위는 참사 당일의 상황이 발생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고 판단했다. 참사 당일의 조치에만 시선을 가두면 조치 행동을 해야했던 실무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고, 그 개인을 처벌하면 되는 문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처벌받은 개인은 있지만 참사를 만든 구조는 아무런 조치도 없이 유지된다. 이후에는 사회적 안전을 담당하는 역할은 기피 업무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처벌은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의 하나이며, 책임을 묻는 방식의 하나가 될 때 의미가 있다. 행동해야 할 책임,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할 책임, 평상시 관리 감독을 포함한 안전업무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만들 책임 등 관련자들의 위치와 권한에 따라 책임의 양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법적 처벌은 행동하지 않은 책임만 묻고 있다. 행동할 수 없는 조건이나 구조를 만든 책임은 묻지 않는다. 애초 규정이 허술했다면 처벌을 피해가고, 규정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만을 기준으로 처벌되기도 한다.

그래서는 참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어쩔 수 없이 참사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언제나 있다. 그 기회가 무엇이었고 왜 그 기회를 놓쳤는지, 만들어진 규정이 안전을 위한 유일한 기준일 수는 없기에 그 또한 함께 검토해야 한다.

참사 당일의 부실한 대응은 중요한 원인

참사 하루 전날부터 미호강은 홍수주의보가 내려졌고 주민의 신고도 있었다. 참사 당일 새벽에 미호강은 홍수 경보로 바뀌고 계획 홍수위에 도달했으며 주민과 담당자의 신고도 있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 체계적으로 조속한 대응을 하기 위해 지자체들은 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재대본)를 구성한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의 비상단계발령과 재대본 구성 시기는 각자의 판에 따라 진행되었다. 밀접하게 논의하여 결정하는 과정은 확인되지 않는다.

재대본은 재빨리 구성했지만 두 재대본은 소통하지 않는다. 미호강에 대한 홍수주의보, 경보 상황에도 두 재대본은 현장 점검을 하지 않았다. 정보의 종합관리, 일상과 다른 체계의 통합운영, 위기에 대한 대응시스템 구축이 재대본의 역할이라면 충북도도 청주시도 실패했다.

홍수 경보와 계획 홍수위 도달의 정보를 전달받고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기만 한다. 정보의 의미조차 모르는 재대본이 무슨 판단과 결정을 하겠는가.

금강홍수통제소는 계획 홍수위 도달이라는 결정적 정보를 청주시 구청으로만 연락해주었고, 결정적 정보는 청주시에서 더 확산되지도 공유되지도 않았고, 대피와 조치가 없었다.

게다가 재대본과 유관 활동을 하는 경찰, 소방본부는 미호강 제방 밑에 물이 새고 있다는 신고, 미호강이 범람한다는 신고, 궁평지하차도 교통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를 모두 무시했다. 마지막 미호강 제방 범람 신고를 받은 소방본부가 출동했지만 청주시나 구청과는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재난안전통신망이 있는지, 사용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오송참사 진상조사위 1차보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
▲ 오송참사 진상조사위 1차보고회 중 일부 오송참사 진상조사위 1차보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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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진상조사위 1차보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
▲ 오송참사 진상조사위 1차보고회 발표자료 중 일부 오송참사 진상조사위 1차보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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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 무지, 단절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심각성을 알지 못해 침수 우려 취약도로로 지정된 궁평2지하차도를 방치했다. 충북도는 바퀴가 중간쯤 잠기는 50cm 기준이 안 돼서 통제하지 않았다고 하고 청주시는 내 담당 구역이 아니라고 했다. 차량 통제의 기준은 하천 수위에 따라서도 마련되어 있고 호우 경보시 상황 관리를 하도록 되어 있지만 충북도는 소극적으로 해석했고, 청주시 관내이고 청주시민이 다니는 길이며 다른 지하차도는 규정상 충북도 관할이라도 관리했는데 유독 궁평2지하차도만 관리담당이 아니라고 한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시스템은 대중교통체계를 안전하지 않게 만들었고, 747버스가 그날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낳았다.

2023년 7월 15일에 일어난 참사는 형식적인 재대본, 소통되지 않는 유관기관들, 위험요소에 대한 관리와 감독의 부재, 책임소재에만 치중한 행정, 기관 내부적으로도 제한된 정보소통, 일상체계와 다를 바 없는 재난대응시스템, 위험신고 무시, 위험신호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몰이해 등이 낳은 결과다.

충북도, 청주시, 경찰, 소방본부, 금강유역환경청(홍수통제소)이 각자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지 않은 결과가 오송참사이다.

이제부터라도 바꿔내야 한다. 오송참사는 충청북도에만, 청주시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어느 곳에서라도 어디에서라도 일어날 수 있다. 오송참사를 기억해 현재를 바꿔내는 노력을 시작하자.

덧붙이는 글 | 권미정 기자는 김용균재단 운영위원장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권미정, #오송참사, #오송참사진조위, #재난안전대책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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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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