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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을 보도하는 미 CNN방송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을 보도하는 미 CNN방송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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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반정부 운동을 이끌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7)가 감에서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16일(현지시각)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을 마친 후 몸 상태가 나빠졌고, 거의 즉시 의식을 잃었다"라며 "의료진이 응급조치했지만 나발니의 사망을 확인했으며 절차에 따라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 성명을 내고 "나발니의 사망은 충격적(shocking)"이라며 "사인에 대해 완전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투명한 조사를 바라고 있다"라고 밝혔다.

푸틴 비판하며 끊임없이 탄압·테러 당해

나발니는 정치 블로그를 만들어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반부패재단을 창설하는 등 반정부 운동을 이끌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에 출마해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2015년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던 또 다른 야권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가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러시아 야권은 나발니로 뭉치게 됐다.

나발니는 끊임없는 탄압과 암살 시도를 당했다. 2017년 모스크바에서 괴한이 뿌린 약물에 오른쪽 눈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2020년에는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 나발니는 독일로 긴급 이송돼 치료받은 끝에 겨우 회복하면서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검사 결과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이 검출되면서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러시아 정부는 강하게 부인했다.

건강을 되찾은 나발니는 대담하게 2021년 1월 러시아로 귀국했으나, 공항에 도착 직후 체포됐다. 그는 2014년에 기소됐던 사기죄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복역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3월 횡령과 법정모독 혐의로 징역 9년, 같은 해 8월에도 극단주의 선동 혐의로 징역 19년을 추가로 선고받아 총 30년 이상의 징역형을 살고 있었다.

미 CNN방송은 "나발니는 맹렬한 푸틴 비판자(a fierce Putin critic)"라며 "2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였다"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탁월한 정치인이었다"라며 "감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던 나발니가 사망하면서 러시아 야권은 확실한 지도자를 잃게 됐다"라고 전했다. 

서방 사회 "나발니 죽음, 푸틴이 책임져야"

나발니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큰 이상이 없었고, 푸틴 대통령이 출마를 선언한 러시아 대선(3월 15∼17일)을 한 달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국제사회는 또다시 암살 의혹을 제기하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옌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모든 사실을 규명해야 하며 러시아는 그의 죽음에 대한 모든 질문에 답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깊은 슬픔과 혼란을 느낀다"라며 "무엇보다 분명한 점은 러시아가 점점 더 권위주의적 세력이 되어가고 있으며, 오랫동안 야권을 탄압해 왔다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민의 반대 의견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없다"라며 "독재에 용기 있게 맞서는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지키는 투쟁을 위해 함께 단결하자"라고 촉구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나발니는 민주주의, 자유, 러시아 국민을 위한 강력한 투사였다"라며 "그의 사망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민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을 어떻게 탄압하는지를 실제로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나발니의 죽음은 살인"이라고 규정하면서 나발니가 지내던 교도소의 혹독한 환경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푸틴, 끔찍한 범죄" vs 러 "용납 못해"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을 보도하는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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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나발니 사망 소식을 듣고 격분했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등 다른 나라 국민을 공격할 뿐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도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나발니는 푸틴 정권이 저지른 모든 나쁜 일에 용감하게 맞섰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그를 독살하려고 했고, 체포했으며, 조작된 혐의로 기소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감옥에서도 진실을 옹호하는 강력한 목소리였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가 암살됐냐는 질문에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발니의 죽음이 푸틴 대통령과 그의 깡패들이 한 행동의 결과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발니는 안전하게 망명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감옥에 가거나 살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러시아로 돌아갔다"라며 "그는 자신의 조국인 러시아를 너무 사랑하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나토 동맹국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권유하겠다고 전직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해야 한다"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이날 독일 뮌헨안보회의 참석 중이던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연설에 나서 "그들(푸틴 정권)이 내 조국, 내 가족, 내 남편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며 "그날이 곧 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제사회가 푸틴 정권에 맞서야 한다"라며 "우리 모두 단결해서 이 악의 세력에 대항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망 원인에 관한 정보가 아직 없는데 성명이 나오고 있다"라며 "이는 완전히 광기에 가깝고, 우리는 그러한 성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맞섰다.

러시아 외무부도 별도의 성명에서 "(서방 국가들은) 무차별적인 비난 대신 자제력을 보이면서 의학적 검사의 공식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그:#나발니, #푸틴,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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