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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인들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가자 주민들에게 발포해 최소 1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24년 2월 29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카말 에드완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이스라엘과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인들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가자 주민들에게 발포해 최소 11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24년 2월 29일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아의 카말 에드완 병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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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든 주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100명 넘게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외신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이스라엘군 탱크 접근했고, 곧이어 수천 명의 주민이 트럭으로 몰려들며 가까이 다가오자 이스라엘군이 사람들을 향해 발포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최소 112명이 사망했으며, 760여 명이 부상했다고 집계하면서 "이번 사태는 학살(massacre)"이라고 규정했다. 

이스라엘군 "발포 있었다"... 하마스 "협상 실패하면 책임져야" 

병원에서 총상 치료를 받고 있던 한 가자지구 주민 카멜 아부 나헬은 AP통신에 "지난 두 달간 동물 사료만 먹고 지냈다"라며 "음식을 배급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한밤중에 구호품 트럭이 있는 곳으로 달려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트럭에서 밀가루와 통조림 상자를 끌어내자 이스라엘군이 총격을 가했고, 사람들은 흩어지고 일부는 차 밑에 숨었다"라며 "총격이 멈춘 후 사람들은 다시 트럭에 갔으나 군인들이 또 총격을 가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해당 지역에서 발포는 없었다"라면서 "다만 사람들이 구호품 트럭에 몰려들다 서로를 밀치면서 수십 명이 다쳤다"라며 당시항공 촬영된 당시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군 소식통은 "일부 사람들이 구호 업무를 조정하던 이스라엘군에게 다가와 위협을 가했고, 이 때문에 발포했다"라고 인정했다. 

결국 이스라엘군은 "초동 조사 결과 가자지구 주민들이 가까이 접근해 공포탄으로 경고 사격을 한 뒤 다리를 조준해 발포했다"라며 "이스라엘군의 총탄에 맞은 사람은 10명 안팎에 불과하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 군인들이 총을 쏘긴 했으나 위협을 느껴 경고사격을 한 것일 뿐"이라며 "우리는 도움을 구하러온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아비 하이만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도 "구호품 트럭 운전기사가 군중을 향해 차를 몰아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명백한 비극이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확실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은 우리 주민의 희생을 대가로 삼지 않는다"라며 "만약 협상이 실패한다면 책임은 이스라엘이 지게 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도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기다리던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추악한 학살을 규탄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혹'... 백악관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해야" 
 
이스라엘군(IDF)이 공개한 구호품 트럭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몰려드는 영상
 이스라엘군(IDF)이 공개한 구호품 트럭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몰려드는 영상
ⓒ I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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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미국은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발포에 대한 입장을 묻자 "현재 확인하는 중"이라고 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상반되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라며 "아직 정확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 같다"라면서도 "봄이 영원하기를 바란다. 해당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통화했다"라고 거듭 낙관론을 폈다.

앞서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본다고 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도 월요일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는 희망을 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애도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애쓰는 가자지구의 심각한 인도주의 상황을 인정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잠재적인 임시 휴전을 포함해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 지원을 확대하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우리는 이를 위해 밤낮으로 계속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도 "이번 사태로 100명 넘게 숨졌다는 보고를 받고 경악했다"라며 "5개월 가까이 잔혹한 적대 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가자지구는 지금도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숨진 사람들까지 합하면 전쟁이 발발한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의 전체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섰다"라며 "가자지구에서 무서운 속도로 생명이 고갈되고 있다"라고 양측의 휴전을 촉구했다.

 

태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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