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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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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의 마지막 국정연설을 통해 본격적인 재선 도전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미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가진 1시간 8분간의 연례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며 오는 11월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3년 전 1월 6일 역사는 남북전쟁 이후 민주주의에 가장 큰 위협을 지켜봤다"라며 "하지만 그들은 실패했고 여기 있는 사람들 일부는 그날의 진실을 묻어버리려 한다"라고 2021년 의사당 폭동 사건을 꺼냈다.

이어 "수많은 도시와 마을에서 미국인들은 가장 위대한 컴백 스토리를 쓰고 있다"라며 "미국의 컴백은 미국인의 미래, 중산층으로부터의 경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경제를 만들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약점으로 꼽히는 고령 논란에 대해서도 "미국이 직면한 이슈는 우리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느냐가 아니라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늙었느냐"라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내가 나이가 되면 정직, 품격, 존중, 평등 등 더 명확해지는 것이 있다"라며 "나는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너무 어리다'는 말과 '너무 늙었다'는 말을 들었으나, 나이가 많든 적든 무엇이 지속되는지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자증세' 약속한 바이든... 트럼프와 '세금 대결'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15%인 법인세 최저세율을 21%로 인상하겠다며 '부자 증세' 카드를 내놓았다. 그러면서 "내 목표는 대기업과 부유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정당한 몫을 지불하게 만들어 연방 적자를 3조 달러(약 3985조 원) 더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집에서 이 연설을 보고 있는 여러분 중 세금 제도가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묻자, 청중석에 있던 한 참석자는 "아니요"라고 소리치며 답하기도 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에는 미국의 상위 기업 55개가 연방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라며 "지금은 내가 만든 법 덕분에 최소 15%를 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로 경제를 일으키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어 이번 대선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보수 우위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내게 '선택의 권리'를 지지하는 의회를 만들어 준다면 나는 '로 대 웨이드'를 이 땅의 법률로서 회복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이민자들이 조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나는 이민자들을 악마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들의 가족 구성원을 떼어 놓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임자와는 달리 나는 미국인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우리는 옛것과 새것에서 끌어내는 마음과 영혼을 가진 세계 유일의 국가"라며 "미국은 수천 년 동안 이곳에 살았던 아메리카 원주민의 고향이자 세계 모든 곳에서 온 사람들의 고향"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임시 항구 만들어 지원 늘려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자유와 민주주의가 세계에서 공격받고 있다"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지원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한 "내 전임자(트럼프 전 대통령)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하면서 러시아의 지도자에게 머리를 조아렸다"라며 "나는 푸틴에게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이 의회에서 막혀있다"라며 "우리는 푸틴에 대항해야 한다고 의회에 말하겠다"라고 촉구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확정된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권리가 있다"라면서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에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임시 항구를 건설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를 통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의 양을 엄청나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도적 지원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고 이스라엘 측에 못 박았다. 

또한 "이스라엘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방법은 다른 것이 없다"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거듭 주장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도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을 원하는 것이지 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고 있으며,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나는 태평양에서 인도, 호주, 일본, 한국, 도서국 등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활성화했다"라면서 "나는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의 무기에 사용될 수 없도록 확실히 막았다"라고 내세웠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 국정연설에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나 때는 전쟁 없었다" 실시간 반박 

바이든 대통령과 대선에서 재격돌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딴지'를 걸었다. 

그는 "푸틴은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내 임기인) 4년 동안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나토가 강력해진 것은 내 덕분"이라며 "내가 나토 회원국들에 돈을 내도록 했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의회에 난입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폭도'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그들은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대선을 조작당했을 뿐"이라며 자신이 패한 지난 대선 결과가 사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한 자신을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에 참석한 것을 놓고 "페인은 자동차 노동자들을 팔아넘겼다"라며 "3년 안에 모든 전기차가 중국에서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도 캐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존슨 의장은 연설 전 공화당 의원들에게 야유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우리는 정부를 존중해야 한다"라면서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하는 거의 모든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바이든, #국정연설, #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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