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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중고 거래를 자주 하는 편이다. 주로 당O마켓이나 중고OO 어플을 이용하여 물건을 사거나 판매를 한다. 거래 품목은 샴푸나 비누같은 생필품부터 노트북같은 전자기기까지 다양하다.

갖고 싶지만 새 걸로 구입하기엔 부담스러운 고가의 물건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 최근엔 전부터 갖고 싶었던 몽O랑 반지갑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입했다. 지금도 만족하며 잘 쓰고 있다. 당O마켓은 직거래를 위주로 하고 중고OO는 지역이 넓기에 택배로 사고 싶은 물건을 사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한다.

내가 중고거래를 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평소에 필요한 물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생활에 꼭 필요하지 않아도 구매를 하는데 그 이유는 제품에 대한 호기심과 사용자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다. 평소에 관심 있던 제품을 중고로 구매 했다가 사용을 한 후 소유할 필요가 없으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를 한다.

인기를 실감했던 맥북 판매 글
 
이 사진은 참고용으로 기사에 나온 맥북과는 다른 제품이다.
▲ 중고맥북 이 사진은 참고용으로 기사에 나온 맥북과는 다른 제품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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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애플맥북에 관심이 생겼다. 노트북을 두 대 사용하고 있지만 애플맥북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달 전쯤 당O마켓에서 중고맥북프로 2017을 500,000원에 구입했다. 묵직하고 단단한 느낌이 좋았다. 화면도 선명했다.

그렇게 맥북을 구입하고 2주 정도 사용을 했다. 처음엔 새로운 운영체제를 배우는 게 신기했고 또 성능도 좋고 무엇보다 속도가 매우 빨랐다. 하지만 맥북을 사용을 할수록 불편한 부분이 생겼다. 영화를 보려고 해도 맥북 전용 어플을 설치해야 했다. 

고심 끝에 재판매 하기로 했다. 맥북을 처음 구입보다 3만 원 저렴한 470,000원에 당O마켓에 판매글을 올렸다. 금방 팔릴 거란 예상과는 달리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구매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판매글에 관심 있다는 '찜'만 늘었다. 어쩌다 오는 구매 문자엔 말도 안 되게 낮은 가격을 불렀다. 
             
중고물품을 어플에 올리면 대부분 1~2주 안에 거래가 된다. 당근O켓에 맥북 판매 글을 올린 지 2주가 지났다. 여전히 판매 문의가 없었다. 그래서 잘 쓰지 않던 중고OO 어플에도 판매글을 올렸다. 중고OO에 판매글을 올리지마자 구매를 희망하는 채팅이 쇄도했다. 제일 먼저 구매 문의를 주신 분과 채팅을 했다.

구매자는 오늘 거래가 가능한지 물었다. 하지만 밤이었고 마침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중이라 오늘은 거래가 어렵고 내일 오전 중으로 가능하다고 답변을 했다. 구매자는 그럼 내일 오전 8시 30분에 오겠다고 했다. 구매자는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나는 맥북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도 여러 사람에게 맥북프로 구매를 희망하는 문자가 계속 왔다. 

"먼저 연락주신 분과 예약중입니다. 거래가 불발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거래자와 예약 중이고 거래가 불발되면 연락드리겠다고 답변을 했다. 그 뒤로도 계속 구매를 희망하는 문자가 왔다. 다음날 잠이 채 깨기도 전인 오전 8시 20분 어제 구매를 희망했던 구매자가 문자를 보냈다.

"오 분 후에 도착할 거예요."

잠이 덜 깬 나는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몽롱한 정신으로 맥북을 들고 약속 장소로 나갔다. 구매자는 외관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전원을 켜서 성능도 확인 하지 않고 먼저 입금을 하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조금 서두르는 듯한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나도 빨리 거래를 완료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구매자는 내가 불러준 계좌에 입금을 했다. 나는 계좌에 적힌 내 이름을 확인하고 구매자에게 맥북을 건네주고 잘 사용하라고 했다.

이런 황당한 실수를

한 달이 넘도록 애먼글면 가지고 있던 맥북을 팔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온 김에 근처 공원에서 산책겸 운동도 했다. 몽롱했던 정신이 맑아졌다. 그리고 집에 와서 다시 행복한 기분으로 입금액을 확인했다.

그런데 입금된 금액이 이상했다. 계좌에는 내가 올린 판매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 입금이 되어 있었다. 판매금액이 460,000원이었는데 260,000원만 입금이 되어 있었다. 나는 바로 구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입금액이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럴 리가요? 어플에 올리신 판매 금액 260,000원 그대로 입금했는데요."
"네? 260,000원이라고요. 아닌데요."
"260,000원 틀림없어요. 확인해 보세요."


나는 황급히 중고나라 어플을 열고 내가 적은 판매 금액을 확인했다. 구매자 말대로 거래금액에 260,000원이 적혀 있었다.
      
중고거래
▲ 맥북프로2017 중고거래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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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뿔싸. 어제 중고OO에 판매 글을 올릴 때 조금 정신이 없었고 또 평소 자주 사용하던 어플이 아니다 보니 판매 금액을 적을 때 460,000원이 아닌 260,000원으로 잘못 적었던 것이다. 하하하 헛 웃음만 났다. 한 번 더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이건 뭐 명백히 내 실수니 다시 물러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저 황망했다. 

중고거래를 하다보면 사기도 많이 당한다고 하는데 이제껏 사기를 당하거나 손해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나의 실수로 황당한 일도 생긴다. 그래도 나의 중고거래는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와 다음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당근마켓, #중고나라, #맥북프로,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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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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