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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대학교 위성사진 .
ⓒ 카카오맵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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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탐라대학교 부지는 제주도가 2016년 416억 원을 들여 매입한 공유지이지만 원래 하원 마을 소유의 '공동 목장'이었다.

하원마을회는 한라산 남쪽에 대학이 없는 걸 아쉬워하며 1995년에 산남지역 교육 발전을 위해 약 31만2217㎡에 달하는 광활한 토지를 헐값에 내줬다. 그 곳에 탐라대학교가 들어섰지만 부실대학으로 전락하며 2011년 폐교했고 학교 법인인 동원교육학원은 수십 배의 차액을 남기고 416억 원에 제주도에 땅을 넘겼다.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용역을 진행하고 도의회 차원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부지 활용방안을 논의해왔고, 이는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취임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오영훈도지사 취임 후 급물살... "명백한 특혜" 비판도

민간 우주산업 육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오영훈 도지사는 2023년 1월 16일 옛탐라대학교 부지에서 신산업 기업 육성 유치 및 핵심기술 연구단지 조성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제주도정은 빠른 속도로 한화시스템과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부지의 학교 용도를 폐기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기존 학교 용도였던 부지를 산업단지로 변모시키기 위해 6억2천만 원의 '(가칭)하원 테크노캠퍼스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공간구조계획) 용역'을 발주했고 동시에 '(가칭)하원 테크노캠퍼스 기본계획 및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지난 2023년 7월 한화시스템은 두 가지 용역이 발주되기도 전에 부지 내 위성공장 신축을 비롯하여 한화우주센터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어 11월에 제주도는 용역 발주와 동시에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열어 한화시스템의 위성공장 신축 행위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해주는 한편 추후 인허가 과정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제주도는 이를 입증하듯 '소방행정 원스톱 119 지원단'을 운영하면서 적극적으로 한화우주센터 건립에 필요한 행정을 지원했다. 이에 대해 김승욱 국민의힘 예비후보(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제주시을)가 "제주한화 우주센터 조성사업에 소방행정 원스톱 119 지원단이 운영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는 주장의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소방행정 원스톱 119 지원단은 첨단산업 관련 공장의 신속한 인허가를 위해 민원 창구를 일원화하고 애로사항을 청취·컨설팅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 외에도 지난 2월 2일 한화그룹 계열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한화호텔) 등이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의 약 121만㎡규모에 달하는 부지에 호텔·리조트·테마파크 등의 대규모 복합 관광단지 조성을 검토하면서 사전 조치로 도시관리계획 사전입지 검토를 제주도에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대해 2월 20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서 정민구 제주특별자치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제주 투자가 연이어 계획·추진되는 것을 두고 "특혜성으로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하원동 산70번지에 위치한 탐라대학교 부지 대부분은 지하수자원특별관리구역이며 1/3 정도가 상대보전지역에 해당한다. 절대보전지역도 일부 포함되어있을 만큼 자연 환경적으로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현재 해당 부지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취지는 환경적 측면에서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한 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사전예방적인 성격을 띠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 개별 공장 신축 행위에 대한 인허가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제도 취지와 어긋나 보인다.

녹색정의당, 공론화 청구 "도민과 소통해 결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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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라대학교활용방안공론화촉구 .
ⓒ 황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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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논란 속에 녹색정의당 제주도당, 제주녹색당, '우주군사화와 로켓발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난 18일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위한 숙의형 정책 청구서'를 900여 명의 청구인 서명지와 함께 제주도에 제출했다. 
  
이들은 청구서를 제출하기 전에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 옛 탐라대부지 활용방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도민과 소통하고 토론하여 결정할 것 ▲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전 위성공장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청구 근거로 삼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는 19세 이상 주민 500명 이상이 공론화를 청구하게 되면 숙의형 정책개발청구심의회를 소집하여 숙의형 정책개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이들은 "제주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정책들이 소수 정치인들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더 많은 보통의 시민들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여 충분히 숙의하고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며 공론화 청구 이유를 밝혔다.

공론화에 오른다면 영리병원, 들불축제에 이어 세번째

2020년 제주연구원은 탐라대 부지 활용 방안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 교육연수연구복합단지 ▲ 문화체육복합단지 ▲ 산업단지 조성 ▲ 제주 제2수목원 조성 등을 제안하면서 정책 제안으로 '대안 추진 시에는 반드시 전문가 및 도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운영 방안 관련 구체적인 마스터플랜 수립이 전제 되어되어야 함' '도민수용성 확보를 위해 사전 설명회 등 개최를 통해 공감대 형성'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제주도에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가 제정된 이후 주민들의 숙의형 정책 청구에 따라 두 차례 공론화가 이뤄진 바 있다. 하나는 2018년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2023년 들불축제 존폐에 대한 공론조사 과정이다.

이번 탐라대부지 활용방안에 대한 공론화 청구가 받아들여진다면 세 번째 숙의형 정책 결정 과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제주녹색당 운영위원장이며 '옛 탐라대학교 부지 활용 방안을 위한 숙의형 정책 청구서' 청구인 중 한명입니다.


태그:#탐라대학교, #오영훈제주도지사, #한화시스템, #공론화, #한화우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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