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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현지시각) 호주동포단체 '호주 촛불행동'은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있는 호주 국회 앞에서 이종섭 대사를 규탄하는 전국 총집합시위를 진행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호주 교민 사회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 심각한 모욕을 느낀다"라며 "이는 윤석열 정부의 해외 동포에 대한 무시와 국제적 망신이라고 간주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이종섭 대사가 사퇴하는 그날까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캐머런 머피 상원의원도 이날 시위에 참여해 "한국정부가 이종섭 대사를 호주에 보낸 이번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인 사회에도 무례한 것"이라며 "호주 사회에서 호주 한인들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종섭 대사를 한국에 머물게 하고, 그 자리에 호주와의 관계에 더 도움이 될 사람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에 호주로 이민 온 한준희 목사는 현지에서 결혼한 뒤 장로회 신학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호주 현지인 목회만 26년째"라는 한 목사는 현재 '시드니 촛불행동' 집행부에서 봉사하고 있다. 다음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종섭 호주 대사 사태'와 관련하여 한 목사와 서면으로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종섭, 도피성 대사 임명... 우리는 끝까지 갈 것"
 
한준희 목사
 한준희 목사
ⓒ 한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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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드니 촛불행동'의 역사와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 하면?

"공식적인 출범일은 지난 2023년 4월 9일이다. 시드니의 진보적 운동 역사는 상당히 길다. 지난 1980년대부터 전두환 정권을 상대로 한 운동이 시작됐고, 그 단체가 이름만 바꾸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시드니 촛불행동'은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이라는 특수목적을 가지고 이 일에 집중하기 위해 따로 만들어진 단체다. 지난 1년간, 7차례에 걸쳐 윤석열 퇴진 집회를 개최했다. 온라인과 다양한 방법으로 행동해 오고 있다."

- '시드니 촛불행동'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종섭씨를 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임명 논란은 기본적으로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대해 국방부장관 또는 그 윗선이 외압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위헌적 범죄 행위가 그 본질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어떠한 사과나 적극적인 수사 협조 없이 다분히 도피성으로 보이는 대사 임명을 했기 때문에 호주동포들이 납득을 못하는 것이다.

'시드니 촛불행동'은 이에 절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종섭씨가 호주에 한국대사직을 가지고 머무는 한 끝까지 반대운동을 하며 다양한 시위와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우리는 이종섭씨가 자진 사퇴하거나 해임이 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다."
 
시드니 촛불행동의 이종섭 규탄 결의문 낭독 (2024.03.24)
 시드니 촛불행동의 이종섭 규탄 결의문 낭독 (2024.03.24)
ⓒ 한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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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캐머런 머피 상원의원이 지난 23일 호주 캔버라 연방의회 앞에서 열린 호주 '촛불행동' 주최 시위에서 "한국이 이종섭 대사를 호주에 보낸 결정은 호주뿐만 아니라 호주 한국인 사회에도 무례한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날 시위의 주요 내용은?

"한국 정부와 호주 정부 모두에 이종섭 대사 임명 결정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는 게 목적이었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 한 참가자는 '호주에서 내줬다고 하는 '아그레망'이 이종섭 대사가 피의자 신분이며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이고 출국 금지까지 내려졌던 사실을 알고도 내줬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고, '만약 모르고 '아그레망'을 줬었다면, 지금은 아는 상태인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도 호주 정부에게 던졌다.

'아그레망'은 특정한 인물을 외교사절로 임명하기 전에 상대접수국에게 이의의 유무에 관한 의사를 조회하는 국제관례상의 제도를 말한다.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미리 방지하기 위하여 파견국은 임명에 앞서 '아그레망(agrément)'의 요청을 선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특정인물이 '만족한 사람(persona grata)'이라고 생각할 때에는 '아그레망'을 부여한다. '아그레망'을 부여한 경우에는 접수국이 그 인물을 외교사절로서 접수할 의무가 생긴다.

파견되어 오는 외교사절이 기피 인물인 경우에는 받아들이는 나라에서는 그 사절의 접수를 거부할 수 있다. 접수를 거부한 때에 일어나게 될 분쟁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 보내는 나라에서는 외교 사절을 임명하기 전에 받아들이는 나라의 의견을 사전에 파악해야 하고, 받아들이는 나라는 이에 대해 동의 여부에 대한 의사를 표방한다."

- 이번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사건에 대한 호주 언론의 반응은 어떤지?

"그동안 국영 방송국인 ABC와 SBS에서 한 번씩 다뤘다. 앞으로 더 후속기사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불과 2년도 안 돼서 한국 수준 급락... 자괴감이 느껴져"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한준희 목사
 예배를 진행하고 있는 한준희 목사
ⓒ 한준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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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동포로서 한국에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을 텐데, 이종섭씨의 주호주 대사 임명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국을 모국으로 두고 있는 입장에서 지난 2년간 많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 불과 2년도 안 돼서 대한민국 수준이 이렇게 급락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일련의 자괴감도 느끼고 있다."

- 지난 24일 호주 시드니 웨스트 라이드 콜스 앞 광장에서 '7차 윤석열 퇴진 시드니 촛불대회'를 열었는데 1차부터 7차까지 대회가 진행되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특별히 달라진 것 없이 일관적으로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외쳐오고 있다. 다만, 중심 주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일 때도 있었고, '5.18 항쟁을 기념'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도 했었다. 6.25전쟁 '종전 선언'에 맞춰서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증가되는 한반도 전쟁 위기 상황을 규탄하기도 했다. 이번엔 '이종섭 대사 규탄'이 중심 주제였다."

- 호주 멜번 '촛불행동'도 오는 30일 멜번 주립 도서관 앞에서 이종섭 대사 규탄대회를 개최할 계획인데 그날 대회의 주요 내용은?

"똑같다. 이종섭 대사를 규탄하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 '한국의 민주주의가 검찰정권으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는 사회 일각의 우려도 있다. 호주 동포입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국의 민주주의와 관련해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언론의 자유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소위 '입틀막 정권' 답게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그 어디에서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인권마저 유린되고 있다. 또한 헌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삼권분립을 대통령이 마음껏 훼손하고 무시하고 다니고 있다.

검찰이라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과 경찰, 군, 국정원, 감사원, 선관위, 이런 민주주의 국가의 주요 단체들이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여러 비위 사실들과 차고 넘치는 범죄 증거 등도 있다고 본다. 어차피 회복시킬 수 있는 의지도 능력도 없으니, 대통령 자리에서 조용히 내려오기만 바랄 뿐이다."
 

* 한준희 목사는
1988년 호주 이민
1990년 결혼
1997년 호주 장로회 신학대학(Presbyterian Theological Centre) 졸업
1999년 Sydney Missionary & Bible College 졸업
1999년부터 현재까지 호주장로교단 소속 교회들에서만 시무
2008년부터 카슬힐 호주 장로교회 담임목사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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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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