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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나와 남편은 같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다. 평일에는 하루 1시간, 주말에는 하루 3시간. 아이들 방에 책상을 갖다 놓고 남편은 어학시험 준비를 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주 마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주 마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 최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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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공부에 집중을 하지 않고 딴짓을 하면 바로 알아채고 주의를 준다. 어제는 큰아이가 한 시간 동안 수학 문제를 단 한 문제도 풀지 못했다. 나는 아이가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주는 남편의 목소리가 약간 흥분되어 있음을 느꼈다.

안다, 그 마음. 남편은 아이를 안타까워하고 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어보려고 끙끙 거렸을 것을 생각하니 나도 안타까웠다. 남편의 말이 끝나자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빠는 네가 못한다고 혼내는 게 아니야. 아빠가 안타까워서 그러신 거야. 수학 문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빨리 푸는 것보다 자기 힘으로 푸는 것이 더 중요해. 네가 전부터 일차방정식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서 물어봐줘. 그럼 엄마랑 아빠가 아는 대로 설명해 줄게. 엄마도 수학을 잘 몰라서 제대로 설명해주지 못했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자 풀어보려고 노력한 것은 잘한 거야."

큰아이는 서러웠는지 아니면 억울했는지 고개를 숙이고 펑펑 울었다.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애썼는데 아빠한테 혼난 것 같아 속상했을 것이다. 남편도 아이를 다그친 것 같아 미안했는지 나를 보며 겸연쩍어했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아이가 공부하다 어려워하면 뭐가 어려운지 물어봐줘요, 친절하게. 우리 아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열심히 애쓰는 모습을 칭찬해 주자."

남편은 나의 의견에 동의했다. 나와 남편은 성실하고 뭐든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자신이 한 실수에 자책도 많이 한다. 늘 잘해야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뒤처질까 봐, 못할까 봐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며 수시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이가 하는 행동을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는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러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더 화를 내고 흥분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주 마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밑바닥, 결핍을 확인하는 것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 버거웠다.

또 다른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괴롭고 내가 겨우 나 같은 아이를 낳았다는 자책감에 힘들었다. 사소한 일 하나에 생각이 과거와 미래를 왔다 갔다 하며 멀리 가버린다. 나의 어린 시절이 소환되고 아이의 미래까지 끌어들인다. 나를 믿고 아이를 믿으면 된다고 스스로 다짐하지만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이성적이기 어렵다. 

남편과 나는 자주 서로에게 답이 없는 질문을 한다. 

"우리 아이들은 커서 어떻게 살게 될까?" 

우리나 잘 살 것이지, 애들 걱정은. 하지만 궁금하다. 나와 남편이 노력했던 결과물이 아이의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좋은 결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결과는 무엇일까.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육아에도 적용되면 좋겠다. 아이를 키우며 나를 돌아보고, 나를 키우는 과정에 대해 스스로 좋은 평가를 해주면 된다. 여기서도 타인의 평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아이와 많은 것을 함께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이 어쩌면 서로에게 좋은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부모와 자식으로 만났지만 자식이 부모를 믿고 따를 수 있는 인생 선배 정도로까지 생각해 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나의 아이가 나를 부모의 '역할'에만 가두지 않고 '노릇'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은 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 조바심 내지 않아야겠다. 부족한 것이 보이면 뭐가 어려운지 친절하게 물어봐주어야겠다. 아이에게 그리고 나에게.

태그:#육아, #공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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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일에 호기심이 많은 여자 사람, 엄마 나이 13살, 교사이지만 지금은 칠레에 살고 있는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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