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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운동 중 재활기구 앞에서 찍었던 사진.
 재활운동 중 재활기구 앞에서 찍었던 사진.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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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만우절. 누군가는 장난을 치며 거짓말하느라 바쁘고, 또 다른 누군가는 홍콩 배우 장국영이 하늘로 떠나 슬퍼하는 이날, 나는 거짓말처럼 하늘로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날이다. 

'아주 오래전 내가 올려다본 그의 어깨는 까마득한 산처럼 높았다. 그는 젊고 정열이 있었고 야심에 불타고 있었다. 나에게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었다.' -신해철 아버지와 나 part-1 중 

그렇게 대중가요의 한 노래 가사처럼, 내겐 엄청나게 강한 산성과도 같던 아버지는 오늘처럼 벚꽃이 만발하던 21년 전 4월 1일 만우절,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매년 아버지를 그리던 나는 작년 2023년 4월 1일 만우절,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당시엔 너무 어지럽고 구토가 심하게 났지만, 나는 그걸 이석증으로 착각했다.

평소 집에 함께 있던 아내는 주말이라서 부산해양대 기숙사에 있는 작은 아들과 하루를 보내고 온다며 집을 나선 상태. 그래서 당시 집에는 오지러움으로 쓰러져서 화장실에서 움직일 수 없던 나를 구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부산에 갔던 아내는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 둘째 아들과 밥만 먹고 헤어져 전주집으로 황급히 돌아왔다고 했다. 아내가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경이었다고. 그러니까 나는 점심시간 경에 쓰러져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화장실에서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거다. 

그렇게 쓰러진 나를 씻기던 아내도 설마 내가 큰 병일까? 의심하며 침대에 나를 눕혀서 간병을 하며 주말을 함께 집에서 보냈다. 골든타임은 이미 의미가 없었고, 월요일이 돼서야 나는 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어지럼증을 치료하기 위해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았다.

남들 보기엔 금방이라도 비틀거리며 곧 쓰러질 듯 보였지만, 난 내 건장한 신체를 믿고 나를 과신했다. 이석증인 줄 알고 이석증을 치료 받으러 병원에 갔던 거다. 

하지만 진료를 보던 의사 선생님께서 내 상태를 보고 놀라 소리를 치며 간호사를 찾는다. 

"ER! ER!!" 

다급하게 응급실 간호사를 불러 나를 응급실로 빨리 보내란다. 당시엔 코로나 시기로 응급실에 가니 코로나 검사를 먼저 하고 결과를 확인 후 내 코에는 산소 공급기가 끼워진다. 

뇌 CT와 MRI를 찍어 보고선, 바로 중증 응급실에 입원되어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나를 이석증이라 믿고 있던 내가 한심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뇌졸중은 대략 한쪽 마비나 감각 장애, 손발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거나 두통과 어지러움 등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이럴 경우 바로 병원을 찾거나 119에 전화하시라). 

앞선 일을 계기로, 나는 한 사람의 무모한 확신이 자칫 잘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그리움을 대물림할 뻔했다

생각만 해도 급박했던 그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는 벌써 1년이 지났다. 아직 할 일이 남아서 살려 주셨나 보다란 말을 하던 의사 선생님께 오늘은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간 재활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으며 모든 감각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결국 후유증이 남아 아직도 투병 중 이기 때문이다. 

이미 오마이뉴스에도 기획 기사로 내 소식을 알렸다(관련 기사: 뇌경색으로 쓰러졌던 저, 3주 뒤 세계 박람회 갑니다 https://omn.kr/27b46 ).

돌아보면 지난 8년간 사물인터넷 기반 제조업 스타트업의 대표로서 지낸 시간보다, 투병 중이던 지난 1년 간 꼭 죽었다 살아난 사람처럼 더 열심히 일을 했던 거 같다.
 
장애진단을 위한 구비서류 목록
 장애진단을 위한 구비서류 목록
ⓒ 최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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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1주년 기념'이라고 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축하를 하는데 나는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기념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일 내가 지금 살아있지 못했다면 이 만우절이 내 가족들에게는 아빠의 기일이 될 뻔했던 날이 되었을 것이다. 심지어 암투병으로 58세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내가 21년 동안 그리워했듯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그리움을 대물림할 뻔했다. 

어제는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이 있었던 부활절이란다. 그 얘길 들으며 나도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예수의 부활과는 나를 비할 바는 전혀 아니겠지만, 그래도 기적과도 같았던 지난 1년이 감사했다. 이 사고는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과거, 살아있음에 그저 감사하지 못하고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피곤함만을 느꼈던 지난날. 하지만 지금 살아있음에 할 수 있는 모든 것들, 그리고 하루하루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이 시간들이 결국 내가 신께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된 듯하다. 

마지막으로 오늘을 작년처럼 내 아버지가 천국에 가신 날로 기념할 수 있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다. 살아있다는 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게는 특별한 1주년을 기사로 이렇게 독자들과 공유하고 축하받을 수 있어 감사한 오늘이다.

태그:#만우절, #장국영, #아버지, #뇌경색, #장애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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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호림(崔虎林) 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위키백과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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