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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표지석.
 경상국립대학교 표지석.
ⓒ 경상국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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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5학년도부터 인문대학 모집단위를 학과별로가 아닌 '광역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 교수회(회장 이상형)가 반대하고 나섰다.
 
경상국립대 인문대 교수회는 4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강행하고 학교 당국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졸속 진행하려 하는 모집단위 광역화에 대해 반대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미래융복합형 인재 양성 명목으로 인문대학의 학과 벽을 허물고 자유전공학부와 무학과를 추진하고 이를 시행하는 대학에 대해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경상국립대는 2025학년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교수회는 교육부에 대해 "일방적인 자율전공제의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자율전공제의 효과에 대한 신뢰할 만한 판단 근거를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대학본부에 대해, 교수회는 "2025년도 실시를 목표로 한 계획을 2026년도 이후로 유예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와 계획을 마련한 후 대학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안)에 대한 경상국립대 인문대학 교수 성명서
 
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 교수 일동은 교육부와 대학본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2025학년도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안)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를 명확히 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
 
교육부는 현재 2024년부터 미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명목으로 학과 간 벽을 허무는 자유전공학부와 무학과를 추진 중이다. 특히 교육부는 이 정책을 국립대학육성사업과 연계시켜 사실상 국립대학에 강제하고 있다. 이에 인문대학 교수회는 올해 1월 교육부의 국립대학육성사업 개편안에 대한 폐지와 대학 구성원 의견 수렴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3월 대학본부는 2025년부터 입학정원의 25%를 자유전공학부와 무학과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대학본부의 계획(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으며, 이후 2차례에 걸친 의견수렴에서 많은 단과대학과 학과들은 대학본부의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안)'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표명했으나, 대학본부의 입장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다. 이 계획은 대학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준비과정이나 논의 없이 다양한 대학과 학과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 중이다.
 
이미 우리 대학은 복수전공, 부전공, 융합전공, 연계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의 제도를 통해 융합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자기 학문의 기초 위에서 학생 스스로 선택권을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아무런 협의를 거치지 않은 모집단위 광역화가 추진된다면, 현재의 대학교육 생태계가 파괴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첫째, 교육부가 추진하는 모집단위 광역화 정책은 비민주적 절차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대학은 지식의 생산과 전달, 그리고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인재 양성의 책임이 있으며, 이를 위해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의 모집단위 광역화 정책은 대학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민주적 절차도 없이 강행되어 대학의 학문적 근간을 허무는 '모집단위 광역화 정책'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둘째, 대학본부가 추진 중에 있는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안)에서 학과와 단과대학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고민과 무학과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진로와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하기 어렵다. 각 단위별로 무학과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한 공감대 형성과 준비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이 부분이 생략된 채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전개되고 있다. 모집단위 광역화 계획은 학문의 다양성을 위협하고 인기순위에 따라 학과를 줄 세우면서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학문의 근간인 기초학문은 효율성의 잣대로 위협받게 되며 존폐기로에 서 있다. 우리 대학은 국가거점국립대학교로서의 위상과 책임에 따라 기초학문과 학문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의무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모집단위 광역화의 높은 비율 수치로 학과의 벽을 부수어 대학을 재편할 수 있다는 구상은 결국 대학의 학문적 위상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며 다양한 사유의 주체인 대학생들의 학습권을 심하게 침해하는 것이고, 조직적 자본주의에 근간한 비민주적 행태이다. 본부가 독단적으로 강행할 사안이 아니라, 교강사를 비롯한 교직원들과 학생들, 즉 대학의 구성원들 모두 알 권리가 있으며, 함께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할 백년지계의 문제이다. 따라서 당장의 지원금을 얻기 위한 과도한 목표를 지양하고, 국가거점국립대학의 위상을 지켜나가기 위한 체계적이고 명확한 계획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이에, 우리 인문대학 교수들은 교육부와 대학본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교육부는 일방적인 자율전공제의 강행을 즉각 중단하고, 자율전공제의 효과에 대한 신뢰할 만한 판단 근거를 제시하라.
 
2. 대학본부는 2025년도 실시를 목표로 한 계획을 2026년도 이후로 유예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충분한 논의와 계획을 마련한 후 대학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라.
 
3. 대학본부는 국가거점국립대학교로서의 위상과 책임을 인식하며 기초학문과 학문의 다양성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
 
2024년 4월 4일. 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 교수회.

태그:#경상국립대학교, #인문대학,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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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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