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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창원대로 1124. 이곳은 한국지엠 창원공장이다. 1991년부터 대우국민차의 이름으로 티코를 최초로 생산했다. 2002년 GM이 인수한 이후에도 다마스, 라보, 마티즈, 스파크 차량의 생산을 이어 갔다. 그동안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차들은 서민과 영세 자영자들에게는 생계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와 같은 역할을 했었다.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현안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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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화려했던 소형차 생산기지는 이제 옛말이 됐다. 지금은 '트랙스 크로스오버'라는 준중형 CUV 한 개 차종만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그 역할이 축소됐다. 하지만 어려운 조건에서도 2509명의 생산직 노동자들은 창원공장의 재도약을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지난 8일, 창원공장 노동자들을 대표하고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을 만났다.
 
현재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개 차종만을 생산하고 있다.
▲ 한국지엠 창원공장 전경 현재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개 차종만을 생산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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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생산할 차량만 26만5000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주문 물량이 들어와서 이번 달부터는 특별 연장근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이 1분에 트랙스 크로스오버 1대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휴무일도 쉬지 못하고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조합원들의 건강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현재의 계획에 의하면 24년, 25년에 각각 26만대를 생산해야 합니다. 당장은 걱정이 없지만, 생산을 검토 중이었던 PHEV(프로그인하이브리드)차량이 GM 본사에 의해 갑자기 취소되면서 조합원들이 걱정이 많습니다. 내연기관 이후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창원공장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회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직진하고 있는 고성 출신 청년

고등학교 때부터 스포츠형 머리 스타일을 변함없이 지켜왔다는 김종수 지회장. 말문을 여는 음성은 높지 않았다. 흐름을 이끌어가는 여유와 차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종수 지회장은 1973년 경남 고성에서 출생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후 마산과 창원으로 나오면서 큰 세상을 만나기 시작했단다. 입사 후 2005년에 결혼해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가 있다고 말했다.
 
차분하게 살아 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차분하게 살아 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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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1996년도에 직업훈련생으로 들어와서 창원공장에서 8개월간 현장실습을 마치고, 4개월간 일본 이와타현에 있는 스즈키 공장에서 자동차 조립을 했었습니다. 이후 1997년 2월 22일, 창원 대우국민차에 정규직으로 채용이 됐습니다. 지나고 보니 시간이 참 빠릅니다. 벌써 입사한 지 27년이 흘렀으니까요."

옥쇄파업, 경청, 고충 해결, 조립부 27년 노동이 그를 있게 하다

그는 현재 2509명 조합원의 삶을 책임지고 있는 지회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소감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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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도에 노동자들이 3일 동안 옥쇄파업을 하면서 노동조합이 설립됐어요. 그 당시에는 사용자 측의 탄압이 심했거든요. 여러 가지 억압에 대해서 좀 벗어나고 싶었어요. 제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기 시작한 건 한일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부터예요. 노동조합 소비조합 부장, 산업안전보건위원 2년, 대의원 7년, 이후 11대 부지회장으로 당선된 후 작년 연말에 지회장에 당선됐어요."

"제가 지회장 후보로 나갈 때 대의원 한 분이 왜 지회장을 하고 싶냐고 물었어요. 저는 지금 현장에선 조직적인 이해관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노동조합 중심으로 단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부들이 조합원 전체를 먼저 걱정하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변을 했어요."

"저는 조립부에서 27년간 일하면서 조합원들의 고충을 많이 해결해 준 것 같고, 선배님이든 후배들이든 어떤 얘기를 할 때는 경청했고, 내 일처럼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지회장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전체를 생각하는 이미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창원공장 안전, 설비, 휴게시설, 물류 시스템은 여전히 불안"

GM 본사는 2018년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한국 철수를 거론하면서 노동조합의 양보(임금, 복지, 단체협약, 대규모 희망퇴직)를 받아냈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100억 원을 받아서 창원공장에 대부분 투자했었다고 언론에 홍보했었다. 그가 느끼는 투자의 결과는 어떠했는지 물었다.
 
창원공장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창원공장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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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공장의 경우, 내면을 보면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남았던 설비(에어컨, 공조기)가 다 들어와 있습니다. 그 현실을 보면서 '정상적인 투자를 했나'라는 의문이 많이 듭니다. 조립공장의 경우, 글로벌 기준에 맞게 최적화된 공장이라고 홍보하는데요. 앞뒤 공정의 작업공간이 너무 짧습니다. 새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동선이 겹치는 데가 많거든요. 냉난방 시설이 설치된 직원들 휴게실조차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작년 하반기부터 신차를 생산한 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어요. 근본적으로 공장 설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장 안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물류시스템이 불안전하다는 겁니다. 공간 협소로 인해 납품 트럭, 지게차, 이동용 트레일러를 배치된 신호수가 조절해도 정상적인 물류 공급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올해 임·단협 핵심, 해고자 복직과 빼앗긴 권리 원상회복"

2023년도 한국지엠의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치인 1조 원 이상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24년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지회장으로서 입장을 물었다.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향후 계획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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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은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서 해고됐된 김재홍 전) 군산지회장, 창원지회 유민 조합원의 복직 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합니다. 작년 임금협상 때 헥터 사장이 해고자 문제 실무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합의를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요."

"2018년 힘없이 빼앗겼던 임금, 단체협약, 후생복지의 원상회복은 모든 조합원의 핵심적인 바람일 겁니다. 창원공장의 경우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장착되고 있는 멕시코산 엔진을 창원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입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이 연간 차량을 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데 동일 엔진을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지부장, 정비부품지회장, 창원지회장 3명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조합원의 공동 이해를 중심으로 단결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GM에서 이렇게 영업이익이 나오고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GM 본사도 불안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중요한 건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통 큰 단결입니다."


"정전 사태 완전한 해결 아냐, 설비 점검하고 시설 투자비 확보해야"

지난 3월 24일부터 일주일간 발생한 창원공장 정전 사태로 손실이 컸다. 지회장에게 복구 후 현재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했다.
 
정전 사태의 문제점을 말하고 있다.
▲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정전 사태의 문제점을 말하고 있다.
ⓒ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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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입사하고 주말 포함해서 7일 동안 공장을 세워본 적은 처음인 것 같거든요. 하루 200∼250억 원의 매출이 감소 됐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창원공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1, 2, 3차 업체까지 포함한다면 엄청난 피해가 아닐까 합니다."

"일단 정상화는 됐지만, 한전과 한국지엠 간의 책임 공방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전소 변압 시설을 새롭게 설비 투자하지 않으면 다시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2∼3개월의 생산이 중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회사 측에 강력하게 근본적인 조치를 요구했습니다."


그는 내년 말까지 창원지회장의 역할을 한 뒤 현장으로 복귀한다. 임기 동안 생각하고 있는 소박한 계획을 물었다.

"내년이면 노동조합 설립 2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옥쇄파업 당시 본관동 앞에서 3일 동안 함께 족구 경기하며, 막걸리 한잔하고, 밥을 해 먹었던 그때의 추억이 새롭습니다. 내년에는 노동조합으로의 단결을 최우선 가치로 뒀던 그때의 정신을 온전히 계승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를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개인적인 욕심보다, 끼리끼리 모인 작은 집단의 사익보다, 노동조합의 본원적 가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솔직히 여러 과정에서 본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원공장 조합원들을 생각하며 지회장으로서의 선택은 하나라고 말했다. 부분이 전체를 압도할 수 없다고, 사익이 공동의 이익에 우선할 수 없다고.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송경동 시인의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이라는 시의 구절이 맴돌았다.
 
"십수 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 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 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태그:#한국지엠, #창원지회, #김종수, #지회장,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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