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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누리집
▲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에 나선 뉴욕시민들 사진출처 :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누리집
ⓒ B.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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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고 그 옆에는 과거 군부대 용지로 쓰다가 민간에 개방된 '거버너스아일랜드'라는 섬이 있다. 맨해튼 남쪽으로 불과 800미터 떨어진 섬인데 면적은 약 70만 제곱미터, 여의도 면적의 1/4 크기의 섬. 뉴욕시는 이 섬을 카지노나 부동산 개발이 아닌 '시민의 섬'으로 개발하여 각종 문화공연과 시민참여 기후대응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이 섬 한 귀퉁이에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넓다랗게 펼쳐져있다. 바로 '바다의 우유'라고 불리우는 굴 껍데기들이다.

'굴 산호초를 복원해 해일막는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2035년까지 10억 개의 살아있는 굴을 복원하는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를 뉴욕시민들이 추진하고 있다. 살아있는 굴을 복원해서 도시를 지킨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궁금했다. 이런 원리였다.

"뉴욕 시민들은 뉴욕 항구의 굴 산호초를 복원하고 있습니다. 굴 산호초는 수백 종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폭풍 피해로부터 우리 도시를 보호하여 큰 파도의 타격을 완화하고 홍수를 줄이며 해안선을 따라 침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누리집)

바닷속에서 굴이 자라나는 '굴 산호초'들은 기후위기에 맞설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굴 산호초들은 굴이 번식할 수록 위로 높아지는 특성이 있기에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좋다. 거센 폭풍과 파도, 홍수로부터 육지를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글라데시 남쪽 쿠투브디아 섬은 지난 2014년부터 굴 산호초로 천연 방파제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 해안 침식이 54%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굴 방파제가 거센 폭풍과 파도, 홍수로부터 육지를 보호해 준 덕분이다." (뉴스펭귄)

한때 세계 최대 굴 소비도시였지만... 

항구도시인 뉴욕은 19세기 세계 최대의 '굴 소비 도시' 였다. 뉴욕항에는 22만 에이커(약 2억6900만 평)에 달하는 천연 굴 산호초가 있었는데 그 수가 너무 많아 배를 대기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한다.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식도락가들을 위한 생굴 요리를 내놓았는데 길거리 노점 간식으로 팔 정도로 흔했고 당시 뉴욕 현지언론 기사에 따르면 뉴요커들은 하루 100만 개가 넘는 굴을 먹어치웠다고 한다.

그런 뉴욕에서 굴 산호초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환경오염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반부터. 과도한 굴 수확과 도시화, 늘어난 오·폐수에 굴 서식지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마침내 1920년대에 뉴욕의 마지막 생굴 양식장이 문을 닫으며 뉴요커들은 더이상 뉴욕산 굴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소멸된 뉴욕산 굴을 되살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14년부터 시민운동으로 시작된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시민들은 굴이 가진 기후대응 및 환경정화기능에 착안해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2014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10억 개의 굴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24년에는 연간 1억 개의 어린 굴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2023년)까지 시의 5개 자치구에 걸쳐 18개의 굴 암초 지역이 복원되었으며, 2015년 레스토랑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복원 노력을 위해 약 60개 레스토랑에서 200만 파운드 이상의 조개 껍질이 수집되었다." (타임, 2023.11.28)

프로젝트 내용은 매우 단순하지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다. 식당에서 굴요리를 먹은 뒤 남은 껍데기를 수거해 여기에 어린 굴을 붙여 다시 바다에 심고, 이를 친환경적으로 키워 천연방파제를 쌓아간다는 거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은 굴 껍데기 수거과정이다.

"레스토랑과 각 가정에서 모은 굴 껍데기를 비바람에 자연 건조되도록 1년 동안 해안가에 널어놓는다. 이후 빈 껍데기에 양식한 굴을 부착한 뒤 철사 바구니에 한가득 담아 썰물 때 바다에 투하한다. 이렇게 2018년까지 약 3000만개 이상의 굴을 복원했다." (중앙일보, 2021.11.28)

식당들은 굴 껍데기 수거에 협조하고,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손님들은 후원 차원에서 협조하는 식당에 가서 굴을 주문해 먹기도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굴 수거함에 쌓인 굴 껍데기들을 수거해 섬에 모은 뒤 1년간 비바람 햇빛에 말리는 작업과 철사 바구니에 굴을 담아 바다에 심는 과정들을 분업형태로 작업한다.

캠페이너들은 2035년까지 뉴욕 항구에 10억 개의 굴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항구 도시의 5개 자치구에 걸쳐 100만 명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매우 체계적으로 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 자원봉사 이벤트는 매달 15일에 홈페이지 게시하고 신청받음
- 프로젝트를 알리는 '홍보대사' 활동 신청
- 굴 건강과 수질환경 모니터링하는 '지역사회과학자' 활동 신청
- 기업 차원의 자원봉사 참여 여행 이벤트 조직 (점심식사 포함)

뉴욕시의 학생만 2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이뤄지는 것은 해수면 상승과 기후위기에 대한 실존적 위협 때문이다.

"뉴욕은 20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 2021년 9월 허리케인 아이다로 큰 홍수가 발생해 수백 명이 죽고, 수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났다. 전문가들은 해안에 굴 암초 등 다른 자연적 장벽이 없어 피해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악명 높은 뉴욕항 수질 개선 효과까지

아직까지 굴 방파제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생굴을 음식용으로 전면 활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뉴욕항의 수질 오염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도 굴 프로젝트의 추동력이 된다. 굴 자체가 수질 개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굴은) 수질 개선도 돕는다. 작은 섬모로 물속 유기물과 미생물을 빨아들인 뒤 깨끗한 물만 내뱉기 때문이다. 이렇게 굴 하나가 하루에 물 약 190ℓ를 정화한다. 또 녹조의 주범인 다량의 질소도 흡수한다. 녹조가 일어나면 수중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을 죽이는데, 굴은 과다한 질소를 흡수해 껍데기에 저장한다. 여기에 새로운 개체가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등 생물 다양성에도 기여한다." (중앙일보)

굴로 천연방파제를 쌓아 해일에 대비하는 도시는 뉴욕만 있는 게 아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고 있는 여러 도시들이 자체적으로 굴을 키우고 있다.

"뉴욕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등 기후위기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저지대 국가인 방글라데시를 비롯해 네덜란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미국 루이지애나주 등이 굴 방파제를 조성하고 있다. (중략) 가까운 일본의 경우 수산부산물 자원화 및 재활용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다." (뉴스펭귄)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도 항구도시, 해양도시들이 많다. 뉴욕의 기후대응에서 가장 탐나는 점은 도시를 지키기 위해 바다생태계 복원에 나서는 과정 자체가 가장 강위력한 기후대응 교육이라는 점이다.

[참고자료]
- 빌리언 오이스터 프로젝트 누리집 https://www.billionoysterproject.org/
- KYLA MANDEL, 'One Oyster at a Time, Restaurants Are Protecting NYC from Climate Change' (Time, 2023.11.28)
- 이민정, '생굴 시킨 손님, 그냥 떠난다…요즘 뉴욕 식당 굴 모으는 이유' (중앙일보, 2021.11.28)
- 남주원, '"껍데기여, 오라!" 골칫거리 굴 껍데기의 대변신' (뉴스펭귄, 2022.3.29)

덧붙이는 글 |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 방송으로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2시간 30분 분량으로 방송되고 있습니다. 을 통해서도 시청,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기후변화, #뉴욕, #굴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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