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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불참했다. 추념사를 대독시켰지만 그 내용마저도 크게 비판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추념식에 불참했을 뿐만 아니라 추념사마저 내지 않았고, 이에 국무총리 명의의 추념사가 낭독됐다. 대통령과 정부가 제주4.3항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매년 '제주4·3항쟁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조합원들은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제주4·3항쟁 당시 학살과 참상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기행을 하고 있다. 필자(이재준, 손진 기자)는 기행에 참여한 조합원의 소감문을 취득해, 지난해 [제주4.3 평화기행]에 이어서 이를 소개하려 한다. - 기자 말

  
수도권지부 4.3평화기행지 중 하나인 정방폭포를 방문한 수도권지부 조직국장과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홍범 씨.
 수도권지부 4.3평화기행지 중 하나인 정방폭포를 방문한 수도권지부 조직국장과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김홍범 씨.
ⓒ 화섬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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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씨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이다.

김씨는 지난 3월 29일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기행단으로서 4.3 평화기념관, 현의합장묘(4.3 위령공원), 송령이 골 희생자 집단 묘지, 정방폭포를 거치는 기행 일정에 참여했다.

김씨는 "제주4.3항쟁은 가슴 한켠을 무겁게 하는 사건이지만, 나에게 이번 기행은 엄숙함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여정이었다"고 기행을 회고했다.

김씨는 "이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이러한 아픔이 있었던 사실에 가슴이 먹먹"했고 "해안가 관광지 명소마다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 돌고 있는 기분에 숙연"해졌다며, "세월이 흘러도 기억해야 할 역사를, 그리고 그속에서 발견한 교훈을 끊임없이 전하는 것이 나의 책임임을 다짐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김씨는 "아모레유니온(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의 간부이자 민주노총의 일원으로 이번 경험이 나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그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고 한다"고 전했다.
 
수도권지부 4.3평화기행지 중 하나인 송령이골 희생자 집단 묘지. 1949년 1월 12일 무장유격대가 의귀국민학교에 수용된 주민들을 구출하고 토벌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학교를 습격했다. 당시 전투에서 사살된 무장유격대의 시신은 몇 개월 동안 학교 뒤편에 버려져 썩어가다가 이 곳 송령이골로 옮겨져 덤불 속에 방치됐다. 2004년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4.3연구소와 현의합장유족회와 더불어 이곳을 벌초하고 푯말을 세우고 천도제를 올렸다.
 수도권지부 4.3평화기행지 중 하나인 송령이골 희생자 집단 묘지. 1949년 1월 12일 무장유격대가 의귀국민학교에 수용된 주민들을 구출하고 토벌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학교를 습격했다. 당시 전투에서 사살된 무장유격대의 시신은 몇 개월 동안 학교 뒤편에 버려져 썩어가다가 이 곳 송령이골로 옮겨져 덤불 속에 방치됐다. 2004년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4.3연구소와 현의합장유족회와 더불어 이곳을 벌초하고 푯말을 세우고 천도제를 올렸다.
ⓒ 화섬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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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송령이골에 세운 푯말.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이 송령이골에 세운 푯말.
ⓒ 화섬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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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기행 다음 날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4.3민중항쟁 76주년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대회'에도 참가했다. 김씨는 "민주노총 산하의 모든 분들의 공감과 유대를 통해 사회 속에서 더 나은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자산이 되었다"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점점 키우고 있는 내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고 대회 참가 소감을 밝혔다.
  
4.3민중항쟁 76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
 4.3민중항쟁 76주년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
ⓒ 화섬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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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속한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는 지난해 9월에 설립됐다. 아모레퍼시픽이 2022년 조직개편 과정에서 기존 팀장들을 팀원으로 대거 강등시켜 퇴사하게 만들고,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직원 160여 명을 대상으로 반강제적인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고용 문제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있었다.

노조는 설립 직후인 지난해 11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회사 임원과 일부 팀장들이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인신공격과 따돌림, 차별, 폭언 등 괴롭힘을 자행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고, 올해 초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인정하며 회사에 시정을 지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을 개발·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설화수, 헤라,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다양한 브랜드가 속해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화학, 섬유, 식품 사업장들을 비롯해 의약품, 폐기물, 가스, ICT, 광물, 문화예술,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 직장내 괴롭힘에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일반사무판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사옥 앞에서 ‘아모레퍼시픽 희망퇴직 강요 직장 내 괴롭힘 노동부 진정 및 책임자 처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 화섬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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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김홍범 씨의 소감문 전문이다.

"아침 일찍 제주도 비행기를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하였다. 제주 4.3항쟁 즈음에서 민주노총 주관으로 전국 노동자대회를 한다고한다. 머리도 식힐겸 대회참석 후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맛집들도 다녀야겠다. 근대 4.3항쟁이 대체 뭐지? 뉴스에서 가끔 이즈음 나오긴 하던데......

늘 바람이 그치지 않는 섬, 제주.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슬픈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는 기행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제주4.3항쟁은 가슴 한켠을 무겁게 하는 사건이지만, 저에게 이번 기행은 엄숙함 속에서도 희망을 바라보게 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제주4.3 평화공원을 걸으며,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었고, 이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이러한 아픔이 있었던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해안가 관광지 명소마다 희생자들의 영혼이 떠 돌고 있는 기분에 숙연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기억해야 할 역사를...

그리고 그속에서 발견한 교훈을 끊임없이 전하는 것이 저의 책임임을 다짐했습니다.

아모레유니온의 간부이자 민주노총의 일원으로 이번 경험이 저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그 가치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고 합니다.

또한, 4.3기행 2일차에 있었던, "제주 4.3민중항쟁 76주년 정신계승 전국 노동자대회"에 참석하여 민주노총 산하의 모든 분들의 공감과 유대를 통해 사회 속에서 더 나은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점점 키우고 있는 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견디고 이겨낸 섬, 제주.

상처 속에서 피어오른 동백꽃을 보며. 제주4.3항쟁의기억과 희망의 메시지를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제주43항쟁, #평화기행, #화섬식품노조, #아모레퍼시픽,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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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세상을 꿈꿉니다. 화섬식품노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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