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교황님, 억울한 저희 눈물을 닦아주세요"

[김영오 / 안산 단원고 고 김유민 양 아버지] "힘이 없어 자식을 잃고 그 한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우리를 구해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하루 앞둔 오늘(13일) 광화문광장.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을 향해 자식을 잃은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김영오 / 안산 단원고 고 김유민 양 아버지] "평화와 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리의 약자를 보살피는 교황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생명보다 귀한 딸을 잃은 애비가 딸의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한 달째 단식중입니다. 이 사건은 저만의 사건이 아닙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적인 세상, 부패하고 무능하며 국민보다 권력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부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입니다. 관심 가져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 주십시오."

세월호 참사로 남동생을 잃은 천주교 신자 박보나씨는 남동생과 함께 성당에 가던 기억을 떠올리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교황이 나서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박보나 / 안산 단원고 고 박성호 군 누나] "아직도 우리 성호가 저를 부르던 목소리가, 같이 성당에 가던 시간들이, 교황 성하의 방문을 같이 기다리던 그 시간들이 생생히 제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이런 고통의 시간을 겪는 건 저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낮은 곳으로 한없이 내려오시는 교황님 낮은 사람들을 사랑하시는 교황님 억울한 저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저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우리 아이들의 진실을 꼭 밝혀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생명 존중과 안전한 사회라는 가톨릭의 가치를 언급하며 이를 위해 광화문광장에서 교황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병권 /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 "우리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함께 하고자 하시는 교황님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심, 대통령과의 대화가 2,000미터 앞에서 가로막힌 광화문에서 교황님, 가톨릭 신자들, 국민들과 함께 하며 우리의 뜻을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방한이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가톨릭의 가치, 인류보편의 가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편, 오늘 유가족들과 시민 40여 명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했지만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습니다.

약자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서민적인 교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됩니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김석준입니다.

(영상 취재·편집 - 송규호 기자)

| 2014.08.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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