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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0일 미친 개가 사람을 물었어… 죽어도 우린 '내'가 아닌 우리 '동지'이기에… 우리는 분명히 승리한다. 승리한다. 승리한다! 그날 그 자리에서 너희들은 개자식…"
| ▲5인조 댄스그룹 '젠(Z.E.N)' |
한 노동문화 사이트(노동의 소리 www.nodong.com)에서 앳된 목소리로 목놓아 '개자식'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름 아닌 '젠(Z.E.N)'이라는 혼성댄스그룹이 4월 10일 대우자동차 노동조합원들의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당찬 목소리다.
젠은 이남가(22) 양, 김동환(21) 군, 편우혁(21) 군, 이혜영(19) 양, 김민선(18) 양이 함께 하는 5인조 댄스그룹으로 여느 10대들보다도 감각이 뛰어난 신세대였다. 현란한 댄스그룹으로 활동했던 1집 활동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전부터 꿈꾸고 준비해왔던 민중가요를 불러 화제가 되고 있는 젠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젠은 99년 5월쯤 '쥬신'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댄스그룹으로 활동해오다 지난 2000년 7월 지금의 젠으로 그룹이름을 바꾸고 젠으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젠이란 자고(zzz), 먹고(eat), 인터넷(network)한다는 뜻으로 그야말로 10대들의 모임다운 이름이다.
이들은 그저 상업(대중)가수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이 부르는 노래를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결의에 찬 민중가수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결코 도발적이거나 경솔한 행동이 아니었다. 신자유주의나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 국가보안법까지 공부하며 계획한 길을 자신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아픔을 겪으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어요.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런 사람들과 만나고자 하는 거예요"라고 또박또박 전하는 혜영 양의 이야기에서 젠의 포부를 엿볼 수 있었다.
민중가수의 길을 택한 젠은 이미지가 아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룹이 되기를 꿈꾼다. 그에 따라 종이컵이나 나무젓가락 안 쓰기 등 생활에서부터 작은 '실천'을 해나가고 있다. 비록 10대이기는 하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보면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하고자 한다. 다른 민중가수와 똑같은 감정과 정서로는 큰 효과를 거둘 수 없어 20대는 물론 10대도 아우를 수 있는 민중가요를 부르고자 한다.
곡을 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인해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시기문제를 해결하고자 10대들과 공감할 수 있는 발빠른 '랩'을 통해 시원스레 자신의 생각들을 내보이는 모습도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모순을 단지 노래에서만 비판하는 '가수'가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하며 생활하는 '동지'로 남고 싶어요"라는 동환 군의 의지도 앞으로 젠의 밝은 미래를 가늠하게 했다.
아직은 '그 날 그 자리에서'와 111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노동자들에게 바친 '아빠와 전태일', '종이 비행기', 조선일보에 반대하는 '일등 신문', '날지 못하는 새'라는 곡을 음반이 아닌 인터넷 곡으로 내놓아 음반은 준비중에 있어 집회 현장에서 젠의 음악을 들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젠은 오늘도 신문 구석구석을 살피고 토론하며, 망월동 묘지를 찾아가 '종이 비행기'를 만들고 수구언론을 반대하는 등 자신들의 시야를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어리지만 깊이 있는 민중가수로 기억되기 위해 젠은 오늘도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신명나는 힘을 불어넣어 줄 새로운 곡으로 집회현장을 빛낼 수 있는 길을 신중히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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