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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투표를 이용한 여론조사가 활성화되었지만, 답변항목을 설계자들이 편파적으로 설정함으로써 네티즌 마음이 '우왕좌왕'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규모 인원이 참여하는 온라인투표의 영향력이 점차 높아지면서 해당 결과가 각종 매체를 통해 여과없이 보도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 스포츠조선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
ⓒ 정대헌
스포츠조선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각각 자사 사이트를 통해 '히딩크 감독의 향후 거취'를 묻는 인터넷투표를 진행하였는데, '잔류희망' 결과가 87.5%와 38.6%로 상반되게 나타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여론조사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어떻게 '다르지 않은 질문'을 던졌는데 이렇듯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 해답은 최초 여론조사 설계 당시부터 편파적으로 구성된 답변문항의 구성에 있었다.

스포츠조선의 경우 '월드컵후 히딩크 감독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를 질문하면서 답변항목으로 '잔류의미'를 3개, '해외진출'은 하나만 설정하였다.
반면에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월드컵 이후 히딩크의 진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잔류' 1개, '해외진출 의미' 3개를 설정함으로써 응답하는 네티즌의 선택을 한쪽으로 유도한 원인을 제공했던 것이다.

그럼, 두 인터넷투표의 설문구성을 살펴보자.

<스포츠조선> 6월14일-2주(224,897명 응답)

질문 : 월드컵후 히딩크 감독의 거취는 어떻게 될까?
(잔류*) 한국과 재계약해서 대표팀을 계속 지도했으면 좋겠다.(127001명) - 56.5%
(잔류) 차기 한국 축구지도자 육성을 맡겼으면 좋겠다.(43105명) - 19.2%
(잔류) 한국 축구꿈나무 육성을 맡겼으면 좋겠다.(26609명) - 11.8%

(해외) 유럽 등 빅리그로 진출했으면 좋겠다.(28182명) - 12.5%

<다음커뮤니케이션> 6월24일-6월31일(75,422명 응답)

질문 : 월드컵 이후 히딩크의 진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잔류*) 계속 한국대표팀에 남아 한국 축구를 이끌어야한다.(29128명) - 38.6%

(해외) 최선을 다했다. 기쁜 마음으로 히딩크를 보내야한다.(23449명) - 31.1%
(해외) 해외에 가더라도 자문위원 등으로 한국축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9555명) - 12.7%
(해외) 해외에서 한국축구 선수들의 진출을 돕고 한국 축구를 알릴 수 있도록 하자.(13290명) - 17.65

*위 (잔류)(해외)는 기자가 답변항목의 성향분류를 위해 표기하였음

스포츠조선은 7월 2일자 보도를 통해 '[인터넷 여론투표] 87.5% "히딩크 국내 남아주오"'를 제목으로 뽑으면서 '대표팀의 감독으로 재계약(56.5%)'을 하든, '축구지도자 양성(19.2%)'을 하든, '꿈나무 육성(11.8%)'을 하든지 3개 항목 모두 '국내에 남아달라'는 의미로 포괄적인 해석을 하였다. 그에 반해 부제목 '"유럽 빅리그 가도 좋다"는 12.5% 불과'처럼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좁았던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평가절하했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인터넷투표 조사결과 화면
ⓒ 정대헌

이러한 '편파 설계-여과없는 보도' 사례는 자사 사이트 인터넷투표 결과를 자사매체를 통해 보도하면서 범하기 쉬운 오류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써, 일간신문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수십만 네티즌의 목소리가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된 모양새'로 포장될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한편, 인터넷한겨레(www.hani.co.kr)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잔류희망'이 5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위 두 개와는 '또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인터넷투표에 대한 보도가 단순 흥미위주가 아니라면 얼마나 어려운지, 매체 편집자들의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인터넷한겨레는 답변항목을 '잔류'와 '해외' 단 두 가지만으로 구성하였다.

<인터넷한겨레> 6월24일- 7월 1일(16912명 응답)

질문 : 월드컵축구 4강을 이뤄낸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이후에도 한국대표팀을 계속 맡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잔류*) 한국에 남아 계속 지도했으면 (10050명) - 59%
(해외) 이제 한국 떠나는 게 바람직 (6861명)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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