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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생경제' 정치풍자 공연을 마친 뒤 연극 속에서 박근혜 대표를 본딴 '근애'역을 맡은 이혜훈 의원(왼쪽 두번째 흰 상복차림) 등이 박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박 대표는 이날 공연을 두고 "프로를 방불케하는 연기였다"고 호평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값을 해야지. 육××놈, 죽일 놈 같으니라고."
"그 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시정잡배들이 멱살잡이 싸움판에서 내뱉은 '쌍욕'이 아니다. 한나라당 여성의원님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한마디로 엽기 그 자체다. 역겹기조차 하다. 정치인의 말에도 금도가 있는 것이다. 이 '딱하기 그지없는' 조롱의 대상자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정치풍자 연극에서 터져나온 이런 표현들은 원래 작가의 대본에는 없었다고 한다. 배우로 등단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자가발전한, 이른바 '애드립'이라고 한다. 그 순발력이 직업 연기인 못잖은 솜씨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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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이놈' '저놈' 같은 말을 더러 입에 담는 몇몇 남성의원들은 또 그렇다고 치자. 더욱 가관인 것은 여성의원들이다. '개×놈'에 이어 '불×값'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 등 남성 성기를 지칭한 말들을 별 거리낌 없이 내뱉는 걸 보고는 그저 입이 다물어진다. 그 자리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등 지도부는 물론 초청한 곡성 주민들도 같이 있었다.

대체 '육시럴'의 말뜻을 알고나 한 말인가

일반인들이 그 뜻조차 제대로 알기어려운 '육시럴'이라는 말은 그 뜻을 알고 보면 참으로 무시무시한 말이다. '육시럴'의 말뿌리인 '육시(戮弑)는 조선시대에 능지처참, 부관참시 등에 버금갈만큼 참혹한 형벌 가운데 하나다.

'육시'는 너 댓 마리의 말이 사방으로 이끄는 마차에 죄인의 사지를 매단채 말을 볼기짝을 채찍으로 쳐 죄인을 대여섯 토막으로 찢어 죽이는 형벌을 말한다. 이 형벌은 체제전복 등 대역죄나 부모 살해 등 극도의 반인륜죄를 범한 중죄인에게 처해졌다고 한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을 두고 '육시럴 놈'이라니.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이건 지나치다. 풍자도 아니고 해학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증오, 성적 비하, 그리고 모욕 이외에는 달리 풀이하기 어렵다. 죽은 경제를 되살리자는 의미의 '환생경제'라는 정치풍자 연극에 '거시기'는 대체 왜 등장하는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적지 않음을 모르진 않는다. '도둑파병'도 그렇고, 과도한 '한미동맹'도 그렇다. 게다가 한나라당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인 과거사 청산 문제를 8.15 경축사에서 거론 한데다 정체성 시비대상에도 올라 있으니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동네북' 상황인 것은 맞다. 게다가 경제까지 어렵다보니 설상가상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국민적 논란이었던 탄핵 국면도 넘겼다. 또 미우나 고우나 우리손으로 뽑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위상을 가진다. 그러니 한나라당의 이런 행각도 굳이 따지자면 제 얼굴에 침뱉기 아닌가?

정치풍자 연극에 '거시기'는 왜 등장하나

이런저런 일로 노 대통령이 야당 등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진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걸 '육시럴 놈'이라고 하면 주변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그럴 정도의 상황이라면 탄핵이라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면 된다. 그 가능성을 우리는 얼마 전에 직접 확인했다.

지난 7월 중순 한 네티즌이 만든 박근혜 대표 패러디물이 청와대 사이트에 올랐을 때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청와대의 야당탄압이자 여성(박근혜 대표)을 성적으로 비하했다고 주장했다. 그 일로 결국 청와대 홍보수석이 공개사과하고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연극이 물의를 빚자 한나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연극은 연극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럼 '박근혜 패러디'는 패러디일 뿐 아닌가? 특히 남성(노무현 대통령)은 성적으로 비하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얘긴가? 그런데 박근혜 대표는 이 연극에 대해 "프로를 방불케하는 연기였다"고 호평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하성 표현이 없진 않았다. 흔히 약칭격으로 '박통', '전통', '노통' 정도는 그래도 넘길만 하다. 노태우 대통령을 빗대 '물태우'라고 지칭한 사례도 있었다. 그의 우유부단한 태도 등을 빗댄 것이었다. 현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도 노씨 성을 따서 '노가리'니, 혹은 그의 외양을 빗대 '개구리'니 하면서 반 놀림감으로 부르고 있다.

국가원수모독죄와 '노가리'

자신의 부친이 대통령을 지냈고, 그 자신 역시 어쩌면 미래의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면 박근혜 대표는 이런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한다. 기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도 이런 것이 가능했을까? 그 때는 '국가원수 모독죄'라는 것이 있었고 대통령 모독발언은 바로 구속이었다. 장준하 선생이 박 대통령의 친일경력을 비판했다가 이 죄명으로 구속된 사실이 엄연히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일과 관련, 국민 앞에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한국정치의 성숙과 상생의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성적 비하와 욕설로 얼룩진 연찬회 모임에 대해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의 저질 행각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아직 '차떼기당'의 오명이 귀에 쟁쟁하다. 그런 한나라당이 다시 '거시기당' '육시럴당'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국민 앞에 정식으로 사죄하기 바란다. 청와대가 명예훼손 소송을 낼지 말지는 그 쪽에서 알아서 판단할 문제겠지만 국회 윤리특위도 이번 일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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