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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등은 17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김창룡 후손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장재완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친일파의 후손이 오히려 매를 드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백범 김구선생 살해범 안두희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받아오던 고 김창룡 묘 국립묘지 이장을 촉구해오던 시민단체가 그 후손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장촉구운동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와 6·15공동선언실천준비위원회 대전본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전지부 등 대전지역시민단체들은 17일 오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파의 후손이 오히려 매를 드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김창룡의 딸인 김모(59 대덕구 비래동)씨는 지난 8월 민족문제연구소 법인과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전현직 지부장 등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5000만원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이들이 배포한 전단지와 자료에 "김창룡은 일본의 관동군 헌병대 밀정으로 50여개의 항일독립군 조직을 적발하고 애국투사들을 잡아 들였으며, 해방 후에는 군에 투신하여 반민특위 활동을 탄압하고 백범 김구선생 암살범 안두희를 비호한 반민족 행위자"라고 적시한 부분이 허위사실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김씨는 이 들의 주장과 묘 이장 촉구활동 등을 보도한 <동아일보> <한겨레> <대전일보> <중도일보> 등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피고소인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전 지부장과 이규봉 현 지부장은 이날 입장발표를 통해 "김창룡의 악질적 친일 부역행위와 이승만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이승만의 정적제거를 위해 행한 갖은 악행,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범인 안두희의 배후인물 중 하나이며, 후견인이었다는 사실 등은 국회의 진상조사를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세상이 다 알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그의 유족은 그 사실조차 부정하며 적반하장격으로 우리들에게 법을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같이 대전 국립묘지에 묻혀있던 친일언론인 서춘의 묘는 그의 유족들이 '나라의 누가 된다'는 이유로 이장해 갔다"며 "그런데도 김창룡의 유족은 친일부역자에게 무슨 명예가 남아있다고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다는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 대전 국립묘지 현충원 장군묘역에 안장되어 있는 김창룡의 묘.
ⓒ 심규상
이들은 김창룡 유족에 대해 "김창룡은 도저히 국립묘지에 안장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며,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을 욕보이는 것인 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후손들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라며 "더 이상 국립묘지를 더럽히지 말고 묘를 파가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앞으로 국립묘지령을 개정해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제한하기 위한 국회청원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라며 "김창룡의 묘가 이장될 때까지 집회와 시위, 대국민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전지역 시민단체에 대해 '(가칭)친일군인 김창룡묘 이장추진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체' 결성도 함께 제안했다.

여인철 전 대전지부장은 "이번 소송은 우리 피소인 개인에 대한 소송이 아닌, 민족문제연구소 활동에 동의하는 모든 국민들에 대한 도발행위"라며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통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17일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친일군인 김창룡 유족의 명예훼손 고소건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입장
-친일부역자의 후손이 매를 드는 개탄스러운 세상


지난 8월 친일군인 김창룡의 유족들이 법인인 민족문제연구소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의 전 지부장이며 현 고문인 여인철, 그리고 현 지부장인 이규봉에 대해 명예훼손을 이유로 소송가액 5천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여인철과 이규봉은 친일잔재 청산을 목표로 세워진 민족문제연구소의 회원으로서 10년을 넘게 활동해왔으며, 2002년부터는 대전 현충원에 묻혀있는 친일파들의 묘이장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중 이장 대상 1호가 악질적인 친일 반민족행위자인 김창룡이었던 것이다.

김창룡은 이 나라의 식민지 시절 일본 관동군 헌병대 밀정으로 우리나라의 독립군을 잡아들이는데 혈안이 되었던 악질적 친일 부역자였으며, 그 죄과로 해방후 북측에서 두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은 바 있다. 그후 남측으로 피신해서는 이승만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이승만의 정적제거를 위해 갖은 악행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는 백범 김구선생의 암살에 적극 개입했으며, 암살범인 안두희의 뒤를 돌보아준 후견인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국회 진상조사단에 의해 밝혀졌으며, 세상이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창룡의 유족은 그 사실조차 부정하며 적반하장 격으로 우리들에게 법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같이 대전 국립묘지에 묻혀있던 친일언론인 서춘의 묘는 그의 유족들이 “나라의 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기꺼이 이장해 갔다고 한다. 부끄러움을 안다면 모름지기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김창룡의 유족은 친일부역자 김창룡에게 무슨 명예가 남아있다고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한단 말인가.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다. 국립묘지를 더럽히지 말라. 김창룡은 결코 국립묘지에 안장되서는 안 될 인물이며, 그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순국선열들을 욕보이는 것일뿐만 아니라 자라나는 후손들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유족들은 당장에 김창룡의 묘를 파가라.

친일파의 후손이 오히려 매를 드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우리가 해방후 친일잔재 청산에 실패함으로써 지금 치르고 있는 대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창룡 유족들의 이러한 협박에 굴하지 않고 묘이장 운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끝내 친일 반민족행위자 김창룡의 묘를 국립묘지에서 몰아냄으로써 부역자들은 죽어서도 단죄받는다는 추상같은 원칙을 세우고 이를 후세에 알려, 다시는 이 나라에 불행한 시절이 닥치더라도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는 무리들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20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 100주년 되는 날
피고소인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전) 여인철
피고소인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현) 이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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