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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정문. 31일까지 휴장한다는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밀리고…깨지고…아수라장된 '콩나물 월드'(한국일보)"에서 또다시 사고가 터졌습니다. "또 사람잡을 뻔한 '즉흥 상술'… '사고위험' 경찰 경고도 무시(동아일보)"한 탓입니다. 그런데도 "롯데월드, 관람객 수 예측 못했다(YTN)"고 했답니다. 애초 사람이 몰릴 것을 알면서도 "6만 인파에 안전요원 57명뿐(서울신문)"이었던 게 문제 아닌가요. 그런데도 "롯데월드, 적반하장 '시민 탓만'(헤럴드 생생뉴스)" 해댑니다.

"6만명 우르르 입장 … 35명 부상(중앙일보)"했지만, 아틀란티스처럼 사망으로 안 이어진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진짜 '모험의 나라'가 된 롯데월드(프레시안)"였습니다. 결국 "롯데월드 사고 10명 소환조사(YTN)"로 이어졌습니다. 그 여파로 "롯데월드 대국민 사과... 31일까지 휴장(스포츠서울)"한다고 합니다. 또한 "경찰, "롯데월드 안전사고 오늘 중 사법처리 여부 결정(노컷뉴스)"한다고 하구요.

'예고된 참사'... '예고된 분노'... '예고된 보도'

위의 뉴스 제목들에서 보듯이, 롯데월드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놀이기구 '아틀란티스 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 이벤트가 그것입니다. 6일 간의 무료 개장, 통 큰 결정이었습니다. 수용 인원은 1일 선착순 3만5000명. 2만2000원짜리 중고생 티켓값으로만 따져도, 하루에 7억7000만원. 6일만에 50억원 가까이를 쏟아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무료 개장 첫 날인 26일 오전 4시부터 줄을 섰고, 급기야 오전 10시30분에 마감을 해야만 했습니다. 10만명이나 몰렸다니, 못 들어간 사람이 들어간 사람보다 2배나 많은 '뜨거운' 반응이었습니다. '공짜' 이벤트에 몰린 수많은 인파, 예상된 마찰과 속출된 부상자. 롯데월드에 대한 뉴스보도도 그야말로 '월드 뉴스'처럼 쏟아졌습니다.

'예고된 참사'라는 말처럼, '예고된 분노'였고 '예고된 보도'였습니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롯데월드쪽의 '생각없음'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부터,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는 행태에 대한 지적까지 다양했습니다. 적어도 뉴스보다는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원인 분석이 입체적이었습니다.

지난 24일 "(아틀란티스) 사건에 대한 진상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일주일 간 무료 이벤트로 입막음 하려는 속셈이 보인다, 바라건대 이번엔 압사사건 터지지 않기를"이라며 '경계'했던 블로거 '블루문'은 이번 사태를 한 줄로 정리했습니다. "오라는 놈이나 그런다고 가는 사람들이나...".

블로거 '케인'은 '목숨을 건 베타테스트, 롯데월드 무료 개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롯데월드 무료 이벤트에 대해) 사람들은 '목숨을 건 베타테스트'라면서 비아냥 거리고 있고, 이런 거 해서 또 사고 나고 또 무료 넣고 해서 1년 무료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오늘 그런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꼬집었습니다.

롯데월드 사고(事故)의 가장 큰 원인은 집단사고(思考) 탓

블로거 '명랑'은 무료 이벤트의 "사고(事故) 원인은 집단사고(思考)"라고 풀이했습니다.

"무료 행사를 통해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이 기간 동안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함으로써 앞서 있었던 (아틀란티스) 사망 사고가 '사용자 과실'이라는 롯데월드측의 주장을 확인시키거나 사고의 이미지 자체를 희석시킬 요량"이었고, 취약점을 미리 찾아내지 못했던 건 롯데월드쪽의 '집단사고(思考)'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분석입니다. 그의 추론은...

"3월 6일, 롯데월드에서 사람이 하나 죽었습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타고 마구마구 유포되었고, 그 결과 롯데월드는 여론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뭇매를 맞아야 했습니다. 롯데월드 임직원들이 받았을 스트레스의 정도는 상상하고도 남습니다. 특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마케팅 부문이 받는 심리적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을 듯 합니다. 더구나 해결안을 빠른 시일 안에 내야 한다는 과제도 주어져 있었을 테고요.

이렇게 유발된 스트레스는 집단사고를 촉진시킵니다. 여기에 더해서 롯데월드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것과 같은 갑작스러운 집단의 자존감 저하도 집단사고를 가속화시킨다고 합니다. 외부의 위협이 내부의 결속을 다진다면, 집단 응집성이라는 집단사고의 대전제 조건은 이미 갖추어진 상황입니다. 촉진 조건도 완비되었고요. 이 위에 구조적 결함들이 더해지면 집단사고는 조직 위에 강림하게 됩니다.

롯데월드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획안을 뽑아내는 집단이 소수 엘리트로서 외부로부터 고립성과 강한 동질성을 갖추고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자, 조건은 모두 갖추어졌습니다. 동질성을 지닌 고립된 집단이 자존심이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 상황 하에서 의견 일치추구 경향이 생겨나고, 이 경향을 집단사고라고 부르지요.

집단사고에 빠진 조직은 자기 집단 역량을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기획안에는 취약성이 없다고 믿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 3만명이 넘는 군중동원 행사를 기획하면서 질서유지에 자체요원 120명 가량으로 통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버립니다. 아무도 '그것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심을 갖거나 표출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집단사고가 사람을 잡은 것이지요. 롯데월드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자못 궁금합니다. 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이나 실질적으로 집행한 사람들이나 혹은 결재한 사람들에 대해서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질 것은 뻔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집단사고의 문제점을 야기시킨 구조적 결함을 찾아 수정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업을 위해서요. 그래야 이용자도 좀 안심하고 놀러갈 거 아니겠습니까."

추첨식으로 3만5천장의 표를 온라인으로 뿌렸으면…

▲ 27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 정문 부근에서 롯데월드측 인력이 전기시설을 보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무료 이벤트를 하는 건 좋지만, '선착순'이라는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다음은 블로거 '일상탐험'의 '바보 롯데월드…'라는 글입니다.

"하루 3만5000명까지 무료 입장시켜준다고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떠들어 놨으면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건 바보도 알 수 있을텐데... 롯데월드 사이트 등을 통해서 사전 등록을 받아 추첨식으로 3만5000장의 표를 온라인으로 뿌렸으면 롯데월드 사이트 회원 수도 늘리고 나름대로 안전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자기들이 어설프게 행사 준비해놓고 시민의식의 부재 탓을 하는 건...담당자가 누군지 몰라도 정말 어이가 없다. 바보 같은 롯데월드 때문에 소중한 주말 시간을 헛되이 날려버리고 거기에 덧붙여 롯데월드로부터 시민의식도 없는 무지한 시민 취급을 받아버린 수많은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중앙일간지 기자인 블로거 '빈섬'의 분석은 '억눌린 욕망과 양극화'로 이번 사태를 풀이합니다.

"…10만 명의 군중으로 표출된 욕망에 관해 우린 얘기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 하나의 화두가 되어 있는 '양극화'의 냄새는 이 사고 주변에도 서성거린다. 가진 사람은 더욱 많이 가졌고 없는 사람은 상대적 박탈과 빈곤감에 더욱더 시달린다. 공짜 롯데월드는 그걸 누리고 싶었는데도 지갑이 얇아 차단당해온 무수한 뭇 욕망들이 파도치며 달려온 현장이 아니었을까.

그것만은 아니다. 공부전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롯데월드 가겠다고 손을 내미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런데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단다. 그렇게 본다면 교육적 질곡 또한 이 사고를 유발한 만만찮은 주범이다. 롯데월드가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이 사회의 억눌린 욕망의 사이즈였다. 그 크기를 제대로 견적내지 못했다. 공짜에 환장할 수 밖에 없는 '살이'의 환경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게 어찌 롯데월드 뿐이겠는가. … 바싹 부풀어오른 풍선처럼 살짝 찌르기만 해도 폭발하는 수위의 '억눌린 욕망'이라면, 정부 당국자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욕망이 욕망을 밟고 지나가는 '참사'를 예방하는 옳은 방법은, 아예 그런 자리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작고 욕망은 클 때 군중들은 사고 치기 딱 알맞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리가 되는 것도 티켓의 숫자가 적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 살펴야할 건 기회와 욕망의 심각한 '부등식'이다.

양극화는 그저 지수로만 나타나는 한가한 숫자놀음이 아니라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신음의 소리를 내지도 못한 채 억눌려 있는 많은 국민의 고통과 분노를 실감나게 읽지 못할 때, 문제의 해결 논리는 늘 공허하다. 공짜에 미칠 수 밖에 없는 건, 많은 사람들의 지갑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않은 건 롯데월드 뿐만이 아니라, 이 사람들이 살아움직이는 곳 전부가 그렇다. 공짜로 롯데월드 놀이기구를 한번 타겠다는 그 욕망의 물결이 이토록 드세다. 죽기 살기에 가깝다. 그 병증(病症)을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놀이기구 사망 사건에 대한 사과 이벤트가 불러온 또다른 사고, 코미디 같은 현실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왜 생겨났는지, 어떻게 끊을 수 있을지… 앞으로 이런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무엇보다도 답답한 일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라도, 이번 사태를 차분히 복기해보고, 또 복기해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여러분들이 이번 사태를 보면서 느낀 답답함과 해법은 무엇인가요?

태그:#롯데월드, #아틀란티스, #참사, #놀이기구,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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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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