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1956년 제작된 <럭키치약> 광고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애니메이션박물관 한승태 큐레이터가 최초 작품이 < OB시날코 >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해 8월에 제작된 <럭키치약>보다 < OB시날코 > 광고가 두 달 일찍 제작된 것.
이 같은 사실은 한 큐레이터가 <럭키치약> < OB시날코 > 광고를 제작한 문달부씨와 인터뷰하면서 밝혀냈다. 그는 지난 5월 2일 시작돼 오는 7월 30일까지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서 펼쳐지는 '제6회 기획전-15초의 예술'을 기획하면서 이 내용을 확인했다.
한 큐레이터는 "문달부 선생과 이야기하다가 그 같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초창기 애니메이션계의 대표 작가였던 정병권 감독을 통해 다시 한 번 < OB시날코 >가 최초 작품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OB시날코 >는 1956년 RCA 한국지사의 HLKZ TV방송국이 방송한 음료 광고로 문달부가 만들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코주부' 김용환에게 펜화를 배운 문달부는 당시 방송국 미술담당이었다.
이 CF는 6초 분량의 움직이는 그림으로 낙타가 음료수를 싣고 가다 오아시스를 만나면 '목마를 땐 OB시날코'라는 코멘트가 나온다. 촬영은 16mm 볼렉스 카메라로 마종원이, 나머지 과정을 문달부가 처리했다.
한편 CF애니메이션을 다룬 이번 '15초의 예술전'엔 초창기 한국 애니메이션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공개된다.
1950-1970년대 작품전의 이름은 '그때를 아십니까'. 문달부의 < OB시날코 > 스토리보드를 비롯, 이전까지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았던 <럭키치약> 원본 셀과 영상 80여점, 60년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이었던 신동헌의 작품들, 엄도식의 <동화약품 활명수> 영상 등이 전시 및 상영된다.
1950년대 말은 극영화의 중흥기. 따라서 이 시기엔 극장용 광고가 인기였다. 지금도 의약품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활명수> CF가 1959년 애니메이션 광고로 처음 등장했다. 배가 아픈 신사가 활명수를 먹고 낫는다는 코믹한 내용. 한방 소화드링크가 난립하던 당시 동화약품은 이 광고 하나로 시장을 석권한다.
신동헌 감독이 만든 <진로소주>(1960) 또한 코믹하다. 한 사람이 짚차를 타고 가다 연료가 떨어지자 진로소주를 붓고 간다는 내용이다. 1962년 만들어진 <진로-파라다이스> CF로 큰 인기를 모은 신동헌 감독은 이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 제작에 뛰어든다.
이번 전시회에선 홍길동이 CF에 처음 등장한 <미원> <애경-클린업> 광고도 첫 선을 보인다.
1980-2000년대 작품전의 이름은 '15초, 기적을 창조한다'. 삼성 <또 하나의 가족> 시리즈,
<양지뜰 고추장> 등 CF영상 200점이 상영된다.
한승태 큐레이터는 이번 광고를 보면 "한국 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고 감상법을 공개했다. 전쟁의 상흔에서 못 벗어난 1960-1070년대엔 굶주림이 큰 사회 이슈. 그래서 살찌는 광고가 많다고 소개한다. 모델들의 체형도 비교적 덩치가 크다고.
그러나 요즘 광고들은 날씬함을 강조한다.
또한 국산품 성능이 형편없었던 시절 광고는 모두 외국회사와 합작했다는 사실을 무척 강조했다고 말한다.
한 큐레이터는 "그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상상하면서 CF를 보면 전시회가 훨씬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