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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재판관 및 헌법재판소장 전효숙 임명동의안이 상정 무산되자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헌법재판소장의 임명동의안을 놓고 여야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우리 헌법 제111조 제4항의 해석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이지만, 그 실질은 정치권의 아전인수격인 헌법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들의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찾기에 불과하다.

물론 자구를 그대로 해석하는 형식논리로 본다면 전효숙 지명자는 헌법재판관이 아니므로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였다면 여야 정치권에서는 처음부터 그러한 논리를 내세워 대통령의 지명을 문제삼았어야 한다.

어떠한 문제 제기도 없이 청문회 절차를 시작하여 진행하던 중에 헌법조문을 들먹이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발목잡기의 전형에 불과하다. 그동안 트집을 잡기 위해 갖은 생각을 거듭하다가 겨우 발견한 '발목'이 형식논리적인 헌법해석인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대법원장 판결은 몽땅 무효

법조문의 해석은 지나치게 형식논리만을 따져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경우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것이다. 그렇게 법을 해석한다면, 법이 없는 것보다 못하다.

법률 해석은 모든 사람들, 적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을 위해서는 법조문의 근본 취지나 전체적인 문맥을 살펴서 객관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만일 헌법 제111조 제4항을 '먼저 헌법재판관의 임명절차를 마쳐서 헌법재판관으로써의 지위를 취득한 다음, 다시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그보다 비경제적인 임명절차가 어디에 있겠는가?

최소한 우리 헌법이 형식논리적인 취지였다면 헌법재판소장의 임명절차에 대하여 어떠한 언급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장 임기에 대해서도 소장으로 임명된 때를 기준으로 해서 정하도록 규정되었어야 할 것이다.

▲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문제등을 논의하기 위해 8일 오후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강재섭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 이재오, 정형근 최고위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장도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지위를 동시에 가진다는 취지를 규정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형식논리대로만 해석한다면 우리 헌법은 매우 불완전한 것이어서 헌법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당연히 헌법 마비의 사태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헌법 제104조 제1항) 헌법 어디에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써의 지위를 가진다는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관여했던 대법원 판결은 모두 그 효력이 없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대법원장도 당연히 대법관의 지위를 갖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결국 헌법의 해석이 형식논리대로 자구만을 중심으로 이우러질 수 없음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다.

겨우 발견한 트집이 '형식논리'인가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구성원에 불과하다. 법률의 집행과 해석은 행정부나 사법부가 맡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위나 처지를 망각해서 모든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함으로써 삼권분립의 정신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헌법재판관의 지명에 있어 가장 법률에 위반되는 대목은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한 헌법재판관을 여야의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서 지명함으로써 헌법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기관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법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준법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수준을 스스로 폄하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국민적 저항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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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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