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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7월 14일 주한미군과 협상한 결과 15개 미군기지 반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반환 미군부지의 환경오염과 정화 책임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녹색연합 등 28개 환경·시민사회단체의 연대기구인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과 공동으로 연재 기사를 내보냅니다. 이번 해외 사례를 취합한 기사가 마지막회입니다. <편집자주>
[클릭! 서명운동] 반환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한국 정부부처는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에 관한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미군이 환경정화를 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이 70여개국과 맺고 있는 SOFA에 환경조항이 제대로 갖춰진 곳은 독일·한국·일본 정도라는 사실을 보더라도 정부 발표가 사실이긴 하다.

이 발표는 그만큼 미군의 환경정책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필리핀-클락·수빅 기지] 미군 떠난 자리엔 백혈병·뇌성마비·후두암...

▲ 1990년 9월 필리핀의 일단의 대학생들이 엉클 샘 분장을 한 사람을 발로차며 미국을 조롱하고 있다.
ⓒ 연합뉴스
91년 필리핀 상원의회는 미군의 필리핀 미군기지 사용 연장안을 부결시켰다. 이로써 미군은 아시아 최대의 미군기지였던 클락 공군기지, 수빅 해군기지에서 떠났다. 그러나 이미 심각하게 오염된 미군기지는 필리핀 주민들에게 질병과 가난을 안겨줬다.

클락 공군기지의 경우, 피나투보 화산 폭발을 피해 이주해 왔던 사람들의 집단 거주지로 이용됐다. 그러나 이미 오염된 우물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현재 이들은 필리핀 정부가 마련한 다른 집단 거주지로 이사한 상태지만 아직도 신생아들에게서는 백혈병·뇌성마비 등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자만 수백명에 이르고, 아직도 매년 피해자들이 사망하고 있다.

수빅 해군기지에서 근무하던 필리핀 현지 노동자들은 미군보다 훨씬 열악한 현장에 근무했다. 특별한 안전조치도 없이 낮은 임금을 받은 노동자들은 지금 후두암 등 중병과 싸우고 있다. 역시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도 아픈 아이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과 비교해서 암 발생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증명하기에는 필리핀 전체 보건 시스템이 열악하다. 정확한 통계 수치가 없어 비교조차 어렵고, 미군기지 오염과 질병의 명확한 인과 관계를 증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와 관련, 92년 미 의회 예산국(GAO)이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필리핀 미군기지에서 미군이 환경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폐기물 매립,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미국은 92년 기지 반환 당시, 환경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서 어떤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푸에르토리코-비에케스 폭격장] 공장지대 아닌데도 주민 44%는 수은, 83%는 납 중독

카리브해에 있는 비에케스(Vieques) 섬. 서울 면적의 3배에 달하는 곳이지만 인구는 1만 명도 되지 않는다.

미 해군은 섬 전체의 3분의 2에 달하는 면적을 60년 동안 훈련장으로 사용했다. 이 곳에서는 지난 99년 발생한 오폭으로 현지 청년이 사망하자, 기지 폐쇄운동의 불길이 치솟았다.

이 섬은 푸에르토리코보다 암 발생율이 30% 높고 공장지대도 아닌데도 지역주민의 44%가 수은, 73%가 납 중독으로 밝혀질 정도로 환경·보건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지역 주민 대부분이 미군 훈련장 폐쇄운동에 참여했다. 결국 2003년 미군은 이곳을 떠났다.

[위] 폭격으로 생긴 비에케스섬의 거대한 웅덩이. [가운데] 비에케스섬 인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는 불발폭탄. [아래] 열화우라늄탄에 의한 파괴 흔적.
ⓒ 미국친우봉사회
비에케스 사람들은 아직도 투쟁하고 있다. 이 곳은 가장 긴급한 정화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슈퍼펀드 사이트'로 지정됐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경정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군이 사용하던 동쪽 6만 702㎢는 푸에르토리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사실상 출입제한구역으로 설정해 놓았을 뿐이다.

폭격은 중단돼도 오염은 계속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곳 시민단체인 CRDV(The Committee for the Rescue and Development of Vieques)는 2005년 8월부터 해군이 불발탄을 제거한다면서 20톤이 넘는 포탄을 해상에서 터트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그 동안 어민들은 강한 폭발로 구름이 형성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고, 포탄 처리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비에케스 섬의 양쪽을 미군이 사용하고 주거 지역이 가운데 위치해 있기 때문에 포탄 처리로 생긴 화학물질이 대기 이동을 통해 주거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해군이 폭격은 멈췄지만 포탄을 폭파 처리하는 것과 폭격 훈련이 뭐가 다르겠냐며 분통을 터트린다.

환경보다 군사력 유지를 중시하는 전통적 안보질서에 길들여진 미국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필리핀 미군기지 정화위원회(PTFBC)는 2004년부터 UN 인권위원회에 청원해 국제연합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군의 환경피해 지역인 이곳에 세계 곳곳의 언론이 취재하고 있지만 10년 동안 변한 것은 없다. 피해자들의 가난만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파나마] 숲 때문에 청소안한 11만발의 불발탄

▲ 파나마에 남겨진 불발탄들.
지리적·정치경제적 관계 때문에 남미 지역의 대응 활동은 미국과 더 긴밀해 보인다. 운하 건설 때부터 시작된 미군의 파나마 주둔은 2000년 공여지 반환으로 끝났다.

77년 파나마 조약에 따르면 미군은 '가능한 계획'을 통해 환경보전 활동을 할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미군은 훈련장의 울창한 숲 때문에 불발탄 제거가 불가능하다며 지표면만 청소하는 것에 그쳤다. 미군 스스로도 아직 불발탄 11만발이 남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반환을 앞둔 90년대 말, 미국 내 환경단체인 지구환경정의법률기금(The Earthjustice Legal Defense Fund, 시에라 클럽에서 만든 환경관련 비영리 법률회사)은 파나마 조약에 따라 미군의 환경정화 의무가 있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미국 의원 50명은 미 국방부에 파나마에 있는 화학무기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환경정화 조치는 미완된 채 6년이 흐르고 있다. 파나마에서 미군이 반환한 군기지 중 970만평은 여전히 민간인 통제 구역으로 남았다.

심각한 오염과 위험으로 인해 790개가 넘는 경고판과 철조망으로 봉쇄한 이 지역에서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미군과 파나마 보건 당국이 취한 조치는 고작 주민들에게 불발탄을 식별하는 교육뿐이었다. 실제 미 국방부의 정책과 지침이 변하지 않으면 해외 각 국에 주둔하는 미군의 활동이 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활동은 중요하다.

환경피해는 각국 국민들에게... 필리핀·일본·한국의 연대

▲ 파나마 미군기지 반환터에 남겨진 '위험' 표지판.
국가와 지역을 차별하지 않고 환경을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군기지 반환 문제는 여러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는 인식 때문에 필리핀·일본·한국의 시민사회는 활발한 연대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각 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군기지 재배치가(미군기지의 반환과 확장) 오키나와에서 괌, 한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필리핀으로 이어지면서 연대활동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국제 민간 법정 등을 통해 미군의 환경문제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에 알리고 환경정의를 실현하려는 희망이 언제쯤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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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지역과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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