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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진보민주진영의 고민과 전망, 새로운 사회의 대안에 대한 담론을 모으기 위해 ‘한국사회, 희망의 모색’이란 제목의 심층 기획 글을 내보냅니다. 이번에는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이 쓴 글로 내년 대선의 유력한 주자인 이명박씨가 내걸고 나선 경부운하 문제를 3차례(제2부-먹는 물을 경부운하와 맞바꿀 수 없다, 제3부-건설 토목이 아닌 국가경쟁력을 키워라)에 걸쳐 나눠 싣습니다. 박 부소장은 지난 11월 초 ‘이명박 대운하’의 예상 경로인 한강 물길을 따라 낙동강 하구까지 현지조사를 마쳤습니다. <편집자주>
▲ 지난 11월13일 한반도대운하연구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생태지평 장지영

한나라당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씨가 2006년 들어 부쩍 '경부운하'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주류 보수 언론들은 이씨의 경부운하 건설에 대해 아무런 토씨 하나 달지 않고 여과없이 보도하고 있다. 이씨는 왜 이 시기에 경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주장하는가. 사람들도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면 경부운하를 건설한대"라고 생각한다.

서울 청계천을 복원이 아닌 재활시킨 서울의 이명박에서 이제 서울에서 부산까지 전 국토를 연결하는 경부운하를 주창함으로써 전국의 이명박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명박씨는 경부운하 건설 주장으로 대권을 향한 공격적인 이슈와 쟁점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 경부운하는 이미 이명박씨의 사활을 건 대선 정치 전략이 되고 있다.

'불도저' 이명박의 사활 건 대선 정치 전략 '경부운하'

@BRI@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이 국가의 주요한 정책을 내놓는 것은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설사 내용이 부족하고 다소 선험적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국가에서 필요하고 국민이 원하는 일이라면 이를 제기하고 내용을 충실히 만들어가는 노력이야 말로 리더의 자질이다. 눈치나 보고 적당히 여론에 기생하여 무언가 기회를 보려는 사람은 국가의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씨는 남다름이 있고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존재한다. 불과 28세의 나이에 현대건설 이사, 35세 사장이라는 명성에 어울릴 만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경부운하가 지금 시기에 다른 모든 것을 제쳐두고 주장할 만한 국가적 과제인가 하는 점에 있다. 그의 말대로 10여년 이상 1인당 GDP 2만 달러를 넘어서지 못한 그 원인이 서울과 부산 간의 물류이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가. GDP 3~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한강을 파헤치고 낙동강을 뒤집어서 수많은 댐을 만들고 수문을 세워 운하를 만들어야만 가능한가.

월악산 국립공원과 백두대간에 24km나 되는 터널을 뚫어 한강물을 낙동강에 흘러 보내야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이 의문은 지나친 기우일까. 경부운하만 만들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전초기지를 만들 뿐만 아니라 지역갈등과 같은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병폐들에 대해서도 만병통치약인데 왜 걱정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걱정이 앞선다. 별명이 '불도저'로 불리는 그는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도 여간해서 한 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 여주 흥원창-남한강과 섬강 합수머리.
ⓒ 생태지평 장지영

10년 전 세종연구원의 '경부운하' 보고서가 묻힌 까닭은

세종대학교 부설 세종연구원은 10년 전인 1995년 발표한 「한-낙동강 운하의 가능성과 내륙수운 체계의 필요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건설교통부에 의해 인천과 한강(행주대교)을 잇는 경인운하 건설이 발표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던 시기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는 의미 있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란을 떠는 대형 국책사업도 알고 보면 요란한 빈 깡통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인운하 사업이 그 실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류이동의 획기적인 전환이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 물류의 50%는 골재인 모래이다. 그래서 국민은 자주 속는다. 누가 인천과 서울 간의 물류이동에서 50%가 모래라고 생각조차 하겠는가. 여하히 이 시기에 세종연구원에서 제안한 경부운하는 서울-부산 간 물류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에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물류비를 절감하여 국민경제에 막대한 보탬이 된다는 요지다. 당시 세종연구원은 경부운하 B/C(비용편익)분석 결과 5를 넘는다고 주장했다(통상적으로 비용편익 분석에서 수치 1를 넘으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경부운하 비용-편익 분석

(단위: 백만원)

노선

할인율

편익

비용

NPV

B/C

경부
노선

8%

1,341,786

1,415,026

-73,239

0.948

10%

1,056,318

1,140,172

-83,854

0.926

12%

845,756

930,778

-85,022

0.906

출처:「지역간 용수수급 불균형 해소방안 조사연구」한국수자원공사. 1998

ⓒ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와 국토개발연구원은 「지역간 용수수급 불균형 해소방안 조사연구(1998년)」에서 서울-부산 간 물류이동을 위한 경부운하 건설에 부정적인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내구연한을 50년으로 하고 할인율을 8%. 10%. 12%로 변화시킬 때, 비용과 편익의 현재가치 NPV(NPV가 0보다 크면 투자가치가 있고, 0보다 작으면 투자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한다)가 마이너스이고 B/C도 1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어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운하건설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운하논란이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전 주장 그대로... 일부 토목학자들의 염원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경부운하 건설 주장의 타당성과 근거는 새롭고 객관적으로 변화한 것일까. 지난달 13일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주최한「한반도 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에서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으로 제시한 근거는 이미 95년 세종연구원이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부운하 건설에 따른 수송비 절감은 대부분 수도권-부산항 간 컨테이너 물동량이 도로운송에서 내륙운하 운송으로 전환되는데서 발생한다"라고 똑같이 밝히고 있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가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다시 주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지난 98년 한국수자원공사가 발표한 '서울-부산 간 물동량이 편익을 발생할 만큼 크지 않다'라는 평가에 대해 충분하고 구체적인 다른 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심포지엄에서는 그런 내용은 단연코 없었고, 따라서 경부운하의 사업 타당성을 다시 한번 의심케 하고 있다.

운하가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하기 위해 운하를 건설해야 할 정도로 서울-부산 간 물동량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물류비를 절감하는 것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결론이 뚜렷하게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인 논증과 통계 없이 경부운하 건설 주장은 한낱 일부 토목학자들의 염원일 뿐이다.

이명박씨는 경부운하를 얘기하기에 앞서 자주 경부고속도로 건설 과정을 인용한다.

"그 당시 대통령께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든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인, 학자, 또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이 정말 문자 그대로 아주 심한 반대를 했습니다."(한반도 대운하, 국운 융성의 길 심포지엄 인사말 2006.11)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건설한 고속도로로 기록되었고 1980년대 초반까지 경부고속도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컸다."(신화는 없다. 1995)


결국 반대가 있었지만 그의 참여 하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기 때문에 한국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가 예상되지만 경부운하 역시 밀어붙이겠다는 그 특유의 '불도저' 뚝심을 예견할 수 있다.

▲ 남한강 여주취수장-한강, 낙동강은 남한 인구의 절반 이상의 생명줄로서 강을 따라 취수장과 정수장이 있어 경부운하가 건설될 경우 상수원으로서의 역할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 생태지평 장지영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값비싼 대가는 누구 몫이었나

그러나 경부고속도로 건설의 값비싼 대가와 후휴증은 국민의 몫으로 남았다. 경부고속도로는 원래 1971년 6월 30일 개통 예정이었지만 1년이나 앞당겨져 2년 5개월 만에 완공됐다. 그리고 부작용이 뒤따랐다. 건설 중 사망자가 77명이나 발생했고 부실공사도 피하기 어려웠다. '선 개통 후 보완'이란 원칙 아래 서둘러 완공한 경부고속도로는 후에 땜질 공사로 몸살을 앓았다. 건설비 약 430억원이었던 경부고속도로는 1990년대 말까지 보수비가 약 1527억원으로 건설비의 4배에 가까운 비용이 들었다. '누더기 고속도로'란 별명도 이 때문에 생겼다.(한국현대사산책. 강준만)

물론 경부고속도로가 한국경제성장의 상당한 버팀목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긍정성을 애써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의 말대로 당시에는 부작용이 예상되었지만 불가피했다고 생각한다면 그 불가피성은 항상 국민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랄 뿐이다. 자랑만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평가도 냉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부운하가 경부고속도로처럼 부작용을 무시할 만큼 불가피하고 시급한 것인가를 판단해야만 한다.

▲ 낙동강 상류-평야지대를 흐르는 낙동강은 수심이 낮고 강으로 흘러드는 토사로 사실상 운하로서 기능하기에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이다.
ⓒ 생태지평 장지영

171km RMD 운하 공기는 30년... 이명박씨, 550km 경부운하 4년 만에 완공?

이명박씨와 그를 추종하는 건설 토목학자들은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를 다녀왔다(조선일보 10.26자). 특히 그들은 RMD 운하(라인-마인-다뉴브 Rhine-Main-Danube)에 환호한다. 이 운하는 171km구간으로 1961년 시작되어 1992년 완공되어 공사기간이 무려 30년이 걸렸다. 그런데도 이명박씨는 550km 길이인 경부운하를 4년 만에 완공하겠다고 장담한다.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에 완공하겠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이명박씨가 그토록 입에 마르도록 찬양하는 유럽의 내륙 운하의 운송 물동량은 어느 정도일까.

화물운송 수단별 EU-25개 국가 현황

(단위: 1000 mio ton-km)

연도

도로

철도

내륙운하

파이프라인

해운

항공

가구수

운송
수요

비율(%)

운송
수요

비율(%)

운송
수요

비율(%)

운송
수요

비율(%)

운송
수요

비율(%)

운송
수요

비율(%)

1995

1,248

42.1

358

12.1

120

4.0

105

3.6

1,133

38.2

1.8

0.1

2,967

1996

1,268

42.3

360

12.0

116

3.9

111

3.7

1,140

38.0

1.9

0.1

2,997

1997

1,317

42.1

380

12.1

124

4.0

110

3.5

1,193

38.2

1.9

0.1

3,125

1998

1,386

43.0

370

11.5

127

3.9

117

3.6

1,220

37.9

2.0

0.1

3,222

1999

1,444

43.5

358

10.8

127

3.8

117

3.5

1,270

38.3

2.0

0.1

3,317

2000

1,491

43.0

374

10.8

132

3.8

119

3.4

1,345

38.8

2.1

0.1

3,463

2001

1,521

43.2

359

10.2

130

3.7

124

3.5

1,388

39.4

2.2

0.1

3,524

2002

1,563

43.7

358

10.0

129

3.6

121

3.4

1,404

39.3

2.1

0.1

3,577

2003

1,575

43.5

364

10.1

120

3.3

123

3.4

1,435

39.6

2.3

0.1

3,619

2004

1,684

44.3

379

10.0

130

3.4

124

3.3

1,484

39.0

2.5

0.1

3,804

출처: 「에너지와 교통 통계 2005」EU

ⓒ 오마이뉴스 고정미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내륙운하가 운송하고 있는 EU 25개 국가의 전체 물동량은 평균 3.5% 정도이다. 1995년에는 내륙운하로 운송하는 전체 물동량은 4% 정도였으나 2004년에는 3.4%로 0.6% 정도 줄어들었다. 물동량 발생자체가 축소되었거나 타 운송수단인 도로부문으로 옮겨간 것이다. EU 운하의 운송 주요 품목은 벌크화물이나 컨테이너 화물로서 유럽 전역을 운송한다.

10년간 유럽전역을 운송하는 운하 물동량이 오히려 줄어들고 있음이 확연한데도 한반도대운하연구회는 터무니 없는 운하 운송수요량을 추정하고 있다. 이명박씨가 집권하여 4년 만에 완공하는 2011년을 기점으로 벌크화물(곡물, 석탄, 원유 등과 같이 일정한 형태의 개별 포장을 하지 않는 화물)은 10~20%를, 2020년에는 20~40%를 흡수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컨테이너 화물은 2011년에는 10%, 2020년에는 20%까지 흡수한다는 것이다(한반도 운하와 국민경제 활성화. 이상호. 2006). 그러나 운하가 잘 발달되어 있는 유럽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운하 운송수요는 줄고 있다. 빠른 교통수단으로 물동량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은 곧 창조다."

1965년 현대 건설에 입사 면접시험에서 정주영 당시 사장의 건설이 뭐냐는 질문에 이명박씨가 대답한 말이라고 자신의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밝히고 있다. 60~70년대를 살아온 많은 국민들은 이 말에 동감할 것이다. 배고픔과 굶주림에 살았던 그 시대에서의 가치는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빈곤을 탈출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건설사업이었다. 중동지역 건설 특수효과에서 국내 SOC 투자를 위한 도로사업,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사업 등 건설사업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요 지표로서 자리매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개발과 토목사업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의미가 퇴색된다.

왜 일까. 그동안 건설과 토목사업이 매우 활발하게 추진되어 그 수요가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또한 21세기의 국가의 경제성장 동력은 건설과 토목사업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나친 건설토목사업은 부메랑처럼 국민의 목을 겨누고 있다. 부동산과 아파트의 가격 폭등, 과열, 투기 등 부작용에 의해 정부도, 국회도, 국민들도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파괴적인 건설은 창조가 아니다. 파괴적인 건설은 사회 갈등을 촉발시킬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균형도 무너뜨린다.

개발 흔적을 지우겠다던 그가...

"나는 이 땅에 배어있는 개발 시대의 흔적을 다 걷어내고 싶었다.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사회로 만들어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고 문화를 즐기면서 쾌적한 환경에 살게 하고 싶었다. 청계천 복원을 통해… (중략) 환경이 경쟁력이 되어 도심의 산업이 되살아나고."(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이명박. 2005)

이명박씨는 청계천 재활을 통해 건설의 신화에서 환경의 신화로 탈바꿈한 것인가. 진정으로 그가 청계천을 통해 과거의 건설의 주역에서 환경의 주역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도시의 성장 그늘에서 문화도, 환경도 잃고 사는 1300만 서울시민을 위한 것이라면 설사 청계천 사업이 환경 복원에는 미치지 못한다하더라도 인정하고 싶다.

"청계천의 변화는 우리 사회 변화의 시작이다. 청계천으로 상징되는 개발의 그늘을 벗겨 냈듯이 곳곳에서 남아있는 지난 세기의 그늘을 벗겨낼 것이다."(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이 말이 진심이기를 믿고 싶다.

그런데도 왜 경부운하만 생각하면 그의 말이 자꾸 거짓처럼 다가올까. 경부운하건설은 반환경적인 사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경부운하의 주요 강인 한강과 낙동강은 그냥 평범한 강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한강과 낙동강은 우리사회의 커다란 쟁점이자 이슈였다. '2천만 수도권 시민의 젖줄 오염', '낙동강을 둘러싼 부산·경남 시민들과 대구시민들의 갈등', '먹는 물 논쟁', '특별법 제정' 수혜자 부담원칙이라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면서까지 집행한 수도권 시민들의 '물이용분담금' 등 상수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다.

지금 이명박씨는 이를 완전히 뒤엎는 역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보전에서 개발로 다시금 사회적·환경적 논쟁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본 사람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수밖에 없다. 보전과 개발의 충돌은 쉽게 결론나지 않는다. 개발은 경제적 이익을 제시한다. 자본주의하에서 돈은 최고의 덕목이다. 그런 돈을 준다는데 누가 찬성하지 않겠는가. 설사 그것이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그 환상을 깨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 이익논리는 집단적인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 분명 과학적 분석과 객관적 통계를 제시하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여간해서 믿지 않는다. 리더는 선동하고 학자는 논리를 제공하고 시민들은 여기에 현혹된다. 그래서 강고하고 무너지지 않은 집단 이데올로기가 구축된다. 소위 성장 이데올로기가 태동한다. 새만금 갯벌과 서천 장항갯벌을 매립해서 얻을 이익이라곤 건설업체 이외에는 없는데도 마치 부강한 지역이 되는 것처럼 믿고 마는 허상 말이다.

▲ 충주댐 하류지역-바닥이 드러날 정도의 낮은 수심에 2400톤급 바지선을 띄우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하상정비와 준설이 진행돼야 한다.
ⓒ 생태지평 장지영

개발 광풍 속에서 굿판을 벌이는 자는 누구인가

그러나 이런 집단적인 히스테리와 이데올로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모두가 이데올로기에 빠져 있는 순간, 지역 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기획과 계획은 멈추고 한정된 예산은 실질적으로 지역을 위한 내용에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터무니없는 개발 광풍의 진정한 피해자는 그 개발 대상지역의 시민들이다. 정치인, 행정가, 학자는 전혀 피해를 받지 않는다. 그들은 개발 광풍 속에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씨가 노리는 것이 이런 집단적인 히스테리와 이데올로기인지 모른다. 대권을 향한 정치인으로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사회적 쟁점을 모으고 지지자와 반대자를 확연히 구분하는 전술을 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을 중심으로 통과하는 경부운하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당장이라도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갈등의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자신이 있는가. 갈등으로부터 받는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과연 이명박씨는 책임질 수 있는가. 만약 그가 진정 국민을 위한 길로 대권에 나서고 싶다면 국민들을 평화롭고 행복한 방향으로 이끄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끝내 경부운하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엄청난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특히 그는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경부운하 사업이 수도권 1700만명, 영남권 700만명의 식수원과 맞바꾸는 모험을 할 만큼 국운이 걸렸는가. 백번 양보해서 경부운하사업이 한강과 낙동강의 식수원과 비교해서 동등할 정도로 경제적 타산이 있다손 치더라도 이를 추진할 수 없다.

왜인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그 강물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하더라도 물이 오염되고 먹지 못하는 문제가 생긴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때문에 파괴적 건설은 창조가 아니라 재앙을 몰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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