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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선이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긴박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은 '2007 코리아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은 모두 9편의 글 중 세번째로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올 남북관계 전망을 주제로 썼습니다. 원문은 코리아연구원(www.knsi.org)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 지난 2000년 6월 14일 오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007년 남북관계는 크게 풀리거나, 크게 꼬이거나 둘 중 하나다. 북핵문제의 향방이 기로에 서 있고, 남북관계 또한 새로운 단계를 요구하고 있다. 2006년 7월 남북장관급 회담의 '예정된 결렬 구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실무 회담으로 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모든 전망은 남북 정상회담 성사여부에 달려 있다.

I. 남북 정상회담, 왜 필요한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정책결정 구조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북한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과도하게 중앙집권적이다. 남북대화든 6자회담이든 언제나 문제는 협상대표들의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무회담을 백번 하는 것보다, 김정일 위원장과 한 번 대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을 제외한다면,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는 북핵 문제의 돌파를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5차 2단계 6자회담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미 양국의 불신을 재확인해 주었다. 북한은 1차 핵실험을 한 상태에서, 협상의 길과 핵보유의 길에 대한 선택권이 미국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정책의 변화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면서, BDA 문제 처리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 역시 중간 선거 이후 적극적 대화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핵 동결과 핵 폐기의 상응조치에 대해서는 덜 구체적이고, 협상과 제재의 상충적 정책을 당분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상호 불신에 기초한 접근법의 차이가 있다. 중국의 중재노력도 한계가 있다. 중국은 북한을 회담장에 데려올 수 있지만, 쟁점을 해소할 수는 없다.

현재 필요한 것은 기술적 조정이라기보다, 불신의 상호관계를 완화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만큼이나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워싱턴-베이징-평양의 삼각대화를 통해 6자회담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불신의 구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워싱턴-서울-평양의 적극적 상호대화가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핵문제와 관련한 서울과 평양의 적절한 대화채널이 없다.

결국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는 대화채널은 정상회담이나, 혹은 이에 준하는 특사회담밖에 없다. 오래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협상국면에서 북미 양국의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멀지 않은 장래에 2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협상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은 그만큼 멀어진다.

현재처럼 미국의 보다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기다리는 '워싱턴만 처다 보는 외교'는 너무 위험하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지금보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무엇인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지나간 외교사를 돌이켜 보면, 한국이 북한을 설득할 수 없을 때, 한미 대화가 효과적으로 진행된 적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지금은 북핵 폐기를 위해 한국이 가진 모든 외교적 역량을 소진해야 할 때이다.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남북 정상회담밖에 없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또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 남북관계에서도 이제 정상회담을 할 때가 되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현재까지 19번의 장관급 회담을 했다. 실무회담 수준에서 많은 것을 합의했고, 이중 실현된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치적 신뢰의 제도화는 여전히 불안하고, 군사적 신뢰구축은 다음 단계로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 역시 현재 국제환경과 한반도가 직면한 구조 내에서 답보상태에 있다. 많은 합의들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이제 장관급 회담이 다시 열려도, 북한이 원하는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해도, 장관급 회담 합의문에 들어가야 할 새로운 내용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남북관계는 한 차원 도약해야 한다. 군사적 신뢰구축 분야에서 진전이 있어야 하고, 납북자·국군포로 문제에서도 보다 가시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정치적 신뢰구축분야나, 경제협력이 할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도 중요하다. 고이즈미 총리는 임기 중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했고, 동서독 관계에서도 1970년 3월 1차 회담 이후 1990년 1월까지 6차례의 정상회담이 열렸다. 노무현 정부 임기 내에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회담의 정례화에 중요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에 열려야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정상회담은 국내적 논란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하나의 회담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

II. 그러나 정상회담이 쉽지 않은 이유

▲ 지난해 7월 24일 오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해서 이종석 통일부장관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보와 보수단체가 시차를 두고 각자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상회담은 하고 싶을 때, 언제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상회담이 쉽지 않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의 소극성 때문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을 작성할 때,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명기한 것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 의지는 약했다. 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전통적으로 남북관계보다는 대미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그 이전도 마찬가지지만,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가 발생한 이후 북한의 모든 외교정책은 대미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구조는 다르지만, 선 핵문제 해결(북한 입장에서는 대미관계 개선), 후 남북관계라는 구도는 북한이나 남한이나 같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페리 프로세스'라는 북미 관계의 진전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도 북한은 모든 것을 대미관계에 걸고 있고, 이 고비를 넘어서야 포괄적인 남북관계 진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것이다. 나아가 남쪽은 5년마다 선거를 통해 정권이 바뀌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은 시간이 갈수록 다음 정권을 대화상대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정부 역시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의지는 마음먹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의제를 준비하고 조율하고, 상황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문제는 정상회담이 하루 아침에 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2007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고, 하반기에는 정상회담이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열린다 해도 정치적 논란으로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상반기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야 하는데, 최소한 지금은 정상회담 준비국면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 그럴 조짐을 찾기 어렵다. 모든 인도적 지원이 중단되어 있다. 하물며 국내적으로 반대가 적을 것 같은 국제기구(WFP)와의 대북지원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 물론 인도적 지원여부는 정상회담과는 별 연관성이 없다. 북한은 그 정도는 장관급 회담 의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달리, 지금은 경제력이라는 협상수단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핵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평화문제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같은 핵심의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들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중요한 현안들이 상충되지 않도록, 협상의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핵문제 우선 해결론이 일리가 있지만, 워싱턴-서울-평양의 선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핵문제도 풀리지 않을 것이며, 1994년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지만 핵 문제가 풀린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워싱턴만 쳐다 보는 정책이라면, 한국의 역할은 없다. 나아가 현재의 과제를 복잡한 이행합의서의 구체화라는 기술적 문제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있다.

핵문제는 신뢰 형성의 문제이고, 정치적 환경 조성의 문제다. 남북관계의 냉각이 지속된다면, 한국은 워싱턴-베이징-평양의 삼각대화를 바라만 보아야 할 것이다. 정상 회담에 대한 의지는 바로 서울을 통해서 워싱턴과 평양의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고자 할 때, 비로소 진정성을 인정받을 것이다.

셋째, 국내정치적 상황이다. 정상회담이 국내정치적으로 쟁점화 될수록 북한과의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경제적 협상수단의 활용이 어려워지고 있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비롯한 평화문제를 둘러싼 국내적 조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적인 입장 차이가 외교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지만, 남북관계에서는 다르다. '안되면 말고'의 전략으로는 소극적인 북한을 설득하기 어렵다. 나아가 최소한의 국내적 동의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이 요구되고 있다. 준비과정에서의 투명성은 준비 협상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III. 무엇을 할 것인가?

정상회담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점점 더 성사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남북한 당국 모두 정상 회담 의지가 별로 없는데, 필자를 비롯하여 한쪽에서는 정상회담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핵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 재정립과 포괄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최소한 현재의 상황에서 정상회담이 필요하고, 정상회담을 시기와 장소, 의제와 관계없이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론화 과정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야 한다. 2007년은 한국에서 대선이 있는 해이지만, 부시 행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외교적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해이고, 중국의 입장에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평화적 개최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해이다.

단지 국내정치 문제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주장은 너무 무책임하다. 북한이 핵보유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말인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북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의 깊이와 범위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모든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탈냉전 이후 한반도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북한의 핵보유라는 중대 기로에서 정상회담 말고, 한국의 적극적 역할도 보이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코리아연구원(www.knsi.org)은 연구자, 정책전문가, NGO 활동가 등을 기반으로한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로 외교안보 및 양극화 관련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 제시를 목적으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남북관계, #북핵,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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