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변액보험상품은 사업비 비중이 높아 가입 초기 해약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가입시 주의가 필요하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사례1] 서울에 사는 K씨. 모 보험사에 변액보험을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제 담당자가 변경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벌써 1년 사이 3번째 담당자 변경이다. 새로 맡게 된 담당자는 고객관리 잘 해드리겠다며 방문하겠다고 말하지만, K씨는 믿음이 가질 않고 담당자의 방문이 귀찮을 뿐이다. 가입한 상품에 대한 문의는 담당설계사보단 콜센터를 이용하는 편이며, 서비스란 것도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다.

[사례2] 대전에 사는 M씨. 보험설계사가 된 친구의 권유로 월 30만원짜리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나름대로 변액보험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이 많아 한참을 망설여 어렵게 가입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다른 보험사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변액보험에 대한 민원을 제기해서 이전 계약을 없애고 옮긴 회사의 상품으로 계약을 다시 하자고 제안한다.

왜 그래야하느냐고 어리둥절해 물었더니, 옮긴 회사의 변액보험이 더 수익률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때는 그 회사의 상품을 제안했느냐고 따져 물으니, 그 당시는 잘 몰랐다며 이제는 다르다고 확언하는 것이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데 친한 친구라 거절도 쉽게 못하고 M씨는 난처했다.

[표1] 보험설계사 13월차정착율 현황(2006.12. 단위 : %, %p)

 

구 분

 

FY'02

 

FY'03

 

FY'04

 

FY'05

 

FY'06

상반기

 

(증감)

생 보

 

30.8

 

31.2

 

33.7

 

36.1

 

38.5

 

2.4

손 보

 

43.0

 

39.7

 

38.8

 

39.5

 

43.9

 

4.4

합 계

 

33.6

 

33.1

 

35.3

 

37.8

 

41.0

 

3.2

ⓒ 금융감독원

10명 중 6명, 보험회사 1년도 안 다닌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05년 4월에서 2006년 3월 사이(FY'05)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설계사의 13월차 등록정착률이 보험사 전체평균 36.1%, 39.5%로 40%에도 못 미친다. 13월차 등록정착률이란 쉽게 말하자면 보험설계사가 신규등록 후 1년 이상 정상적인 보험모집활동에 종사하는 인원의 비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지표는 설계사가 100명이 위촉되었을 경우 1년 후엔 40명 정도만 활동하고 나머지는 그만두었다는 것으로 그에 따른 '고아계약'의 발생으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처럼 보험설계사의 정착률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지인을 통한 영업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체로 설계사가 입사해서 3개월 정도면 주변의 지인은 거의 만나게 돼 신규가망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설계사들은 실적이 저조하게 되고 결국 중도 하차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설계사의 잦은 이직을 유발하여 설계사의 생활안정에도 치명적이지만 정착률 하락이 고객의 계약유지율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고객의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로 정착률이 낮은 보험사의 13회차와 25회차 계약유지율을 보면 정착률이 높은 회사와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표2] 보험계약 유지율 변동추이(2006.12 단위 : %, %p)

 

구 분

 

FY'02

 

FY'03

 

FY'04

 

FY'05

 

FY'06

상반기

 

(증감)

13회차

 

79.3

 

73.6

 

79.0

 

79.3

 

80.9

 

1.6

25회차

 

65.7

 

62.5

 

58.3

 

65.7

 

66.3

 

0.6

ⓒ 금융감독원

설계사가 옮겼으니 보험도 갈아 타라?

보험에 가입할 땐 보험회사와 보험상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는 설계사가 제일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회사의 좋은 상품도 오랫동안 신뢰를 갖고 함께 할 수 있는 설계사를 만나지 못한다면 고객의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나마 사례의 K씨의 경우는 단지 보험 유지 서비스를 제대로 못 챙겨 받는 불이익만 감수하면 된다. 그러나 M씨의 경우처럼 담당 설계사가 정착하지 못하고 타 보험사로 옮기게 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기존 상품을 손해 보고 해약해서 새로 옮긴 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권유받기 때문이다. 때로 3개월 이내 계약과정의 불완전 판매를 전제로 고객이 보험회사에 민원을 제기해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 즉 담당 보험설계사가 새로운 보험사로 옮긴 지 3개월이 채 안 되었을 경우에는 해지를 권유해 계약을 처음부터 새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언뜻 보면 고객은 손해를 전혀 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 자체로 담당설계사의 직업안정성과 직업철학을 의심할 수 있다. 즉 언제든 또 옮겼을 경우 보험설계사의 실적만을 위해 고객은 영업의 대상이 되어 어떤 제안을 받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험설계사 장기 정착을 위한 보험사의 노력이 필요하다. 보험사에서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의 정착률 수치를 볼 때 굉장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보험사는 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교육 강화, 지인의 틀을 벗어난 영업방식 유도, 설계사의 지위 향상 등 다양한 대안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어려워지는 보험상품, 보험조직도 전문화돼야

보험상품은 미래의 불확실성. 즉 사고나 사망, 질병 등에 대비한 금융상품이다. 한마디로 저축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장 소액의 보험료로 목돈 나갈 것을 준비하는 상호부조이다. 누구나 원치 않는 불행한 일에 소액의 비용을 지불하고 만약을 대비하는 것이다. 최소 10년, 길게는 20, 30년간 비용을 지불해야 보장받을 수 있다.

따라서 최소의 비용으로 보장설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산은 없는데 보장자산만 늘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기본적으로 건강하게 살면서 쓸 돈을 계산치 않고 가급적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불행한 일에 대비한 자산만 계산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뿐더러 그 또한 위험한 재정운영이다.

결국 보험료를 책정하는 것은 단지 보험상품 하나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전반적인 재정운영 원칙을 정해 판단해야 한다. 또한 보험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보험료의 적정성. 보험상품의 유지 판단, 교체의 적정성 등을 꾸준히 관리해서 최소의 비용지출, 적절한 보장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상품 중 하나인 보험상품이 정착률조차 낮은 비전문적인 영업조직의 불완전 판매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게다가 금융환경은 날로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보험상품도 단순하지 않다. 특히 두 사례의 고객들은 보험과 투자 상품의 결합인 변액상품에 가입했다. 이처럼 보험상품이 복잡해지는 것은 위험성이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판매자의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여전히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전문성을 판단하기보다 무조건 많이 뽑는데 혈안이 되어 있으며 도덕성과 전문성을 교육하기보다 판매 교육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1년간의 설계사 정착률은 단 40%. 나머지 60%에게 가입한 고객은 당연히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1년간의 설계사 정착률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1년 이상의 설계사 정착률은 더욱 낮을 것이 뻔하다. 고객의 입장에선 보험 가입시 좀 더 꼼꼼하고 신중하게 보험설계사를 판단해봐야 할 일이지만 보험회사의 판매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보험가입문화도 이제는 지인보다는 전문가를 선택하려는 것으로 철저히 바뀔 필요가 있다. 마지못해 가입한 보험, 이제는 제대로 들여다 볼 때이다.

태그:#보험, #변액보험, #보험설계사, #보험회사, #보험상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