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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저우시 중심지에 위치한 '1573국보양조지'. 여기에서는 지금도 전통적인 발효기법에 따라 '궈자오1573'을 생산한다.
ⓒ 모종혁

@BRI@쓰촨성 수도인 청두에서 자동차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루저우(瀘州)시. 양쯔강을 끼고 있는 이 도시 중심가에 위치한 샤잉거우(下营溝)에는 특별난 유적이 자리잡고 있다.

'1573국보양조지'(國寶窖池). 중국정부가 지정한 국보 유물은 다름아닌 술 양조장이다. 명나라 만력제 때인 1573년에 세워졌다 하여 이름지어진 '1573양조지'는 그리 크지 않은 장방형 백주 제조지이다.

오늘날 1573양조지는 과학적으로 풀기 힘든 거대한 미생물 활동지로, 외국 국빈의 중국 방문시 접대용으로 나오는 '궈자오(國窖)1573'이 여기서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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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자오1573의 생산과정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선 백주의 주원료가 되는 고량(高梁, 수수) 등 여러 곡류와 잡곡류를 갈아서 크게 네 군데로 나눠진 1573양조지의 미생물 덩어리인 진흙 보관소에 덮여 12개월 동안 발효시킨다. 수백년 동안 1573저장지에서 활동한 미생물들에 의해 발효된 원료는 1573양조지 바로 옆에 있는 위치한 용천정에서 나온 물에 섞어 고온의 증류방식에 따라 술로 제조한다.

만들어진 궈자오1573은 루저우 모처에 위치한 천연지하 술독 보관소로 옮겨진다. 궈자오1573을 담은 항아리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한 조건 속에서 자연순환방식에 따라 짧게는 5년, 길게는 50년까지 보관되어 숙성시킨다.

▲ '1573국보저장지' 바로 옆에 있는 용천정. 4백여년동안 마르지 않은 샘으로 '궈자오1573'의 원액을 공급했다.
ⓒ 모종혁
루저우라오자오(瀘州老窖)회사 뤄칭(여) 홍보실 과장은 "루저우라오자오에서 생산되는 술은 발효 강도와 숙성 시간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면서 "숙성을 오래시킨 술일수록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1573양조지는 4백여년 동안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무수한 미생물이 활동하는 곳"이라며 "지금은 이 미생물의 원천을 밝혀내어 여러 방도로 이용하기 위해 미생물연구소까지 설립,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 때문일까. 궈자오1573은 1917년 파나마만국박람회에서 식품분야 금상을 수상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이자 소문난 애주가인 덩샤오핑도 궈자오1573을 특히 즐겨마셨다.

뤄 과장은 "1573양조지는 긴 세월동안 한 장소에서 지금까지 술을 생산한 곳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되었다"고 말했다.

루저우에서 1시간 반 떨어진 이빈(宜賓)시. 루저우와 마찬가지로 양쯔강 변에 있는 이 도시에는 중국 최대의 백주회사가 자리잡고 있다.

쌀·옥수수·찹쌀·보리, 수수 등 다섯 가지의 곡물을 혼합해 만든 백주인 우량예(五粮液). 이 술은 오늘날 중국을 대표하는 고급 백주 브랜드이다.

우량예회사는 한정생산판매를 통한 고급화전략과 각 지역 시장특성에 맞추는 브랜드 다변화전략으로 중국 제1의 백주회사로 발돋움했다. 이에 비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마오타이(茅台)는 오랫동안 한 브랜드만을 고집하여 1위 자리를 우량예에 내주었다.

국가지도자들이 키운 향토브랜드 '우량예'

▲ 2003년 5월 11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우량예회사 방문을 기념하여 세운 조형물.
ⓒ 모종혁
1992년 백주는 전체 주류시장에서 63%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1996년 백주 생산량은 801만톤으로, 역사상 최고의 정점을 기록한 뒤 점차 쇠퇴해갔다.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맥주·포도주 등 순한 술을 찾는데다, 백주 애호가들도 숙성이 잘 된 값비싼 고급술을 찾기 때문이다.

여기에 값비싼 명주를 모방한 가짜 술의 유통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백주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했다. 지난 11일 구이저우성 구이양시에서 적발한 가짜 마오타이 제조현장은 실로 충격적이다.

한 민간주택에서 생산된 가짜 마오타이에는 제조업자가 진짜와 비슷한 맛과 향기를 내기 위해 살충제인 DDVP 농약을 첨가한 것. 2004년 9월에도 광둥성 광저우시에서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짜 술을 적발했는데 가짜 우량예의 유통이 가장 많은 것을 밝혀냈다.

가짜 우량예가 많은 데에는 가격도 고가인데다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데에 있다. 베이징대학 브랜드연구실이 주요 도시 거주자 5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량예는 중국기업 브랜드 가치평가에서 306억위안(약 3조6700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2003년 5월 우량예회사를 찾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우량예는 세계적인 유명브랜드로 성장한 대표적인 향토기업이자 아주 전망이 유망한 기업"이라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역대 쓰촨성 성장들 또한 우량예를 지역경제 발전의 성공사례로 선정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쓰촨의 술과 요리가 중국을 제패하다

▲ 기자가 좋아하는 쓰촨요리 중 하나인 셔우스양파이(手撕羊排). 보기만해도 매운 느낌으로 확 달아오른다.
ⓒ 모종혁
궈자오1573과 우량예 같은 쓰촨의 전통주는 국가지도자들의 관심과 애호가들의 애정 속에서 발전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쓰촨산 백주는 중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베이징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징지우(京酒)는 우량예회사가 베이징만을 타켓으로 개발한 보급형 백주이다.

쓰촨술과 함께 쓰촨요리도 중국을 제패하고 있다.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쓰촨요리의 매우면서 아린 맛은 쓰촨의 농향(濃香)형 백주와 딱 어울리면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의 식당가를 장악한 쓰촨요리는 다시 음주문화에 영향을 주면서 장향(醬香)형이 주류이던 백주 시장을 농향형으로 대체시켰다. 쓰촨의 술과 요리가 상호 연쇄작용으로 발전하면서 중국인의 입맛과 술맛을 바꾼 것이다.

지금 우리의 음식이 한류 바람을 타면서 중국에서 환영받고 있다. 우리의 소주가, 우리의 전통주가 중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날이 올지 지켜볼 일이다.

▲ 작년 4월 선전(深圳) 경매에서 88만위안(약 1억600만원)에 팔린 우량예 기념주 '0009'호. 1915년 파나마만국박람회에서 식품분야 금상을 탄 것을 기념하여 한정 생산, 판매되는 술이다.
ⓒ 모종혁
꽃 가운데 술 한 병 놓고(花間一壺酒)
친한 이 없이 혼자 마시노라(獨酌無相親)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으매(擧杯邀明月)
그림자 마주하니 세 사람이 되었구나.(對影成三人)

달은 원래 술 마실 줄 모르고(月旣不解飮)
그림자 헛되이 나를 따라다니네(影徒隨我身)
잠시 달을 벗하고 그림자를 거느리고(暫伴月將影)
그저 이 봄 더불어 즐겨나 보세.(行樂須及春)

내가 노래하니 달도 서성이고(我歌月徘徊)
내가 춤추니 그림자 소리 없이 나를 따르네.(我舞影零亂)
깨어있을 때는 함께 즐기지만(醒時同交歡)
취하고 나면 제각기 흩어지겠지.(醉後各分散)

영원히 정에 얽매이지 않는 우정을 맺어(永結無情游)
아득한 은하수에서 만나기를 기약하세.(相期邈雲漢)

- 이백 '월하독작'(月下獨酌, 달빛아래 홀로 술을 마시며)

태그:#백주, #400년, #신비의술,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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