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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재두루미
ⓒ 이현상

지난 1월 국방부와 김포, 고양시는 한강하구 일대의 철책을 제거하기로 합의하였다. 제거되는 철책은 올림픽대로 종점인 김포시 고촌면 전호리에서 걸포동까지 10.6km, 일산 방향은 행주대교에서 최근 완공단계인 일산대교까지 12.9km로서 총 23.5km에 이른다.

▲ 철책 너머 평화롭게 먹이를 먹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
ⓒ 이현상

50년만에 철책을 제거하기로 했다는 소식과 함께 고양시는 장항습지에 생태공원을, 김포시는 한강변에 시민체육시설을 개발하겠다는 각종 개발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개발계획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한강하구의 생태적 가치에 주목하고 꾸준하게 조사해온 시민환경단체 및 활동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보내고 있다.

▲ 한강하구는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 이현상

한강 하구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습지 중 가장 잘 보존된 생태계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한강 하구가 철새들에게 마지막 남아있는 피신처가 된 것은 김포와 고양시 강변의 철책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철책만으로 철새들의 피신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강 하구 근처의 파주와 김포 일대의 농경지가 철새들에게 채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변 환경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시민환경단체 역시 철조망을 철거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개발론자의 입장만을 반영하여 진행되는 철책 제거와 개발은 한강하구가 지닌 생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로서 소탐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 김포 홍도평에서 채식중인 재두루미
ⓒ 이현상

실제 한강 하구의 장항습지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개리, 고니에게 잠자리와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유례없는 따뜻한 날씨로 겨울철새들의 이동이 일찍 시작된 2월 중순 현재 이미 다른 지역에서 월동하던 철새들이 한강 하구를 찾아들고 있다.

▲ 2월 16일 아침 촬영한 한강 하구 잠자리에서의 재두루미.
ⓒ 박건석

평소 한강 하구를 잠자리로 삼고 있는 재두루미 개체 수는 100여개 체였으나 지난 2월 16일 조사에서 121개체가 관찰되었으며, 각 지역의 재두루미들이 북상하며 합류하여 개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한강 하구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와 휴식을 취한 후 시베리아로 향하는 긴 여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 해질 무렵까지 홍도평에 머물다 한강 하구의 잠자리로 돌아간다.
ⓒ 이현상

철원 일대를 제외한다면 한강 하구는 재두루미의 최대 도래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충분한 논의와 생태계 보존을 위한 대안을 수립하지 않고 무조건 철책을 제거한다면 한국에서 가장 의미 있는 생태계의 보고가 송두리째 사라지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 한 노릇이다.

▲ 한강 너머 돌아가는 재두루미. 일산 아파트와 북한산이 보인다.
ⓒ 이현상

철책이 제거된 후 기존의 갈대밭과 습지가 사라진다면 대체되는 시설이 시민 체육시설이던, 생태공원이던 사람의 발길이 무시로 드나들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철새들의 보금자리로서의 역할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

철책을 제거하더라도 기존 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는 대안을 수립한 후 진행되어야 한다. 날로 열악해지는 김포 일대 재두루미의 채식지 환경과 더불어 잠자리까지 빼앗아버린다면 재두루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는 일이며, 결국에는 한강 하구를 떠나게 될 것이다.

▲ 홍도평 일대는 최대 60 여 마리의 재두루미가 한꺼번에 찾아온다.
ⓒ 이현상

한강 하구를 터 삼아 생존하고 있는 재두루미와 고니와 개리와 수많은 기러기, 오리들을 내몰고 그 자리에 체육시설을 짓지 않아도 사람들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지만, 생존의 터를 빼앗긴 생명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한강하구의 생태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보존하는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 및 지역 시민환경단체와의 사전논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들에게는 단지 미관상 보기 싫은 철책이지만 철책 안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에게는 생존을 좌우하는 최후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한 민간 활동가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이다.

김포 재두루미

▲ 아파트를 배경으로 비행하는 재두루미 가족
ⓒ이현상

재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7,000여마리가 생존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1968년 천연기념물 203호 지정 보호하고 있다. 김포 재두루미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비상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였지만 실상 재두루미의 생존 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채식지 역할을 하는 홍도평 일대는 비닐하우스와 농로가 늘어나면서 내려앉을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때 잠자리를 제공하던 한강 하구의 철책마저 제거된다면….
/ 이현상

덧붙이는 글 | 철책을 제거하는 게 꼭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알려주십시오.


태그:#재두루미, #한강, #한강하구, #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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