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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입학식이 식장에 참석한 학생들과 교직원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 조명과 마이크가 꺼지고 종이비행기가 난무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학생들이 무대에서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책임을 총장과 이사장에게 묻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교직원이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10시 올림픽체육관에서는 2007년 한양대 입학식이 열렸다. 하지만 올해의 입학식은 예년과는 달랐다. 매년 오른 등록금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 측에 공개적인 비판을 가했기 때문이다.

입학식장 깜짝 퍼포먼스 27일 오전 서울 행당동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입학식장에서 총학생회측 학생들이 높은 등록금에 항의하며 '등록금 비싸요'를 적은 대형 천을 들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입생과 학부모가 한마음으로 총학생회측의 주도에 따라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종이비행기를 접어 행사장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축하공연, 영상메시지... 그러나 달라진 분위기

입학식은 학부모와 신입생, 그리고 신입생들을 보러 온 재학생들로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은 발디딜 틈 없었다. 입학 축하 공연, 총장 훈화가 있고 연예인 장근석, 김효진, 정치인 추미애 등의 입학 축하 영상메세지가 이어졌다. 여기부터는 보통 입학식처럼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후 분위기는 달라졌다. 학생회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등록금의 문제에 대해 신입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심현수 한양대 총학생회장은 "현재 대학교의 등록금 인상비율은 소비자물가지수보다 2~3배 높다"고 말하며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올랐기 때문에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심현수 총학생회장은 "부모님들은 자식이 잘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신다, 올해 등록금을 납부하실 때도 엄청난 돈이었지만 그저 자식이 잘되기 위한 마음 하나로 그 돈을 납부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등록금이 없어 대학 합격증을 찢어야 하는 수험생들도 비일비재하다"며 등록금 인상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등록금을 납부한 만큼 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면 낼 수 있다, 하지만 등록금이 계속 오르고 있는데 학생들의 이익은 와닿지 않는다"며 등록금 인상을 반대했다.

이들은 단상에서 발언함과 동시에 미리 준비한 등록금 인상을 반대를 나타내는 대형 현수막을 식장 오른쪽에 내걸었다. 그리고 신입생들은 학생회에서 미리 나눠준 종이를 접어 총장, 이사장 등에게 날렸다. 이 종이에는 총학생회장이 신입생 새내기들에게 쓴 등록금 관련 편지글이 적혀있었다.

마이크 뺏기 시도 총학생회 간부들이 비싼 등록금에 항의하자 학교측 관계자가 마이크를 뺏으려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학교측 관계자와 실랑이 심현수 총학생회장과 학교측 관계자가 언쟁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학생들 깜짝 시위에 퇴장 총학생회 간부들이 비싼 등록금에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자 대학원장이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당황한 학교 "조명 끄고, 마이크 빼버려"

애초 학교와 협의된 것은 학생회 관련 2명의 학생이 무대에 나와 신입생들에게 축하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10여명의 학생들이 무대에서 등록금 책정의 부당성을 발언하자 학교측에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발언 중이던 마이크가 꺼지기도 했고 무대 조명을 끄기도 했다.

교직원이나 교수들은 "학생들 모을 힘이 없으니깐 이런 식으로 하는 거냐" "절차를 지키면서 주장을 해야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면 어떻게 하는가"고 항의했고, "(말이 들릴 수 없도록) 마이크 선을 빼버려, 빼버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측의 등록금 논의 태도, 재단전입금 등에 대해 비판을 이어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몇몇 교수들은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신입생 및 학부모들이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 입학식장을 찾은 한 어머니는 "이제 입학식을 했을 뿐인데, 벌써 빚쟁이가 된 느낌이다"며 벌써부터 다음 학기 등록금 걱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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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학식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전민수씨는 학생회에서 언급한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지방에서 올라와 친척집에 있게 될 것 같다"며 "천장부지로 오른 등록금에다 생활비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걱정"이고 말했다.

신입생 오동명씨 역시 "대학교를 오기 전에는 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며 등록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입학식장에서 깜짝 시위를 벌인 학생회 간부들이 체육관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한 학생이 신입생들이 적어 놓은 엽서의 글을 읽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총장님. 저희 어머니, 아버지 요즘 많이 힘드십니다. 등록금이 더 올라서 저희집 등록금 겨우 냈습니다. 꿈 꿔오던 한양대에 들어왔지만 가정의 평화는 깨어지기 일보직전입니다. 내려주세요. 제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제 대학이란 공간에서 더는 돈 걱정없이 번쩍번쩍하고 알록달록한 제 꿈을 키워 나가고 싶습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새내기의 편지 "총장님! 등록금이 안 비쌉니까?

이날 입학식 행사장 앞은 매우 분주했다. 사진을 찍으라고 권유하는 사진사, 뻔데기를 파는 장사꾼, 그리고 저마다 신입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책상을 들고 나온 동아리 회원들 등 때문이었다. 여기서 눈길을 끈 것은 신입생들이 등록금과 관련해 총장에게 보낸 공개 엽서.

"당신이 보기엔 안 비쌉니까" (07학번 경영학과)
"세상에 모든 일들이 이윤을 목적으로 한다지만 교육만큼은 최소한으로 이윤을 추구했으면 합니다." (07학번 법학과)
"총장님, 우리 어머니 아버지 등골이 휘고 계십니다. 제발 좀 살살 올립시다. 부탁합니다." (07학번 경영학과)


반말에서부터 존대말까지, 격식을 갖춘 태도에서부터 격의없는 태도까지, 다양한 표현들로 써진 엽서들은 하나의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 신입생들은 길게 줄지어 전시되어 있는 엽서를 하나하나 읽어가며 자신의 생각과 똑같다며 맞장구를 친다.

가족들과 엽서를 구경하던 신입생 전유림씨는 "엽서에 쓰인 내용 하나하나에 공감이 간다"며 "입학식에서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걸 보면, 잘은 모르겠지만 대학교에서 등록금 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태그:#한앙대, #입학식, #행당동, #퍼포먼스, #종이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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