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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통신
ⓒ 일러스트 서영준 화백
[송민성 기자] 장애인과 국회의 거리는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도 멀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지난 2월 발표한 '2006 웹 접근성 사용자 평가' 결과 국회의원과 정당 사이트는 다른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과 시민사회단체보다 장애인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는 비장애인, 저시력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뇌병변, 지체장애인 등으로 구성된 11명의 평가단이 사용자 평가 지표를 만들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분야별 800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직접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국회 분야는 국회와 4개 정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및 주요 당직자 의원 35명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국회 전체 평가에선 국회 예산정책처(www.nabo.go.kr)의 점수가 91.9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는 중앙정부 부처 79개 중 4위로 높은 수준이다.

국회(www.assembly.go.kr)는 86.8점(9위), 국회 도서관(www.nanet.go.kr)이 56.8점(53위)으로 뒤를 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19.4점에 불과해 꼴찌를 차지했다.

정당 사이트도 장애인이 이용하기엔 불편했다. 민주노동당만 51.3점으로 겨우 50점을 넘었을 뿐 열린우리당 41.3점, 민주당 38.0점, 한나라당 26.6점으로 장애인을 비롯한 소수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선전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민주노동당도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는 메뉴가 하나도 없었고, 키보드를 통해 접근이 어려운 메뉴가 36개에 달했다.

열린우리당은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는 메뉴가 62개나 됐고(33개 제공), 키보드를 통해 접근할 수 없는 메뉴가 87개였다(2개 적합). 민주당은 사이트맵이 없고,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사용하고 있었다.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는 메뉴는 없고(4개 제공), 키보드로 접근할 수 없는 메뉴는 34개(16개 적합)였다.

현재 제1당인 한나라당의 홈페이지는 더 심각했다.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지 않는 메뉴가 78개, 키보드로 접근하기 어려운 메뉴가 140개나 됐다.

장향숙 압도적 1위, 이미경 > 김근태 > 김효석

의원 홈페이지 중에는 장향숙 의원이 85.3점으로 단연 두드러졌다. 2위인 이미경 의원(59.6점)과는 25점 가량 차이가 났다.

장 의원 홈페이지의 경우 프레임 사용도 적절하고(3점 만점에 3점), 키보드로 메뉴에 접근하기 쉬웠다(37개 적합, 3개 부적합). 사이트맵도 잘 만들어져 있고, 소리 정보에 대한 시각적 표시도 잘 돼있는 편이었다(5점 만점에 각각 3점).

부족한 점도 있다.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는 메뉴가 20개였는데(9개는 미제공), 대체 텍스트가 적절한 것은 2개밖에 없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사용하고 있다.

이미경 의원에 이어 김근태(55.7점), 김효석(54.9점), 강봉균(53.5점), 전재희(53.2점), 백원우(52.9점), 정화원(52.7점), 강기정 의원(51.3점)이 50점을 겨우 넘겼다.

조사 대상 의원 중 최하위권을 차지한 의원은 장복심 의원(15.7점)이었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로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 의원 홈페이지는 장애인 사용자를 위한 배려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사이트맵과 소리 정보에 대한 시각적 표시만 제공될 뿐 대체 텍스트가 제공되는 메뉴는 단 한 개도 없었다(72개 미제공). 키보드를 통해서 접근할 수 있는 메뉴도 없었다(71개 불가).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형오 의원(22.0점), 열린우리당 보건복지위 소속 김춘진 의원(23.1점)과 김선미 의원(23.3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김부겸(23.7점), 고경화(23.8점) 의원과 함께 열린우리당 전 의장 문희상 의원(24.8점), 민주당 전 대표 한화갑 전 의원(26.8점), 민주당 전 부대표 신중식 의원(27.6점)도 30점대를 밑돌았다.

조사를 진행한 장애인인권포럼 현근식 팀장은 "국민의 대표라고 하는 국회 사이트조차 장애인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며 "이는 장애인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현 팀장은 "국정감사 때마다 여러 의원들이 언급해도 실상 나아지는 것은 없다"며 "관련 전문가도 없고,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제기 선에서 끝난다"고 말했다.

인권포럼측은 장애인 웹 접근성과 관련한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현 팀장은 "미국과 영국 등은 페이지당 이미지 퍼센트를 제한하는 등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항까지 법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달 통과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장애인을 위해 음성서비스, 자막 등을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지만 너무 단순하다"며 "개별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평가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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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는 10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이뤄졌다. 각 항목을 평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웹사이트가 이미지로 메뉴를 만드는 경우 시각장애인이 메뉴에 접근하기 어렵다. 인터넷 브라우저를 사용해 웹이미지를 보이지 않게 할 때 이미지를 대체하는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

대체 텍스트가 있다 해도 부적절하면 감점 요인이다. 웹이미지와 다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로 돼있다면 웹 접근성을 저하시킨다.

웹사이트 접속시 맨 처음 접하게 되는 화면이 팝업인 만큼 해당 화면이 팝업인지 아닌지, 어떤 내용인지 시각장애인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장애인용 보조공학기구(스크린리더)는 공간이 분할된 프레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므로 프레임을 사용한 사이트는 감점을 한다.

키보드로 모든 상호작용 콘텐츠에 접근 가능한지도 중요하다. 평가단은 특히 TAB 키를 사용해 모든 콘텐츠에 접근 가능한지 체크했다. 마우스를 사용해 정확히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이나 손에 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키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ctiveX 컨트롤은 전자결제, 파일다운로드 등 사용자와 웹페이지간 상호작용을 하는 웹기술로 표준화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웹 접근성을 저하시킨다. 특히 시각·상지 장애인이 키보드로 설치 및 운용 가능한지 체크했다.

대부분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플래시 애니메이션 사용 여부도 확인했다.

사이트맵은 웹사이트의 모든 메뉴를 아우르고 있어 사이트맵이 제대로 짜여져 있다면 웹 접근이 훨씬 용이해진다. 물론 키보드로 운용 가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소리 제어 장치를 제공하고 있는가를 체크했다.

덧붙이는 글 |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그:#정치, #장애인, #국회의사당,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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