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안희정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
ⓒ 오마이뉴스 장재완

안희정. 참여정부의 탄생주역인 그가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 집행위원장이자 '대전충남 참여정부 평가포럼' 상임공동대표로 복귀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노무현 대통령의 오른팔' 꼬리표를 떼기보다 오히려 전면에 내세운 것.

그는 평가포럼의 활동내용과 관련 "참여정부의 실패론과 무능론은 정당하지 않다"며 "참여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평가이지만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이를 검증해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스스로 변론하지 않으면 알릴 기회가 없다"며 "그동안 대통령 스스로 말해 왔지만 여전히 소통이 막혀있어 직거래장터를 틀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변론해 직거래장터 틀 수밖에"

안 위원장은 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에 대해서는 "브리핑 횟수를 줄이는 것도 아니고, 기사 송고실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는 말로 지지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기자들도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같은 당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계승하겠다더니 도대체 뭘 계승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정 전 의장이 취재선진화방안을 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평가한 데 따른 비판이었다.

그는 "자기 역사와 고향이 어디인지조차 몰라서야 되겠느냐"며 "언론인 출신이지만 이제 언론도 바꿔야 한다고 말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께 충성하라는 얘기가 아니다"며 "역사에 충성하고 지지자들에게 상처 입히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양극화와 서민고통 다 해결해 줄 것 처럼 얘기하지만 이는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서민의 친구가 아니면서 친구인 것 처럼 말하는 것을 지적해 주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25일 오후 대전 유성에서 안희정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참여정부 평가 포럼의 창립 취지는?
"참여정부 실패론과 민주화 정부 무능론이 사실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혁적 신문조차도 민주개혁세력의 실패론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무능한 진보보다는 부패한 보수가 낫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 포럼은 참여정부 실패와 무능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서 참여정부의 성과를 객관적 지표를 통해 평가해 보자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아무도 객관적 평가를 하지 않아 우리가 나서게 됐다."

- 어떤 방식으로 객관적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가.
"객관적 평가가 아닌 주관적 평가일 수 밖에 없다. 다만 객관적 자료와 지표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자면?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은 지난 2002년 참여정부 출범 직전에 133조원이던 국가채무가 2007년 301조원으로 두배가 늘어났다고 참여정부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중 73%에 해당하는 122조원은 공적자금 상환 및 외평채 발행에 사용된 금액이다. 즉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거나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쓴돈이다. 순수 늘어난 채무는 23조 가량이다. 이 또한 국가의 교육과 복지 등을 위한 필수사업으로 조세로 감당하기 어려워서 늘어난 것이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서민과 국민 죽이는 세금폭탄'이라고 했는데, 종부세 고지서 받아보면 이를 세금폭탄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강남에서 고가의 주택을 가진 몇 몇사람들 만의 세금폭탄이다. 그런데도 지난해 지자체 선거가 끝난 후 열린우리당 지도부마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마저도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당이 역할 제대로 했다면 포럼 만들 필요 없다"

- 열린우리당 내에 평가모임을 만들어도 되지 않나. 굳이 당 밖에 모임을 만든 이유는 뭔가.
"당이 제 역할 해줬다면 포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 작년 9월과 10월에는 당 의장을 지냈던 분들이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지자 위장 부도내서 간판을 바꾸자고 하거나 당 깨고 다시 태어나자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지난 2월에서야 당이 전열을 수습하지 않았나."

- 단순히 평가를 위한 것이라면 굳이 지역조직까지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서울차원의 전국 포럼을 만들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나? 토론회나 세미나 밖에 더 하겠나. 또 언론이 얼마나 써주겠나? 우리는 사회적 소통에서 밀려나 있다. 한나라당은 수구 보수가 잃어버린 10년을 찾자고 하면서 김대중 정권은 호남정권으로, 노무현 정권은 아마추어 정권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언론과 지식인 사회가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은 지역에서 고립돼 소통이 막혀있다. 이 때문에 소위 '직거래 장터'를 트기 위해서 지역모임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우리를 지지했던 세력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서 소통의 장을 만들 예정이다."

- 주관적 평가에 대해 '수험생이 자기 답안지를 채점하는 격'이라는 지적도 있다.
"역사적 평가나 제3자의 객관적 평가는 시민사회 등에서 다른 분들이 해야 한다. 스스로 변론하지 않는 자는 자기를 알릴 기회가 없다. 누가 스스로 자기를 변론하고 자기 스스로 긍지에 입각해서 평가하지 않는데 누가 평가해 주겠나. 그래서 스스로 말하겠다는 거다. 이제까지는 대통령 혼자서 말했다. 우리 역시 대통령과 똑같은 심정으로 최선을 다한 역사였고, 후회 없이 국정을 해왔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것다. 그래서 국민들이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 향후 열린우리당의 당 진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보나?
"당이 아비규환이었다가 지난 2월에야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서 대통합신당을 결의했다. 따라서 당이 새로운 결정을 하기까지 따라줘야 한다. 개별적으로 당 해체부터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당장 당 해체를 주장할 거면 탈당을 하면 될 일이다. 당 지도부를 뽑아서 구성했으면, 지도부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

- 평가포럼이 대선 과정에서 당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나?
"아니다. 창립취지문 그대로 활동할 것이다. 참여정부 실패론에 반대해서 객관적 자료와 지표로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를 제시하겠다는 것이고 이같은 활동에만 집중할 것이다."

- 당내 일부에서 포럼을 해체하라는 주장도 있었는데?
"포럼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지난 주부터는 뜸해졌다. 사실 한나라당과 똑같은 주장이 아니라면 포럼이 불편할 이유가 없지 않겠나."

"대선 나설 계획 없다... 이해찬 지지선언 아니었는데"

ⓒ 오마이뉴스 장재완
-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해찬 전 총리의 대선 출마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발언으로 봐도 되나?
"이 전 총리에 대해 특정해서 한 말이 아니다. 이 전 총리께서 결심하셨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주위의 평을 전하면서 이 전 총리를 포함 열린우리당의 김혁규·한명숙·김두관 등 이런 선배 분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전체 인터뷰 전문을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 정부가 발표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도 포럼의 평가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우선 언론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언론인들의 직업적 자존심에 대한 모욕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면 한다. 선진화 제도는 언론인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폐쇄적 기자실을 개방형으로 바꾼 바 있다. 당시에도 특정 언론사들이 수준이하의 언론사를 집어넣는다고 반대했다.

이번에는 37개 브리핑룸을 29개로 축소하고 취재송고실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브리핑 횟수를 줄이는 것도 아니고, 기사 송고실의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기자실은 취재원의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반면 이번 선진화 방안은 취재기자(취재자)가 편리하도록 한 일이다. 오히려 정부가 더 힘들어 지고 불편해진 것이다. 참여정부가 약속했던 정경유착, 권언유착 관계를 끊고 정상적 관계로 환원되도록 하려는 것인데 언론인들이 너무 흥분하는 것 같다.

각 부처별로 취재원과 취재자의 밀착관계를 깨자는 것이다. 사무실 출입제한의 경우에도 공보관실을 통해서 하자는 것인데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렇게 하고 있다. 이는 언론 자유와 취재 자유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생산적인 언론의 취재 기능을 발달시키자는 취지다.

취임 초에 검사들이 '검새스럽다'는 얘기 듣지 않았나? 기자들도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언론 정신에서 봤을 때 취재원으로부터 단돈 1원도, 밥 한끼도 얻어먹지 않겠다는 정신으로 하는 게 옳은 것 아닌가. 언론인들이 자존심 상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거나 언론에 재갈을 불린다고 반응해서는 안된다."

- 정동영 전 의장도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정동영 전 의장은 참여정부의 자산과 부채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슬픔과 고통·기쁨도 같이 하는 것을 말한다. 나머지의 경우 나중에 자기 시대가 됐을 때 극복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 하고, 브리핑 제도개선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쯤되면 도대체 뭘 계승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자기 역사와 주소, 고향이 어디인지조차 몰라서야 되겠는가. 언론에 종사했던 정동영이 아닌 새로운 민주주의 경쟁자고 우리 세력의 지도자 위치에서 발언해야 한다. 예를 들면 '언론인 출신이지만 이제 언론도 바꿔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내 주먹은 쥐고 전국정당하자고 할 게 아니라 내 주먹도 풀고 전국정당 하자고 해야 된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께 충성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역사에 충성하고, 한때 정 전의장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충성하고 상처 입히지 말라는 얘기다."

"정동영, '언론 바꾸자'고 먼저 말해야"

- '대전충남 평가포럼'에서 상임대표 맡았는데?
"지역적 연고로 정치하는 것을 낡은 정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역적 연고를 앞세운 정치인들에게 정책적 연대를 내세우는 정치세력이 패퇴하고 있다. 대전충남에서 지역적 연고에 기대 정치하려는 사람들에게 우리 대전충남의 개혁적 역량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지역 감정을 선동해서 지역 맹주가 되고 지역적 입지를 굳히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대전충남 평가포럼'은 지역에서 우리가 약속했던 새로운 정치 노선이 낡은 정치와 어떻게 싸우고 있고 지금 정세가 어떤지를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 이번 대선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대선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은 없다. 개인적으로 민주화 정부 10년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민주화세력의 소통을 공고히 하는 것이 맡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상의 역할은 혼란만 가중시키지 않겠나."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다 이긴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 많다. 하지만 아니다. 이명박씨나 박근혜씨가 양극화와 서민고통 다 해결해 줄 것 처럼 얘기하지만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박근혜씨가 감세를 통해서 개인과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일자리와 소비를 늘리고, 이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기업의 조세를 감세해 줘도 투자가 늘어나지 않는다. 감세해서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것은 부자 한나라당이 가진 생각이다. 이처럼 서민의 친구가 아닌 사람들이 서민의 친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지적해줘야 한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한 반사이익밖에 없다.

그렇다고 참여정부 지지자들이 '한나라당 반대하는 사람 다 모여라'는 식의 얘기는 하지 말자. 이런 얘기는 일제 시대 또는 박정희 시대나 하던 얘기다. 이제는 내 정책이 무엇이냐를 알려야 하고 우리의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평가포럼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