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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대통합 전도사'를 자임하며 '광폭 행보'에 나선 김근태 의원이 19일로 '대선주자 일순례'를 마쳤다. 범여권에서 거론되는 주요 대선 예비주자는 물론, 대통합 주체인 제 정당·정파 대표들과 모두 한 차례씩 머리를 맞댄 것이다.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이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의 조찬을 시작으로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정동영·신기남 전 의장, 김혁규·천정배 의원 등 주요 대선주자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후보자 연석회의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아직 범여권 합류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과도 지난 16일 만찬을 함께 했다.

또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박상천 대표,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 장상 전 민주당 대표 등 범여권 제 정당·정파 대표들과도 한번씩 만나, 대통합 논의의 돌파구를 모색했다. 19일 오전에는 자신을 포함, 이른바 '문.근.영'의 멤버인 문희상·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함께 '배제없는 대통합'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국현 8월 중순까지는 못 온다, 그 뒤에는..."

▲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김근태 의원은 19일 "대선후보들은 연석회의가 있어야 된다고 얘기하고, 그것을 통해 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경쟁력 있는 후보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일주일간 대통합 행보에 성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고, "지금은 손학규 전 지사가 키를 갖고 있다. 긍정적 방향으로 신호가 있을 것"이라며 "손 전 지사가 'OK'하면 그 때부터 후보자 연석회의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가 아니다'는 대통령 말과 스스로 반한나라당 후보·민주세력 후보라고 하는 것 사이에서 일정한 충돌이 있고, 그것이 본인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문국현 사장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8월 중순까지는 참여하지 못하니, 개문발차(차문을 열어둔 채 출발하는 것)해도 좋다고 얘기한다"며 "문 사장을 생각해서라도 개문발차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8월 이후에라도 문 사장이 '승차'할 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박상천·김한길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대통합추진협의체'에 대해 "중통합은 없다, 그것은 분열"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순수한 마음을 갖고 중통합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상황이 오면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더욱 한꺼번에 (대통합을) 결단하고 해치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길 대표의 '노무현 프레임'에 대해서도 "마치 대통합 신당을 만드는데 노 대통령이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획하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노무현 프레임'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대통합을 이루면 '노무현 프레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출마의 꿈을 접은 그는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평온해 보였다. 그는 "선진평화연대 출범식 때 보니, 손 전 지사가 김 의원과 강한 연대감과 스킨십을 보이던데"라는 질문에는 "좀 진하게 느꼈나요? 섹시하게 느꼈나요?"라고 반문하면서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김 의원이 (친구인) 손 전 지사의 편을 들어주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친구는 사적인 관계다"고 전제하고 "제가 작은 결단을 한 것은 사분오열된 민주세력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인식과 결단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러한 공적인 입장이나 태도를 손상시킬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손학규 편들어준다고? 있을 수 없는 일"

다음은 김근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통합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지난 일주일간 대선주자 및 제 정당, 제 정파 주체들을 전부 만났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나.
"전원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인식이 접근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연석회의가 있어야 된다고 얘기하고, 그것을 통해 국민경선제를 도입해야 경쟁력 있는 후보로 재탄생할 수 있다는 것에도 다 동의한다. 지금은 손학규 전 지사가 키를 갖고 있다. 다른 분들은 열린우리당 당원이거나 전 당원이고, 새로운 사람은 손학규 전 지사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두 사람이다.

문 사장은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8월 중순까지는 참여하지 못하니, 개문발차해도 좋다고 얘기한다. 문 사장을 생각해서라도 개문발차 할 수밖에 없다. 손 전 지사, 좀 강하게 요구도 하고 압박도 했는데, 곧 긍정적 방향으로 신호가 있을 것이다. 손 전 지사가 'OK'하면 그 때부터 후보 연석회의를 바로 시작할 수 있다."

- 문국현 사장은 개문발차 한 이후, 8월 중순이 되면 승차하겠다는 것인가?
"그것도 두 가지로 해석된다. 승차보다는 제3의 길을 모색하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물론 과거세력이고, 열린우리당도 민심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세력이라고 말하더라. 또 다른 길을 가서 (막판에) 후보단일화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게 아닌가 추정된다.

분명하게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은 아니었고, 개문발차를 해도 좋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열린우리당이 과거세력이라고 얘기하기 때문에 본인은 미래세력이라고 자임하고 과거 세력과 함께 하는 것은 창조적인 길이 아니다, 이런 뉘앙스였다. 또 다른 선택과 또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뉘앙스를…(받았다)."

- 문 사장은 범여권에서 일단 대통합을 통해 후보를 내세우면 그 후보와 경쟁하겠다는 의미인가?
"내가 너무 해석을 하면 안 좋을 것 같은데, 조금 선명한 개혁노선, 보다 진보적인 가치를 고민하는…, 이런 방향을 검토하고 고민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 손학규 전 지사가 연석회의에 대해 조만간 긍정적인 사인을 보낼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고 요청하는 것이다."

- 그 시기와 대상을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나.
"손 전 지사는 두 가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말대로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는 아니다. 그런데 스스로 한나라당을 뛰쳐나왔기 때문에 '반한나라당' 후보는 명백한 것 아닌가. 본인이 '민주세력 후보 중 하나다'고 주장하는 것도 접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범여권 후보가 아니다'는 대통령 말과 스스로 '반한나라당 후보, 민주세력 후보'라고 하는 것 사이에 일정한 충돌이 있는 것 아닌가. 이런 것이 아마 본인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7일 '선진평화연대'를 준비하고 발족시켜낸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포지션을 정리하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두번째는, 혹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착오라고 생각하는데, '자신들의 힘을 충분히 비축한 다음, 범여권·민주세력이 대통합을 이루면 그 때 참여하겠다, 또 그 결과를 보고나서 참여하겠다' 혹시 이런 생각이 있다면 이것은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 함께 참여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지자들에게 함께 참여하겠다는 결의를 모아낼 수 있다. (손 전 지사에게) 정말 결단할 시간이 가까이 왔다고 몇 차례에 걸쳐서 강하게 얘기했다."

- 선진평화연대 출범식 때 보니, 손 전 지사가 김 의원과 강한 연대감과 스킨십을 보이던데.
"좀 진하게 느꼈나요? 섹시하게 느꼈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군사독재 시대에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어려움을 같이 겪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이 서로에게 자연스럽다. 다른 한편엔 대통합에 기여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랄까, 이런 게 손 전 지사의 가슴 속에 짙게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 김 의원이 손 전 지사의 편을 들어주는 것 아닌가.
"일부에서 그런 수군거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친구는 사적인 관계다. 제가 작은 결단을 한 것은 사분오열된 민주세력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인식과 결단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한 공적인 입장이나 태도를 손상시킬 수 없다. 그런(편드는) 일은 제가 판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징검다리가 되고자 하는 공적인 생각이 손상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다."

"중통합은 분열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박상천 민주당 대표,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와도 만났다. 이들은 합당을 27일까지 연기한 채 '대통합협의체'를 제안, 열린우리당 탈당파 의원들과 '중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동의하나.
"대통합이라는 것은 어떤 개인도, 어떤 세력도 사전적으로 배제해선 안된다. 그렇게하면 분열의 씨앗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 과거에 대해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을 새롭게 뒷받침하고 개척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분열의 일정한 책임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헌정 질서를 중대한 위기로 몰아넣은 책임이 있다. 통크게 받아들여서 화해하고 대통합으로 가는 것이 국민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중통합은 없다. 그것은 분열이다."

- 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절차로서의 '중통합'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정치는 원칙과 더불어 상황 논리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 분들이 순수한 마음을 갖고 중통합을 한다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중시하는 상황이 오면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더욱 한꺼번에 결단하고 해치워야 한다."

- 이달 초 노무현 대통령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를 지칭, "겉으로는 대선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한나라당에 권력을 넘겨줘도 좋다고 생각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과연 후보단일화가 되겠나. 87년 대선에서 후보단일화가 안된 것은 개인적 야망이 컸던 양김씨의 분열 때문이었지만, 다음해인 88년에 총선이 있었다.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수요가 강력하다. 후보단일화가 되면 승자는 괜찮은데, 패자의 정당 총선 후보들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단일화는 불가능하다.

후보단일화를 하겠다는 것은 분열을 고착화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서로 자기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포기하고 양보해야 한다. 대통합 과정에서 그게 요구되고 있다.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세를 거스르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대통합 신당을 존중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 당시 김 의원은 "당장 노무현 대통령 그룹과 박상천 대표 그룹을 대통합에 참여시키기는 어렵다"며 "두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이 중심이 돼서 먼저 오픈프라이머리를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대통합을 주장하고, 단 한번에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 함께 해야 한다. 지금도 박상천 대표는 후보단일화를 주장하는데, 이는 국민경선제를 사실상 부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합을 위해서 민주당·탈당파·열린우리당·시민사회·김한길 신당 등 5개 세력이 한꺼번에 원탁테이블을 받아들인다면 제 정파 정치세력의 연석회의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기 때문에 추진해야 한다."

- 열린우리당을 해체하지 않고 대통합 신당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열린우리당 내에서 대통합 신당을 공공연하게 반대하는 사람과 세력은 없다. 전당대회 등을 통해 결정이 됐고 다시 확인됐다. 국회의원에게 가장 위험하고 부담스러운 대거 탈당을 통해 정치적 의지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에게 좀 비켜서달라고는 할 수 있지만, 문을 닫아서 배제론을 적용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배제론을 철회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더 큰 배제론을 주장하고 있다."

- 친노그룹으로 분류되는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는 결국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올 것으로 보나.
"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탈당했지만 탈당의 의미가 지금은 희석돼 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대통합을 하지 않으면 의미있는 한나라당 대 경쟁 전선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지금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다, 어떨 것이다'는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대통합을 바라는 염원 아래서 부차적일 가능성도 있다."

- 김한길 대표 등은 '노무현 프레임'을 얘기하면서 친노세력의 배제를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노무현 프레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대통합이 이뤄지면 '노무현 프레임'은 사라진다. 그래서 '대통합 프레임'을 만드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노무현 프레임'이 나온 배경은, 노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평가와 정치적 공격에 대해 반격을 하다가 좀 오버를 하는 것 같다. 국정 마무리를 해야 할 임기말 대통령이 플레이어가 돼 한나라당 후보들을 공격하면 우리편 예비 후보들은 국민들에게 존재감으로 다가갈 수 없게 된다. 한나라당 예비 후보들과 현직 대통령이 마치 이번 대선에서 플레이어가 되는 것 같은 환각작용이 발생한다. 이게 '노무현 프레임'이다.

그런데 마치 대통합 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의중과 바람이 관철되고 있다고 왜곡해서 번역하고 있다. 이른바 친노 사수파도 대통합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마치 대통합 신당을 만드는 데 노 대통령이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기획하는 것처럼…, 이런 오해를 할 수 있는 '노무현 프레임'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 그렇게 왜곡하는 주체는 어디인가.
"주체라기보다 그렇게 오해할 만 하다. 모든 언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마치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플레이어처럼 기사를 쓰고, 우리 대선 예비후보들은 언론과 국민들의 시선에서 사라져버렸다. 이것도 마치 무슨 의도가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의도가 있는 게 아니고, 대통령이 공격받으면 참지 못하고 반격하는 성격에다 내친 김에 더 얘기하는 식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부작용이나 태도의 문제이지, 다른 것은 아니다. 대통합을 이루면 곧 사라질 일이다."

-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천년) 민주당 중심의 통합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떻나.
"두 분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자. 정권을 재창출한 (5년 전의) 민주당에 대해 애착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메시지가 좀 다르게 해석되는 것은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각자 위치에서 주장하기 때문인데, 대통합이 되면 다 해결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로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 해결될 수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태그:#김근태, #손학규, #문국현, #김한길,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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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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