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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범여권 대통합 행보에 나선 김근태 의원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검증공방과 관련 "이명박 전 시장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다면 스스로 후보경선을 계속할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태 의원은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시장에게 제기된 위장전입 의혹과 관련 "뒤늦게나마 위장전입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세상이 미쳤다'며 사실을 확인도 않고 거짓말 한 것, 땅투기는 없었는지 등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전 시장의 경부대운하 공약에 대해서도 "밀어붙일 일이 있고 밀어붙이지 않을 일이 있는데, 이것은 밀어붙여서는 안될 일"이라며 "공약으로서 더 이상 주장하지 않고 철회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 "과거 아버지 시대의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사과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뒤, "그러나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나에 대한 정략적 공격'이라고 얘기한 것을 취소해야 앞뒤 말이 맞는 것이고, 진실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최근 선관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 "이번에는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된다는 노 대통령의 얘기는 맞지만, 그것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대선 불출마 선언과 관련 "함께 했던 사람 중 일부는 감정적으로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가끔 처연해진다"면서도 "지리멸렬한 민주세력에 디딤돌 하나를 얹을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김근태 의원과의 일문일답 요지이다.

"논리적 정리는 됐는데, 마음 정리가 힘들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선 불출마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저의 거취를 포함한 것이어서 논리적인 결론을 내리고도 마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작은 결단에 용기를 북돋아준 것에 감사하다. 그런 평가가 합당한 지 부끄러운 생각도 든다. 87년 양김(김대중-김영삼) 분열을 매개로 민주화세력이 분열하고, 군사독재 세력이 권력을 계속 잡는 결과를 감옥 안에서 봤을 때, 왜 민주화운동을 했는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그 때 생각이 자꾸 났다. 그 때보다 더 큰 위기가 와 있는 것 같다.

민주세력에 절대적 위기이고, 나아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전화될 개연성이 있다. 민심이 떠나 있다. 우리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그것을 외면하고는 민심이 우리를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 정치인으로서 지난 10여년간 대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마지막 결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가장 망설였던 것은 뭐였나?
"논리적인 것은 정리가 됐는데 마음을 정리하는 게 힘들었고, 가족을 설득하는 데 힘들었다. 내가 마음 속으로 기대한 효과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있었다."

- 대선 불출마 및 탈당을 선언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격려와 위로도 많이 받았을텐데.
"함께 했던 사람 중 일부는 감정적으로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가끔 처연해진다. 정말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이 지리멸렬한 민주세력에 디딤돌 하나를 얹을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잘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 불출마 선언 이후, '김근태 정신'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그런데, 과연 '김근태 정치'는 무엇인가.
"'김근태 정신'이라는 말은 과분하다. '김근태 마음'이 있었다는 정도로 족하다. 다만 국민들이 대통합을 정말 해야 한다는 간절한 요구와 준엄한 채찍질이 그 말 속에 포함된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진보적 가치와 개혁적 노선을 중시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화운동·정치를 하면서 연합을 굉장히 중시했다. 재야 운동을 하면서도 민주대연합을 강하게 주장했고, 87년 대선에서도 후보단일화를 위해, DJ를 비판적으로 지지했다.

정권 재창출하는 과정에서 국민경선제도 역시 김근태가 제안한 것이다. 97년 대선 당시 처음 제안해 그 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2002년 대선에 도입했고, 정치자금 양심 고백을 통해서 당내 경선에 돈이 많이 드는 것을 못하게 했다. 이렇게 해서 기여한 바가 있다. 감히 말하면, '김근태 정치'는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보해서 더 크게 가는 정치를 버리지 않고자 한다."

- '대통합이 안되면 내년 총선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것이 총선 불출마를 말하는 것은 아니지요?
"협박이지요(웃음). 우리 정치인들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오해를 받고 있다. 본능적으로 국회의원이 자신의 재선을 고민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 대선에서는 의원들이 패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총선을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스스로 다짐한 것이다. 총선을 겨냥하는 것은 대선도 실패하고 총선도 실패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다. 또 함께 하신 정치인들에 대한 호소라고 보면 된다."

- 대선에서 대통합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난 다음에, '정치인 김근태'는 뭘 할 생각인가.
"우선 국민경선제 합의, 대통합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 다 함께 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것이 실현되고 난 뒤의 일은 아직 생각 못했다. 다만,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이대로 가면 안된다. 이대로 양극화가 계속되면 국민들 사이에 갈등과 대립과 분열이 도를 넘어 국민 화합이 어려워진다. 뉴딜 정책을 통해서 개혁적인 노선에 있는 정치인들, 개혁적인 고민을 하는 분들이 깊이 생각하고 검토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대통령과 장관, 토론 분위기 성숙 안돼"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사람이 장관 하다가 나가더니 선거 전략을 위해 차별화한다"고 비판했던 것에 대해 김 의원은 "사실은 정반대"라며 "세번 모두 싸우지 않는 길을 택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토론해보자"고 말은 했지만, 결국 못했는데 그 이유가 뭔가.
"지나간 일이어서 자세하게 얘기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대통령과 장관의 관계가 더 발전해야 한다. 충분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 때 상황에서 끝까지 대통령과 장관이…. (제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할 때는 당 원내대표였고, 4년 중임제로의 개헌 얘기가 나왔을 때는 당 의장이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때는 국민연금 운영과 관련해서 재경부와 논쟁이 붙었는데, 대통령이 오해를 해서 개입했다. 한국적 정치 상황에서 대통령과 당의장·원내대표·장관이 대결적 상황을 벌이는 것은 안 맞는다. 또 그 때는 참여정부의 중간 과정에서 어떻게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 있었다. 당시 김근태의 선택은…, 그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 선관위에서 또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선거중립의무 위반 결정을 내렸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 대통령이) 선관위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된다는 노 대통령의 얘기는 맞다. 그러나 그것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 그 상황을 만들어야지, 문제가 있으니까 지키지 않는다고 하면 정치적 곤경이 올 수 있다."

"경부운하는 청계천의 대체물?"

- 한나라당 대선후보 간에 검증 공방이 치열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운하 정책은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이 전 시장이)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서 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경부운하에 대해서도 스스로 공약으로서 더 이상 주장하지 않고 철회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일이다. 우선 출발이, 혹시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아닌가. 청계천에서 대성공했다. 그것의 대체물이랄까, 발전된 것으로서 경부운하를 생각한 측면이 있는 것 아닌가. 밀어붙일 일이 있고 밀어붙이지 않을 일이 있는데, 이것은 밀어붙여서는 안될 일이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환경적으로도 대재앙이 발생한다. 둘째, 지식정보화 시대·세계화 시대인데 거꾸로 가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다. 항구에서 항구로 가거나, 경의선과 경원선·동해북부선 등이 완전히 개통돼 대륙과 연결되면, 해양물류네트워크와 대륙물류네트워크가 한반도에서 종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큰 비전으로 가는 게 맞다. 건설적·토건적 상상력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 이명박 전 시장이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 일부 시인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데.
"뒤늦게나마 위장전입을 인정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세 가지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첫째, '세상이 미쳤다'며 사실을 확인도 않고 부인했다. 왜 거짓말한 것인가? 둘째, 진짜 자녀교육 때문이었나? 그리고 땅투기는 없었나? 셋째,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사실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 이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이명박 전 시장은 스스로 후보경선을 계속할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정수장학회 문제 등이 있는데.
"박근혜 전 대표가 후보출마의 변에서 과거 아버지 시대의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사과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다소 형식적이지 않나. 사실이 그렇다면 지난 시대 피해를 입은 상황과 사건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을 경우, 사과를 하는 게 맞다. 인혁당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사법살인인데, (박 전 대표는) 그것에 대해 언급이 없고, 사과가 없다.

정수장학회에 대해서도 진실과화해위원회에서 강탈한 것이라고 얘기했을 때, '나에 대한 정략적 공격'이라고 얘기한 것을 취소해야 앞뒤 말이 맞는 것이고,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태그:#김근태, #이명박, #박근혜, #대운하,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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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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