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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 미군철수지. 석유찌꺼기가 37년채 흘러나와 임진강과 한강으로 흘러들면서 수질 오염과 함께 주변 토양도 오염시키고 있다.
ⓒ 박신용철
"30년 전 반환된 곳에서 지금도 미군이 대량 불법 매립한 쓰레기로 인해 곡식이자라지 않는가하면 유류오염이 계속되는 곳도 있다. 미군기지는 60년이 넘게 주둔한 곳도 있고 대부분이 40년~50년가량 되었는데 이전에는 환경개념이 없어 폐기물이 대량 매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기지가 (35년전 미군철수지역과) 유사한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군기지 반환이후 오염이 발견되면 복원책임을 미국이 지도록 해야 하고 환경오염조사 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2005년 9월 22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몇 장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단병호 의원이 지적한 것은 1969년 닉슨 독트린으로 미7사단이 본토로 철군한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 미군철수지 환경오염 문제였다.

당시 환경부 이재용 장관은 "치유합의서가 체결된 2003년 이전에 반환받은 것은 적용하기 어렵다"며 "국방부, 해당 지자체에 실무차원의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답했다.

미군이 철수한 지 37년이 경과한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는 1년 6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환경부 한 관계자는 "그 후 진행된 것이 없다"며 "국방부에서 치유하겠다는 것도 진행되었는지는 현장에 들어가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도 "그 후에 진행된 것이 없다'고 했다.

관련 부처에서 언급하는 '그 후'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파주녹색환경모임은 2005년 9월 12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1970년경 미군철수지인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에 대한 환경오염 실태 조사 및 정화를 요구하는 민원서류를 제출했다. 같은 해 9월 2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이 지역의 정밀실태조사와 오염정화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는 2005년 11월 8일 파주녹색환경모임 회신에서 "해당 지역은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절차가 채택되기 이전에 반환된 토지로서 관계기관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으로 향후 관계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하여 환경부 정책총괄과는 같은 해 10월 19일 환경부(산업폐기물과), 국방부(환경과), 파주시(환경자원과)에 '지적사항에 대한 검토 및 개선방안 강구를 위한 관계기관 대책회의 개최'에 따른 참석을 요구했다.

대책회의는 2005년 12월 21일 열렸는데 2006년 1월 경 현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미 민원이 제기된 지역 외에 인접 지역의 방치폐기물 실태도 조사"하기로 했다. 세 기관이 협의한 결과는 "기본적으로 현 토지소유자에게 처리토록 요구(국방부 소유지역은 국방부에서 처리하고, 민간소유지역은 해당 소유자가 처리)"하도록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파주시측은 "상기 지역과 인접해 있는 과거 우리 군부대와 미군 주둔지역에도 각종 군용폐기물, 건축폐기물 등이 산재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연차적으로 처리할 계획"

▲ 미군철수지 한 곳인 온양 정씨 소유의 사유지. 미군이 버리고 간 군용쓰레기들이 즐비하다.
ⓒ 박신용철
현장 실태조사는 2006년 3월 8일 진행되었다. 그러나 관계기관의 종합적 검토내용은 "정보생산기관(국방부와 파주시)에 의견을 청취한 결과, 비공개대상 정보로 회신되어 정보공개가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현재로서는 실태조사 결과 오염도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는 비공개상태다. 그런데 실태조사 직후 환경부에서 파주시로 발송한 공문을 보면 그 심각성을 추정할 수 있다.

▲ 환경부가 파주시에 보낸 공문. 미군 철수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시사하는 대목이 포함되어 있다.
ⓒ 박신용철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원(미군반환기지)의 방치 폐기물과 관련하여 관련기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는 폐기물이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바, 귀 기관에서는 동 폐기물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관련법에 따라 적의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국방부에 관계기관 실무협의 이후 15개월이 경과되도록 미군철수지에 대한 환경치유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매몰폐기물 처리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는 답변뿐이었다. 매몰폐기물 처리계획은 군기지 주변에 매몰된 군폐기물 실태를 조사해 각 군에서 연차적으로 처리하는 계획을 말한다. 이 계획은 2000년~2001년 군폐기물 문제가 집중조명 되면서 환경오염 주범으로 군이 지목당한 것에 대한 대책이었다.

환경부 발신공문에서 엿볼 수 있듯, 1969년 철수한 반환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은 주변지역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는 문학산 사례와 대조를 이룬다. 인천녹색연합은 2000년 10월 23일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문학산 일원 42만평 구 미군저유시설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오염이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 시설은 주한미군이 1953년~1968년까지 문학산에 22기의 유류탱크를 설치, 운영했고 1969년 닉슨톡드린으로 철수하면서 1970년 국방부에 인계된 지역이다.

국방부, 환경부, 인천시 등 관계기관은 인천녹색연합의 문제제기 2일후 현지합동조사결과, 문학산 일대에서 유류오염을 확인하고 3개월 후인 2001년 2월 8일 민관합동 토양오염대책반을 구성해 방지대책을 논의했다. 그리고 2001년 4월부터 국립환경연구원이 주관하여 토양 및 지하수오염조사를 착수했다.

불법 공여한 국방부, 민간소유주가 치유하라?

37년 전 미군철수지에 대한 환경오염 치유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1차적으로는 환경범죄를 일으킨 주한미군에게 있지만 현재로서는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2차적으로는 미군에게 시설과 구역을 공여한 국방부에게 있다. 한미SOFA협정에 따라 미군에게 시설과 구역을 공여하려면 사전에 합법적으로 공여권을 획득한 다음 공여해야 한다.

국방부는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 민간소유 토지에 대해 공여권을 획득하지 않았고 미군에 공여했다. 주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기는커녕 통보도 하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국방부장관이 민통선지역에 대한 관리권을 행사하며 실질적인 법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국방부에 '공여권리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적재산권을 침해한 국방부가 미군 철수지 환경오염 치유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관련 환경법률에 의거, 현 토지소유주가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군에서는 협의된 소유주 원칙에 따라 치유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 토지소유주와 경작농민은 미군쓰레기로 인해 죽은 땅이 되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 박신용철
▲ 미군철수지에는 석유찌꺼기 유출에 의한 수질, 토양 오염 이외에도 곳곳에 방치된 폐슬러지 등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 박신용철
환경부 관계자는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민간인이 치유하라는 것은 맞지 않다"며 "국방부에서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산업폐기물과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민통선 내 토지 소유자들은 토지 사용이 거의 제한되었고 토지 관리는 국방부에서 관리하면서 사용을 미군부대에 사용하도록 승락했다면 국방부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논리상으로 국방부에서 처리하거나 미군부대를 대상으로 처리를 요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파주시 환경과 관계자는 "원인자가 있는 것을 확실히 안다면 원인자가 치워야할 문제"면서 "민간인이 처리해야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연히 국방부에서 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 환경보전팀 한 관계자는 "진동면 일대 환경오염조사 관련해서 재작년 초에 환경부 주관으로 조사를 실시했다"며 "국방부에서는 군 관련 사항이니까 협조차원에 했을 뿐이고 환경부에서 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5년 당시 파주녹색환경모임 대표를 역임했던 김아무개(지역주민)씨은 "시민단체와 국회에서도 미군철수지에 대한 실태조사와 치유를 하라는 요구가 높았는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미군들이 오염시킨 지역의 정화책임을 주민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가 할 일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 미군철수지 환경오염 조사와 치유를 바라던 요구는 순진한 것에 불과했다"며 "문학산과 비슷한 시기에 철수한 지역인데도 문학산 처리와 다르게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은 민통선 주민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부처의 이상한 실무협의
잘못된 법률 조항적용

▲ 환경부 산업폐기물과의 검토의견. 환경부가 법률검토한 폐기물관리법은 제45조가 아니라 제48조다.
ⓒ박신용철

국방부 소유의 미군철수지에 대한 환경치유도 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했던 현 토지소유주에게 치유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최근 환경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국방부․환경부․파주시는 2005년 12월 21일 실무회의 협의에서 환경부 자원순환과 산업폐기물과의 관련 법률(폐기물처리법) 해석에 동의했다.

당시 환경부 자원순환국 산업폐기물과에서 폐기물관리법의 폐기물처리에 대한 조치명령 조항을 해석해 '과거에 방치되었으나, 현재 문제가 된 방치폐기물에 대해 현 토지소유자에게 처리요구 등 현행 법규 적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지난 14일경 환경부, 파주시 관계자들에게 당시 법률 검토 의견이 타당한지에 대해 질의한 결과, 국방부가 치유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환경부 자원순환국 산업페기물측은 당시 법률 검토 시 현 민간소유주에게 치유하도록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관계 부처 실무회의에 참여했던 파주시 환경자원과도 마찬가지였다.

환경부 정책총괄과 한 관계자는 " 원본 그대로 복사하여 공개한 것"이라며 "잘못된 법률조항 문제나 개인소유 토지의 치유 책임을 개인에게 묻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담당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 일대 미군철수지역 상당수는 폐슬러지, 군용폐기물 등으로 인해 토양과 수질오염이 37년간 지속되고 있다. 임진강은 24만 파주시민의 상수원이고 1천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한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 박신용철

덧붙이는 글 | 블로그 '생명은 힘이 세다(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미군철수지, #환경오염, #국방부, #환경부,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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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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