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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40%대를 넘나드는 MBC <주몽>이라는 절대 지존이 사라진 후 각 방송사는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이런 와중에 한 동안 드라마의 침체를 지속하던 SBS가 매회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쩐의 전쟁>으로 연신 함박웃음이다.

신이 난 건 SBS뿐만 아니다. <쩐의 전쟁> 제작지원을 하고 있는 지자체 및 기업도 덩달아 신이 났다. 현재 <쩐의 전쟁>에는 보령시를 비롯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본죽, 미니멈 등 4개의 PPL(Product placement)이 들어가 있다. PPL이란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끼워 넣는 광고기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9회에 이어 13회, 14회 방영분이 충남 보령 지역의 주요 관광지 등에서 촬영되고, 촬영현장 공개 행사도 대천해수욕장에서 이어져 언론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맨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 보령시청 기획감사실 조태현 계장, 강일규 담당관,이용희씨 (왼쪽부터)
ⓒ 김봉덕
<쩐의 전쟁>의 성공에 연일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보령시청 기획감사실 직원들. 그러나 <쩐의 전쟁> 제작진이 기획단계시 보령시에 찾아왔을 때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그 부담감 중 하나는 많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유치했지만 세트장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것도 큰 걱정거리였다.

하지만 강일규 보령시청 기획감사실 담당관은 "그동안 타 지자체에서 보편적으로 해왔던 드라마세트 제작지원과는 달리 <쩐의 전쟁>은 촬영제작 지원을 함으로써 저비용·고효율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담당관은 "<쩐의 전쟁> 시놉시스와 국내외적으로 인기가 높은 박신양 등의 출연진을 살펴본 후 관광의 메카인 보령시와 접목을 하여 유무형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창출시킬 것인가를 가장 크게 고민했다"면서 "제작진과 밀고 당기는 심리적인 전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드라마 제작 매커니즘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 등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이들에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들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기로 했다.

조태현 보령시청 기획실 계장은 "권위 있는 드라마 부분 감독을 담당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보령시에서 지원하는 내용이 적정한지에 대해 세부적으로 조언을 듣는 등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 계장은 이어 "초창기 제작사쪽에서 4억원을 요구했지만, 세부적인 내용 분석 후 3억5000만원 수준이 적당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면서 "드라마 방영 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대천해수욕장 등 보령지역의 관광지 등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대천해수욕장에서 공개촬영과 일본관광객이 당일 방문할 있도록 제작사에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보령시청 기획실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보령시 영상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보령시 공무원이 말하는 '지자체 드라마 제작지원 팁(TIP)'

ⓒ SBS
'박신양(금나라 역)과 박진희(서주희 역)가 해변도로에서 드라이브 하는 장면', '자동차가 고장나 박진희(서주희 역)가 차를 밀고 가는 장면'. <쩐의 전쟁> 13회분(27일)에 방송된 내용이 모두 보령시에서 촬영됐다. 그러나 우여곡절도 있었다.

<쩐의 전쟁> 제작진이 당일 갑자기 보령시청 직원에게 요청한 사항으로 전자의 경우 제작팀은 '바다가 보이며, 그 사이 조그만 섬이 보이는 해변도로(주교면 송학리 해변도로)' 후자의 경우 '가로수가 울창한 시골도로(주산면의 벚꽃가로수)'를 요구했다.

대부분 드라마 제작시 원활한 촬영을 위해 로케이션헌팅(location hunting)을 시행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게 촬영현장이다.

이렇듯 <쩐의 전쟁> 보령촬영도 부분적으로 촬영현장이 조정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촬영과 함께 적재적소에 보령시의 배경이 담기게 된 건 보령시청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기획실 이용희씨가 바로 그 수훈갑중 한 명.

<쩐의 전쟁> 보령지역 촬영 내내 함께 했던 이용희씨는 "이번기회를 통해 지자체에서 드라마나 영화 제작지원시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지역을 가장 많이 아는 공무원이 제작진의 곁에서 이들이 원하는 내용에 맞추어 관련사항에 대해 협조해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드라마 제작시 제작지원을 요청하는 브로커들을 접하지 말고, 방송사나 드라마를 직접 제작하는 프로덕션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초 16회로 예상했던 <쩐의 전쟁>은 4회 더 연장하면서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는 번외편을 계획 중에 있다.

그러나 <쩐의 전쟁>으로 대박(?)난 보령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조태현 보령시청 기획실 계장은 "제작사에서 추가 제작지원을 요청했지만 기존 제작지원한 비용으로 유무형의 효과를 이미 보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외부전문가에서 조사를 시킬 계획은 있으나 <쩐의 전쟁>뿐 아니라 당분간 타 드라마 등의 제작지원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영상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쩐의 전쟁, #보령시, #PPL, #박신양,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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