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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재
'여름'이란 우리말이 있다. 또한 '열정(熱情)'이란 한자어가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어휘를 합치면 '록(rock)'이란 영어 단어가 된다는 것은 요즘 현대인의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에 입각하여 올해도 어김없이 작렬하는 여름에, 열정 어린 사람들이 록의 이름으로 그곳을 찾았다. 새 밀레니엄 시대에 처음 문을 열어, 올해로 8회째를 맞은 '부산국제 록 페스티벌(Busan International ROCK FESTIVAL, 이하 BIRoF)'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당신의 열정만이 입장료입니다!

BIRoF의 공연시간은 지난 2005년 6회 공연에서는 20시간을 훌쩍 넘는 3일간의 축제였지만, 작년부터는 총 15시간 짜리 이틀 행사로 축소됐다.

그러나 공연의 질과 수준은 한층 더 성장해 나날이 그 입지를 야금야금 넓혀가고 있다. 올해에도 튼실한 라인업으로 록 마니아들로부터 찬사를 들었다. 다만, 무료공연의 전통을 여전히 고수함으로써 축제관계자들로부터 걱정스런 우려를 낳기도 했다.

축제의 첫 시작을 알린 것은 2007년 8월 4일 다대포 해수용장 특설무대에 올라선 Elsa밴드의 몽환적인 기계 사운드였다. 부산대 앞 'BR+1'에서 인디 밴드들 간 7:1의 경쟁률을 뚫고 심사위원단과 팬들에게 선택되어, 이곳에서 오프닝 공연을 할 자격을 획득한 Elsa밴드의 음악은 그렇기에 더욱 정성스럽다.

▲ 'BIRoF'는 오프닝 무대를 장식할 전국 인디밴드를 5월, 6월에 열리는 'BR+1'라는 사전행사를 통해 직접 선발한다. 올해 부산대 앞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총 14팀이 참가해 'Elsa'와 'Barkhouse'가 그 자격을 얻었다.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곧이어 재지(Jazzy)하면서도 착한 사운드를 내주었던 국내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부산 출신 하드록 밴드 TAMA&VAGABOND의 반가운 무대로 바통이 이어졌다. 그리고 BIRoF 단골출연 밴드인 록 타이거즈가 발로 뛰는 참여를 원하는 록 마니아들에게 열정적인 로큰롤 스피릿을 뿜어대어 그러한 마음에 보답했다.

그리고 이날 연주에 있어서만은 단연코 최고를 보여주어, 이후에 등장한 BIRoF 최다 출연을 자랑하는 크라잉넛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일본의 스카밴드 도베르만의 공연. 이력을 보나 음악으로 보나 참으로 화려하고 또한 그만큼이나 조용했던 핏 테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국내 인디의 자존심 크라잉넛의 40분간의 등장은 늘 그렇듯 그곳에 모인 모두를 미치게 하기 충분했다.

▲ 이번 제8회 'BIRoF'에서 공로상을 수상한 김종서 밴드. 역대 수상자로는 들국화, 산울림, 김수철 등이 있다.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이곳에선 말(言) 대신 음악(音樂)으로 대신 하려고 합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를 날리며 징징거리는 기타 사운드와 함께 등장한 김종서 밴드의 공연은 이제는 TV에서 보기 힘들어진 그의 록커로서의 모습과 아울러, 그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다 같이 부르는 그의 히트곡 합창으로까지 이어져 못내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곧이어 등장한 총 10명의 라인업이 그 위세를 당당하게 자랑함은 물론, '스카'라는 음악장르의 끝을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대규모 퍼포먼스의 도쿄스카파라다이스가 대미를 장식하며 축제의 첫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15시간여 록의 열정. 부산의 끝 다대에서 화려하게 지다!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도쿄스카파라다이스', '이한철 밴드', '내 귀에 도청장치'.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간밤에 부산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졌다. 오후 4시 40분에 시작하기로 한 공연이 과연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빗줄기는 그 다음날 오전까지 그치지 않고 바다를 내리쳤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BIRoF의 문은 조금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덜컥 열렸는데, 사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약간은 고지식할 만한 행사 추진은 기실 그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잠시 후에 알게 되었다.

부산 인디 록씬에서도 특히 80년대 정통 헤비메탈을 추구하는 것으로 독보적인 Barkhouse가 'BR+1'의 이틀째 첫 오프닝 무대를 얻어낸 밴드였던 것.

그들의 공연은 오늘 축제가 성사되기 단 3일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Barkhouse의 기타리스트 고 배진하씨에 대한 슬픔의 이야기로 시작되었으며, 그리고 그 비는 마치 그들의 음악을 기다렸다가 함께 무대에 서기 위해서 고인이 내려주는 것만 같은 감상적인 느낌마저 들어서 음악을 하는 그들이나 음악을 듣는 우리들이나 그 순간만큼은 모두 가슴속으로 서럽게 울었던 것 같다.

▲ 축제의 두번째 날,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Barkhouse'. 그들은 흐르는 빗물에 결국 눈물을 흘린 듯 했다.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추모가 끝나자 하늘에는 다시 햇빛이 비추기 시작했고 축제는 재개되었다.

록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만 알 만한 마이너, 그래서 더 희귀했던 미국의 비탈리카와 베이스가 빠진 3인조 록밴드 일본의 조이자자. 상당히 파격적인 무대매너로 많은 이들에게 그 후에도 회자되었던 '내 귀에 도청장치' 이후, 무대는 슈퍼스타 사나이로 명랑하게 다가왔던 이한철 밴드로 이어졌으며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 포수의 응원가 '넌 내게 반했어'로 인해 부산에서 유독 상당한 지명도를 보유하고 있는 노브레인의 등장에 사람들은 열광 어린 환호로 화답했다.

그들 공연장외에는 참으로 듣기 어려운 로큰롤 사운드와 함께 라디오 헤드의 'Creep'을 불러 주어 환호와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YB의 공연에서 축제는 절정에 달했다.


▲ 열창하는 YB. 그들은 공연 도중 어려운 한국음악 시장을 이야기하며, 이제 그들이 직접 자신들의 음악 CD를 둘러매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팔러 다니겠다는 말을 남겼다.
ⓒ 박신재
그리고 Guns N' Roses의 기타리스트 트레이시 건스(Tracii Guns)가 역시나 원년 멤버인 폴 블랙(Paul Black)과 함께 BIRoF를 찾아 피날레를 장식하면서, 이틀간 이어졌던 록 축제의 향연은 화려하게 끝을 맺었다.

▲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 '전설'의 'L.A.Guns'.
ⓒ 박신재
발전하는 BIRoF! 록의 정신으로 앞으로도 더욱 정진하라!!

우선 BIRoF는 앞서 언급했듯, 이 모든 것이 무료로 이루어지는 공연이라는 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또한 해수욕장으로 가는 불편한 교통편을 고려하여 부산 지하철 1호선 신평역에서 오후 2시부터 공연이 완전히 끝나는 밤 12시 4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왕복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한 것도 이번 BIRoF에서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공연 후에 더 즐기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행사 종료 후 자정부터 클럽에서 열리는 록 클럽파티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

▲ BIRoF의 뒷풀이 격인 <록클럽 파티>. 축제 이후 아직도 체력이 허락되는 사람들이라면 도전해 봄직 하다.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비엔날레와 더불어 부산 문화 3대 축제로 꼽히는 BIRoF는 앞서 언급한 문화축제보다는 앞으로 완성시켜야 할 부분이 조금 더 많은 축제일지도 모른다.

특히 공연의 완성도와 록 마니아들에 더 큰 지지를 얻는 아티스트들의 초청을 위해서는 점진적 유료공연이나 투어상품, 혹은 상업적 기획 상품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지적하자면, 음수대와 같은 기본시설이 부족해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비싼 값을 치르며 물을 사야 하는 상황은 매우 불편한 점이었다. 아울러 이곳을 찾은 사람들 역시 이곳이 자연환경임을 인식해 쓰레기 처리 등에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다는 점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로 당신! 그 열정의 이름!

▲ 내리는 빗물도 그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록 스피릿!
ⓒ 부산국제록페스티벌
공연이 끝나고 누군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록은 열정의 이름이라고.

그래서 그 열정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여름이 되면 이곳에 모여 우리 함께 재미있게 뛰어놀자! 당신을 위해 차가운 물줄기를 공중에서 뿌려줄 붉은색의 대형 소방차와 까만 밤하늘을 하얗게 빛내주는 불꽃, 짜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무엇보다 같이 뛰어놀 록 스피릿 충만한 당신의 친구들이 여기서 기다리니까!

덧붙이는 글 | 제8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www.rockfestival.co.kr/


태그:#부산 국제 록 페스티발, #크라잉넛, #김종서밴드, #다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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