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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농업기술센터 유리온실에 들려 고추축제를 위해 준비한 화초고추를 구경했다. 다양한 고추들을 카메라에 담다 보니, 아들 낳아야 한다는 중압감에 스트레스 받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첫딸을 낳았을 때는 아들이 아니라 서운해 하는 시부모님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둘째를 임신하고 출산이 가까워올수록 맘이 무거워졌다. 아버님도 독자, 남편도 독자…. 어머니는 아들 낳으려고 남편 위로 시누이 4명을 낳으셨다.

▲ 화초고추 "수옥정"의 보라빛 꽃
ⓒ 전향화
▲ 흔히 볼 수 있는 흰색 고추꽃
ⓒ 전향화

같은 팀에 근무하는 여직원도 나랑 두 달 차이로 출산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집도 남편이 독자라 시어른들이 딸이면 더 낳으라고 할까봐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혼하고 나서 여자에게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일은 얼마든지 일어난다. 남녀평등을 부르짖던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정하고 있었다. '둘째도 딸이면 하나는 더 낳아야지. 그러나 셋째가 딸이어도 며느리된 도리는 다한 거니까 그 이후는… 나도 모르겠다….'

▲ 품종 : 메두사, 뱀처럼 머리를 꽂꽂이 들고 있다.
ⓒ 전향화
▲ 품종 : 핑크벨, 커 가면서 종 모양으로 변한다. "저두 고추랍니다"
ⓒ 전향화
▲ 핑크벨은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 익는다
ⓒ 전향화
▲ 품종 : 비엔나
ⓒ 전향화

나는 운이 좋게도(?) 둘째를 아들을 낳아서 더는 '고추 달린 놈' 때문에 시달리지 않아도 됐다.

"지금이 뭐 조선시대냐?" 할 분도 있을 테고 결혼 안 한 처자들은 시부모를 설득해야 한다고 할 분도 있겠지만, "시"자가 붙으면 조선시대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결혼해 보신 분들은 가슴으로 공감하는 동지들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친구들 경우를 봐도 이런 일이 내게만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아들만 낳으면 이런저런 특혜가 기다리고 있는 친구도 있고, 아들 낳으려고 "아들 낳는 법"을 탐독하며 실천을 해 가는 친구도 있다. 딸 둘을 낳고 아직 겁나서 셋째를 미루기도 하고 손녀와 손자를 다르게 대해 서운해 하기도 하고 딸 출산 후 이런저런 서운한 사례는 친구들 맘속에 남아 있어 가끔씩 돌아가며 "사례발표"를 하기도 한다.

지금도 어머니는 시누이 넷 중 둘이 딸만 둘 낳은 것이 사위들 보기에 미안하고 하나만 더 낳으면 아들일지도 모르는데 더 낳지 않은 딸들이 원망스럽다고 하신다.

"너도 나이 들어봐라… 그래도 아들이 믿음직스럽지…"라고 하실 분들도 계시겠고, 여자인 너희들이 그렇게 스트레스받고 상처를 받는다면서 왜 시어머니가 되면 똑같이 하느냐는 남자분들도 있을 줄 안다. 그래서, 남아선호사상의 고리는 여자들이 먼저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젊을 때와 나이 들어 달라지고 입장 바뀌면 달라지니 혹시라도 그런 맘이 들지 않게 마음 간수를 잘해야겠다.

▲ 품종 : 오렌지벨
ⓒ 전향화
▲ 사두오이꽃, 열매나 꽃이나 뱀을 연상시킵니다.
ⓒ 전향화

덧붙이는 글 | 화초고추와 대형 고추화분은 고추축제 기간(9월 12일 ~ 15일)에 음성설성공원에서 전시할 계획이며 판매를 목적으로 재배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태그:#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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