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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
ⓒ AC밀란
최근 30년간 OECD 국가지도자 가운데 기업인 출신을 고르라면 유일한 사례가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이다. 정치학자들은 "정치 경력 없는 사람이 국가지도자를 맡기는 어렵다. 정당제도가 발달한 OECD국가에서 정당경력이 충분하지 않은 후보가 나오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베를루스코니 전총리가 살아간 경력은 시사하는 점이 참 많다. 베를루스코니는 60년대 후반 밀라노 동부에 부동산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원래 인근에 리나떼 공항이 있어서 고도제한 때문에 그리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항이 이전되는 바람에 고도제한이 풀리면서 베를루스코니는 큰 돈을 벌게 되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후 방송으로 사업영역을 넓혔고, 현재 그의 포르짜 그룹은 시장 점유율 50%인 3개의 전국적인 방송망, 이탈리아 최대의 광고회사, 최대의 출판사, 영화배급사, 보험사, 은행과 축구팀 AC 밀란의 구단주이다.

2006년 포브스지의 분석에 의하면 베를루스코니의 재산은 110억 달러로 이탈리아 최고의 부자이며, 세계 37위이다.

1994년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에 진입한 속도를 보면 눈부시다. 이탈리아행진당을 창당한지 3개월만에 치러진 선거에서 중도우파연정을 구성하는데 성공하여, 연정이 무너질 때까지 7개월간 총리가 되었다.

당시 베를루스코니의 기업들은 7~8가지 혐의로 밀라노, 토리노, 로마 검찰의 수사대상이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소유한 TV 방송망을 통해 엄청난 광고를 퍼부어 정당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2001년 다시 선거에 승리한 그는 중도우파내각을 구성하여 5년 동안 총리를 지냈다. 총리 재임 중 베를루스코니는 기업에 대한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을 폈지만 경제성장률은 5년 내내 1% 수준에 머물러 정권을 내어주는 원인이 되었다. 또한 이라크 파병 등 지나친 친미정책으로 EU국가들과 자주 마찰을 빚고 대중의 지지를 잃었다.

베를루스코니의 인생은 소송의 연속이다. 혐의는 위증, 뇌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분식 회계, 공무원 매수, 세금 포탈, 횡령, 마피아 연루 의혹 등이다. 이 가운데 여러 건의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말실수도 잦다. 9·11테러 이후 "이슬람 문명보다 서구 문명이 우월하다"고 발언했다가 이슬람권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와, 결국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재임 중 공영방송인 RAI가 자신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면 방송을 중단시키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당시 미국의 프리덤하우스는 이탈리아의 언론 자유를 세계 77위라고 평가했다.

이명박 후보는 7% 성장을 주장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층은 이 후보에게서 경제 성장을 기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인 출신이라는 그가 서울시장 재임하는 4년 동안, 서울시 성장률은 연평균 1.1%로 꼴찌였다.

당시 충남은 8.4%, 경북은 6.9% 성장했고, 전국은 4.1% 성장을 했다. 이 후보에 비해 심대평 전 충남지사, 이의근 전 경북지사, 노무현대통령의 경제운용 능력이 몇 배 앞선다. 심 지사, 이 지사, 노 대통령 모두 기업인 출신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비슷한 점이 아주 많다.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 성장을 주장하는 점, 여러 건의 소송에 휩싸여 있는 점, 언론이 우호적인 점, 66~67세라는 비슷한 나이에 국가지도자에 도전하는 점 등 닮은꼴 정치인이다.

특정 산업에서 자사 상품의 점유율과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서 기업내 구성원들 사이에는 이견이 전혀 없다. 이런 조직의 지도자와 부자와 가난한 자, 고학력자와 저학력자,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국민을 이끌고 나가야 할 정치지도자는 다르다. 다른 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기업인을 정치지도자로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차이 때문이 아닐까?

무엇보다 마음에 걸리는 사실은 총리를 그만둔 베를루스코니는 여전히 이탈리아 최대의 부자이지만, 이탈리아는 1% 성장의 수렁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CEO 출신 미국 유일의 대통령인 후버도 대공황을 부풀린 경제정책 실패자로 기록되었다. CEO 출신 경제대통령은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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