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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신선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는 서슴없이 잘라 말했다.

"신자유주의는 극단적인 천민자본주의일 뿐 아니라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이기에 가짜 경제다."

문국현. 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다. 그가 신선한 까닭은 '범여권'의 다른 후보와 도드라진 차별성에 있다. 범여권의 뭇 후보가 어떻게 해서든 단일후보면 이긴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할 때,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정책도 표에 유·불리를 기준으로 논의할 때, 문국현은 신자유주의와 또렷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며 단식했던 천정배 의원과의 교감도 흘러나온다.

더구나 그는 이명박 후보의 '가짜경제' 비판 못지않게 "지난 5년에 대한 반성"을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여야를 떠난 '제3세력'의 결집을 제시했다. 노 정권 아래서 국무총리와 장관으로 행세하던 이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너도나도 출마하는 풍경에 어이없던 민주시민에게 그가 '희망'으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그랬다. 이미 인터넷에는 2002년의 '노무현 바람'이 연상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 바람이 얼마나 불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간지의 정치부 기자들은 문국현의 낮은 인지도를 들어 회의적 반응이다 .

문제의 핵심은 신자유주의가 대선 국면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사실에 있다. 대선 정국에서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경제가 쟁점화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한국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발전할 게 틀림없다.

문국현은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중소기업 육성과 비정규직의 단계적 해소를 뼈대로 한 '사람 중심의 경제'를 제안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어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은 범여권의 후보들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

노무현은 약속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래서다. 2002년의 노무현 바람에 견주어 찬찬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가장 큰 이유는 노 정권의 실패에 있다. 그것은 노무현을 사랑하든 미워하든 그와 무관한 실체적 진실이다. 옹근 5년 전, 노무현 후보는 성장보다 분배를 강조했다. 미국에 예속적인 정치인들과 달리 자주적 언행을 서슴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노무현 바람을 불러 일으킨 고갱이였다.

하지만 어떤가. 그는 약속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랜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와 KTX 여성승무원의 처절한 싸움이, 이라크 침략전쟁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강행이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적잖은 사람이 문국현의 진정성을 묻는 까닭이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검증'된 바 없기에 더 그렇다. 문국현이 노무현의 실패를 딛고 서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노 정권이 실패한 가장 큰 요인은 그가 진보세력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손잡으려 한 데 있다.

자신을 개혁적이라고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이 자기보다 더 유능하거나 진보적인 사람을 애써 폄하하고 심지어 '색깔'을 칠해 따돌리는 행태에서 노무현과 그의 참모들은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 모든 걸 자신들이 주도하려는 과욕은 결국 자신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그래서다. 문 후보에 고언을 하고 싶다. 이미 신자유주의를 줄기차게 비판하고 그에 맞서 싸워온 사람들이 있다.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경제를 참으로 구현하겠다면, 문 후보는 신자유주의를 앞장서서 전파한 여권이 아닌 진보적인 시민사회에 눈길을 돌려야 옳다. 현실적으로도 범여권의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는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없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파도를 넘어설 수도 없다.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해소하고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겠다는 문국현의 진정성이 많은 사람에게 느껴진다면, 오늘 불고 있는 미풍은 대선정국에 폭풍이 될 수 있다. 거꾸로 그 약속이 정치공학 차원으로 느껴진다면, 미풍은 시나브로 잠들 수밖에 없다. 그 갈림길에 지금 문국현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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