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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예비경선 결과가 5일 오후 발표된다. 9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4명의 후보는 탈락하고, 5명이 본경선에 진출하게 된다. 이를 위해 3~4일 이틀 동안 전화 여론조사가 실시된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9명의 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자들이 밝히는 '지지 이유'를 이틀에 걸쳐 소개한다. 1차로 3일에는 손학규·정동영·한명숙·추미애·신기남 후보를 소개한다. 이어 4일에는 이해찬·유시민·천정배·김두관 후보를 소개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한 달 전 나는 자가용을 이용해 개성공단에 다녀왔다. 마침 장마철이라 가던 날도 돌아오던 날도 비가 내렸다. 비무장지대 입구에서부터 내가 탄 차를 선도하던 국군 지프는 남측 CIQ(세관·출입국 관리·검역)에서 입경 수속을 마친 나를 이끌고 다시 북으로 향했다. 2~3분쯤 달리자 파주와 개성을 알리는 이정표가 비를 맞으며 함께 서 있었다. 남한과 북한의 국경이었다.

 

나는 비에 젖은 국경에 잠깐 멈춰 섰다. 그러자 나를 선도하던 국군 지프가 중앙선을 넘어 유턴해 남측으로 돌아가고, 내 앞 도로에 꽁무니를 보이며 정차해 있던 인민군 지프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따라 북한 땅으로 접어들었다.

 

비가 내린 탓일까, 두 대의 군용 지프가 군사분계선 위에서 임무 교대하는 모양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나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든 그 광경을 보면 가슴 밑바닥에서 치솟아 오르는 뜨거운 열기를 경험하게 된다.

 

가장 치열하면서도 생산적인 냉전

 

하지만 그로부터 10분이 지나지 않아, 나는 북측 CIQ를 통과해 그곳에서 불과 1분 거리에 위치한 개성공단에 도착했다. 이전에는 인민군 주력부대 1개 사단이 주둔하던 군사지역이었지만, 지금은 그 위에 남북 상생과 번영의 공단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처음 개성공단을 방문한 때는 2004년 12월이었다. 당시 통일부장관이던 정동영 후보 일행으로, 개성공단에서 첫 생산된 '통일냄비' 출하 기념식에 참가했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개성공단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올해 6월 1단계 100만 평 부지가 모두 분양됐으며 나를 비롯해 공단 관계자와 근로자, 그리고 일반 방문객 수백 명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이곳을 드나든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60여 개의 남한 기업에는 1만6000여 명의 북측 근로자가 일하고 있으며, 수십 명의 북측 관리자가 남측 관리자와 한 건물에서 일한다. 그들은 남북 평화공존의 미래를 위해 그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하면서도 생산적인 냉전을 치르는 중이다.

 

4년 전 처음 개성공단을 다녀온 날부터 오늘까지 나는 여러 사람으로부터 "정동영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봐라"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떤 때엔 내 자신에게도 그러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내가 정동영을 지지하는 이유는 뭔가?"

 

매일 장모님께 문안전화를 하는 다정다감한 남자

 

가까이서 본 정동영 후보는 인내심 있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가정에서는 건실한 가장이며, 결혼 이후 정치에 입문하기까지 매일 장모님께 문안전화를 했다는 말을 듣고서는 좀 멋쩍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러한 정동영 후보가 화를 내는 경우는 단 한 가지다. 힘들기는 하지만 마땅히 도전해야 하는 문제 앞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때다.


"다른 사람들은 왜 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얼굴을 한다. 정동영 후보에게 있어서 미래란 불가능 저 너머에 있다. 그래서 나는 정치지도자로서 정동영 후보의 가장 큰 자질을 미래에 대한 신념과 불굴의 도전정신, 그리고 추진력이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몽골기병 같은 실천력으로 정동영 후보는 미국의 국방장관·국무장관·상무장관·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설득해 개성공단 활성화를 이루어냈다. 장차 개성공단은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한편 남한 중소기업의 활로를 열게 될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신념과 추진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평화시장을 드나들며 청년시절을 보낸 깨끗한 정치인

 

그 다음 덕목은 '도덕성'이다. 깨끗하다는 점이다. 정동영 후보는 가난한 집안의 장자로 어머니가 재봉틀로 만든 아동용 바지를 짊어지고 평화시장을 드나들며 청년시절을 보냈고, 월급쟁이 언론인과 정치인을 지냈다. 우리 이웃에서 늘 만나는 보통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슨 투기나 부패에 연루될 까닭이 없었다.

 

정동영 후보가 존경하는 전 싱가포르 수상 리콴유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원래 존재할 수 없는 나라였다"고 말했다. 그러한 나라를 현재의 싱가포르로 만든 저변에는 리콴유의 탁월한 국정운영과 함께 그의 청렴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리콴유의 친형은 동생이 수상을 하던 시기에도 조그만 점포를 운영하는 시계수리공으로 살았다고 한다. 형의 땅이니 동생의 땅이니 하며 세간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우리나라 정치인과는 품격이 다르지 않은가.

 

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 가운데 절실하게 필요한 점이 도덕성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여정에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정보공유가 일반화하는 선진사회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힘은 정치지도자의 도덕성이다.

 

깨끗하지 못한 대통령이 어떻게 국민들에게 베풂과 나눔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부동산 투기와 금융 비리도 문제지만 그러한 부도덕을 술수와 거짓말로 감추고 덮으려는 부패한 의식의 정치인은 결코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 수 없다.

 

가는 곳마다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애국심

 

내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세 번째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하는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국제적 감각과 혜안, 그리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신념이라 하겠다.

 

나는 작년 말 정동영 후보 일행으로 북경에 다녀왔다. 사흘 동안 조어대 국빈관에 묵으면서 정동영 후보와 중국 정계 실력자들이 가진 세미나와 대담에 참여했는데, 정동영 후보는 모든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나의 정치적 신념과 목적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감동받았다고 했더니 정동영 후보는 이렇게 설명했다.

 

"독일통일은 동서독 주변국에 대한 브란트 서독 총리의 꾸준한 외교 노력 덕분이다. 브란트 총리는 20년이 넘도록 주변국 정치인들에게 '동서독의 통일이 주변국의 평화와 번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주입했다."

 

그러한 신념에 찬 의견을 마주한 중국 측 인사들은 정동영 후보의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복안을 궁금하게 여겼다. 그러자 정동영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혔다.

 

"2020년까지 향후 13년 간, 남과 북은 경제공동체를 운영하며 교류와 협력, 그리고 상호보완적 경제발전을 지향하고, 이후에는 정치적 공동체로 전환하여 평화통일을 이루겠다."

 

정동영 후보는 남북한과 중국의 현안인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도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 측 군사 전문가가 정동영 후보에게 질문했다.

 

"정 의장님은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말하고 북한의 핵 폐기가 가능하다고 여기는데, 인도나 파키스탄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단 핵 을 보유한 나라가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한 적이 없다. 따라서 나는 북한의 핵 폐기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의장님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 질문에 대해서도 아주 명쾌하게 답변했다.

 

"현재 북한은 인구 2300만의 작은 나라다. 경제적 상황을 보더라도 세계적으로 극빈국에 해당하는 약소국이며 핵실험을 했다고는 하지만 성공여부도 불투명하다. 그에 비해 북한 핵 폐기를 위해 6자회담에 참가하는 한국·중국·미국·일본·러시아와 같은 나라는 인구나 국토 면에서도 그렇고,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강대국이다. 이러한 강대국들이 합의와 조정을 통해 북한과 같은 약소국의 핵 폐기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외교란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동영 "나는 여전히 외교의 가치와 그 가능성을 믿는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나는 여전히 외교의 가치와 그 가능성을 믿는다."

 

한반도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국 정계 실력자와 군사 전문가들에게 지속적으로 한반도 평화통일에 관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정동영 후보의 애국심에 나는 깊이 감동했다. 아마 다른 이들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도덕성과 마찬가지로 애국심은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로써 조금도 부족해서는 안 되는 덕목이다. 그리고 이러한 덕목은 대개 학교교육과 군 복무 시절에 단련된다.

 

독립운동 지사와 민주투쟁 인사들이 국정에 참여하던 예전과는 달리 장차 대한민국은 우리 이웃과 같은 보통사람들이 국정 책임자로 일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애국심은 국민이 지녀야 할 보편적 가치로 그 의미가 크다. 더욱이 대통령이란 막중한 책임을 떠맡으려는 정치인의 애국심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거나, 군 복무마저 기피했다면 이만저만한 문제가 아니다.

 

올 연말에 치러질 대선에서 우리 국민이 선출하는 대통령은 시대적으로나 세계사적으로나 막중한 위치에 선다. 대한민국 국민의 삶과 장래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경제적 ․ 정치적 사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1세기 한반도의 미래와 동북아 평화정착을 위해 중요한 결단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은 어떠한 국가경영 철학에 우선해 통일·외교·안보에 관한 확고한 비전과 경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경제와 사회·교육과 복지와 같은 분야의 정책은 전문가들의 논의와 검증을 거쳐 순차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경제에 관한 제반 정책은 많은 부분 경제인들의 역량 하에 있다. 대통령이 고독하게 판단하고 추진해야 할 정책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외교 ․ 안보에 관한 문제다.

 

1962년 10월 22일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는 전국에 방영되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다음과 같은 국가 위기상황을 공포했다.

 

"소련은 서반구에 대해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기지를 쿠바에 건설 중입니다."

 

그리고 곧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국제연합 감시 하에 공격용 무기를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긴박감 넘치는 상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10월 28일 흐루시초프는 미사일 철거를 명령했다. 쿠바로 향하던 소련선단 16척은 180도 선두를 돌림으로써 11월 2일 위기는 종결됐다.

 

"나는 결코 패배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는 신념

 

이와 같은 외교문제와 군사적 사안에 있어서는 최고통치자의 고독한 결단이 국가의 미래와 세계질서를 결정한다. 케네디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대처 수상도 이러한 면에서 탁월한 정치지도자로 별명과 같이 '철의 여인'이었다.

 

1982년 4월 2일, 군사적 방법으로 포클랜드를 탈환하겠다는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의 성명이 외신을 탔다. 대처 영국수상은 긴급히 소집한 의회에 나가 자신의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영국 국민들을 단합시키며 즉시 군사작전을 명령했다. 포클랜드 전쟁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대처 수상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결코 패배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그런 가능성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정치 지도자가 있는 나라가 전쟁에 패배할 리 있겠는가. 개전 75일째이자 1982년 스페인 월드컵 개막 경기가 열린 6월 14일, 아르헨티나가 항복문서에 서명하자 전쟁은 대처 수상과 영국국민의 승리로 끝났다.

 

이제 분명하지 않은가. 내가 정동영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적극 지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도덕성과 애국심의 바탕 위에 "나는 결코 패배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는 불굴의 신념과 추진력을 겸비한 대통령감은 정동영 후보밖에 없다.

 

그러한 대통령만이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내고, 그 국경 위에 열 번째 개성공단, 열한 번째 개성공단을 건설할 수 있다. 이야말로 어린 시절 우리가 손을 맞잡고 외쳐 부르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가사를 현실로 만드는 일이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소설가인 심상대씨는 1960년 강원도 강릉시에서 태어나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수학했다.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소설집으로 <묵호를 아는가> <명옥헌> <사랑과 인생에 관한 여덟 편의 소설> <망월> <떨림> <심미주의자>, 산문집으로 <갈등하는 神> <탁족도 앞에서>가 있다. 2001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태그:#심상대, #정동영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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