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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C의 제왕 루치아노 파바로티, 71세로 타계하다.' 9월 6일 NPR 사이트 초기화면.
 '하이 C의 제왕 루치아노 파바로티, 71세로 타계하다.' 9월 6일 NPR 사이트 초기화면.
ⓒ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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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CD를 듣는 것을 좋아하나요?"
"아니요. 아주 싫어해요(I hate). 결점을 다 아니까요. 제 노래엔 퀄리티(quality)가 전혀 없어요."

재능을 타고난 천재의 겸손인가, 아니면 보통 수준의 재능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을 기죽이는 거만한 발언인가.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1999년 미국의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CD를 듣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금세기 최고의 성악가로 칭송받은 '신이 내린 목소리' 파바로티의 노래를 듣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연주회장을 찾기도 하고 열심히 CD도 사들이고 있는데, 정작 파바로티 본인은 자신의 노래를 듣지 않았다고 하니 이건 무슨 아이러니일까.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자존심? 

지난 6일 세상을 떠난 파바로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파바로티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올린 글과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이 인터넷에 봇물 터지듯 넘쳐나고 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유투브에도 파바로티 동영상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다. 파바로티의 대표적인 아리아인 푸치니의 <투란도트>에 나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다양한 버전으로 유투브에 올라왔는데, 수백만의 조회 수를 기록한 이 영상들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오페라를 대중 앞으로 끌어냈다"... 지나친 상업화 비판도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를 떠나보내면서 사람들은 파바로티의 공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는 파바로티의 업적은 '그들만의 클래식', '그들만의 오페라’를 대중 앞으로 끌어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나치게 상업화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고고한 성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난해한 음악인 오페라를 대중에게 대단히 친근한 존재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6일자 영국 로이터통신의 파바로티 관련 기사는 파바로티의 이런 점을 높이 사고 있다.

"오페라 엘리트뿐 아니라 평범한 음악애호가들까지 오페라를 접할 수 있도록 대중 앞으로 끌어낸 빅 맨(big man) 파바로티."

NPR 역시 오페라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오페라라고 하면 두 개의 단어를 먼저 연상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루치아노'와 '파바로티'다."

이처럼 문턱이 높았던 오페라를 대중과 친근하게 만든 파바로티 덕분에 이제는 많은 사람이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나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에 나오는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흥얼거릴 수 있게 됐다.

한편 로이터 등 세계 각국 통신이 전하는 파바로티 관련 뉴스에 따르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정상들과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의 애도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카리스마와 온기가 넘치던 파바로티는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줬다"고 애도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도 "파바로티의 갑작스러운 타계는 내게 충격과 슬픔이었다, 그는 따뜻하고 관대한 정신의 소유자였으며 유엔의 평화 메신저로 봉사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처럼 세계 유명 인사들이 파바로티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그의 조국인 이탈리아와 고향 모데나에서도 파바로티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하고 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파바로티의 사체가 안치된 고향 모데나 성당에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 대통령 조르조 나폴리타노와 파바로티의 두 번째 부인인 35살 연하의 니콜레타 만토바니가 4살 난 딸을 안고 참석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파바로티의 첫 번째 부인인 아두아 베로니 역시 파바로티와의 사이에 낳은 세 딸 가운데 두 딸과 함께 조문을 했다고 한다(두 딸 모두 40대다).

파바로티의 장례식은 토요일인 8일 모데나의 가톨릭 성당에서 진행된다. 이제는 신화가 되어버린 전설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명복을 빈다.

아래 소개하는 곡들은 NPR이 '반드시 들어봐야 할 파바로티의 7개 명곡'으로 추천한 곡이다(NPR 사이트에 가면 이 곡을 전부 들을 수 있다).

▲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 중 '타오르는 불꽃'(1985).
▲ 도니제티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1970).
▲ 마스카니 '체리 두엣'(미레라 프레니와 이중창)(1968).
▲ 도니제티 <연대의 딸> 중 '아, 내 친구들이여'(1972).
▲ 베르디 <루이자 밀러> 중 '해 저무는 저녁에'(1971).
▲ 디 카푸아 '오 솔레미오'(1979).
▲ 마스네 <마농> 중 '눈을 감고 생각해요'(1969).


태그:#파바로티, #루치아노, #오페라,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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