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절망을 모르는 너.
▲ 푸른 담쟁이, 절망을 모르는 너.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담쟁이 만큼 악착 같으면 성공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 고향 친구 중에 이렇게 담쟁이처럼 악착 같이 해서 성공한 친구가 있다. 그의 별명이 '담쟁이'다.

담쟁이 넝쿨이 담벼락을 올라가는 것을 살짝 떼어 보려고 했지만, 절대로 안 떨어진다. 줄기 밑에 본드보다 강력한 뿌리 나사가 시멘트 벽을 뚫고 박혀 있나보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 정말 절로 신(神)을 느끼고 이에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다 함께 손을 잡고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 행진.
▲ 너를 만나면 내가 담쟁이가 된다. 다 함께 손을 잡고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 행진.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사람들은 대개 신을 믿는 쪽과 믿지 않는 쪽과 또 중도를 지키는 쪽 그렇게 나뉘지 않을까.그러나 대부분 자연의 신기함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신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어릴 적 교회에 나가기 싫어 했다고 한다. 하루는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교회가자고 했을 때, 위싱턴은 눈으로 하느님을 보여주지 않으면 절대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후 그의 어머니는 어떻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어떻게 보여주나, 고민하다가 마침 봄이라, 어린 위싱턴을 불러 밭에 씨앗을 뿌리게 했다. 씨앗은 이내 땅 속에서 파릇파릇 싹을 띄웠다.

그때 위싱턴 어머니는 어린 위싱턴에게 물었다. "이걸 누가 키운 것이냐?" 위싱턴은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이요"하고 대답했다고 한다.

담쟁이에게 인생을 배우다
▲ '담쟁이'친구, 담쟁이에게 인생을 배우다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저것은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담쟁이>도종환

다 덮을 때까지
▲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삭막한 시멘트 벽을 자연으로 페인트 칠해주는 담쟁이는 민간요법으로도 쓰인다. 피를 잘 돌게하고 풍을 없애며 통증을 멈추게 하고, 산후 어혈로 배가 아픈데도 좋고 류머티즘성 관절염, 반신불수, 편두통, 부인들의 적·백 대하 등에 좋다고 한다.

활혈(活血), 거풍(祛風), 지통(止痛)작용에도 효과가 있고, 밥맛을 좋게 한다고 한다. 옛부터 줄기와 열매를 물로 달이거나 술에 우려먹기도 하고 다른약의 보조약으로 쓰였다 한다.

잎은 떨어져도 줄기는 철사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 담쟁이의 겨울나기 잎은 떨어져도 줄기는 철사처럼 끊어지지 않는다
ⓒ 송유미

관련사진보기


저렇게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뻗어나가면, 어떤 절망의 벽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 고향 친구는 이제, 토목건설공사 사장이다. 그는 고아원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후 꿈을 품고 고아원에서 나와 심지어는 거지 생활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딛고 자신의 힘으로 대학을 나왔다면서, 그는 자신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기적'이란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내 친구 '담쟁이'를 만날 때마다 왠지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그리고 왠지 든든하다. 어떤 일도 척척 해결해는 내 친구 '담쟁이'의 성공은 행운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 어떤 벽도 넘어가는 담쟁이와 같는 내 친구 '담쟁이'를  만나면, 나도 높은 절벽을 함께 넘어가는 담쟁이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뉴스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태그:#담쟁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