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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일을 당해 변호사를 찾고 있는 김 씨가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변호사가 있다. 그런데 그 변호사가 아래의 A변호사와 B변호사같은 사람이라면 김 씨 어떤 생각을 할까? 설상가상 A변호사와 B변호사가 사실은 동일한 사람이라면(실제 사례이다), 정말 어떤 일이 있을까? 아무리 그 변호사가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아니 대법관 출신 이상이라 하더라도 김씨는 친구에게 소개받은 그를 변호사로 선택할까?

A변호사는 1998. 11.경 의뢰인 ***로부터 ○○케이블TV를 상대로 프로그램 사용료 2억3,000만 원 상당의 청구소송을 위임받으면서 착수금을 500만 원 등을 받기로 하고 인지대 및 송달료를 포함하여 6,020,000원을 예금통장으로 온라인 송금 받았으면서도 넉 달이 지나도록 소장을 접수시키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의뢰인에게 “소장은 접수시켰으나, 아직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차후에 사무실 사무직원의 잘못으로 소장접수를 못했다는 사실을 실토하고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6백여만원 전액을 돌려주기로 하고 소송위임계약을 해지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A변호사는 과태로 200만원의 징계처분을 지난 2000년 변협으로부터 받았다.

B변호사는 유○○ 주식회사(이하 ‘진정인’이라 함)가 맡긴 전기요금 5천9백만원 청구사건을 맡았지만, 패소하였다. 그러자 소송을 맡겼던 의뢰인은 이 판결에 대하여 항소할 뜻을 분명히 밝히고 B변호사에게 항소장을 제출하여 줄 것을 명시적으로 요청했고 B변호사도 이를 승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변호사가 항소를 하지 않은 채 항소기간을 넘겨버려 제1심 판결이 확정되게 하여 불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해 변협으로부터 2005년에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어떤 정보에 기초해서 변호사를 선택해야 할까?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을은 무엇을 근거로 자기 사건을 부탁하게 될까? 전문분야가 무엇인지, 능력은 출중한지, 수임료를 비롯한 변호사비용은 적당한 수준인지 등등을 따져서 변호사를 선택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정보들을 알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서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또 설령 이야기를 들었다해도 객관적으로 정확한 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대개 주변 사람의 소개로 변호사를 선택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뿐만 아니라, 변호사가 의뢰인을 상대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일이 있는지, 반사회적 범죄를 저질러 문제가 된 변호사인지 하는 것은 변호사를 선택할 때 별 필요없는 것일까?

물론 과거의 문제경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장점이 더 많아서 또는 그 이후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해서 A변호사나 B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왕이면 변호사 직업윤리를 어긴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건을 맡기는 것이 정상적일테고, 따라서 A변호사와 B변호사의 징계기록을 아는 것은 시민들의 변호사선택권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변호사징계기록 알기가 거의 불가능한 우리나라

그런데 그런 징계기록을 알 방법이 있을까?

우선 다른 나라 경우를 보자. 미국에서 가장 많은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는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의 경우, 변호사 이름을 알고 있으면 그 변호사에 대한 기본 정보와 징계기록을 변호사회 웹사이트를 통해 기본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예를들어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 웹사이트의 ‘변호사검색’ 코너를 이용하면, 변호사 이름중 일부 단어를 입력하고 검색하면, 관련 변호사들이 검색된다. 각 변호사별로 자세한 내용을 보기위해 추가로 살펴보면, 어떤 로스쿨을 나왔는지, 지금 개업하고 있는 곳은 어딘지 뿐만 아니라 직업윤리 위반으로 징계받은 사실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이유로 징계를 받았는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FAQ(자주 묻는 질문과 답변) 같은 코너에 가면, 변호사에 대해 알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징계기록도 알려준다고 설명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대한변호사협회에도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 웹사이트와 같이 ‘변호사검색’ 코너가 있다. 하지만 이름을 통해 알고 싶은 변호사를 찾아보더라도 학력과 경력 등만 나올뿐이지 직업윤리 위반으로 징계받은 기록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가장 많은 수의 변호사가 등록되어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웹사이트도 마찬가지이다. 주요 취급업무같은 정보가 추가되어 있을 뿐, 대한변호사협회 웹사이트처럼 징계에 관련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물론 최근 변호사협회는 징계기록을 좀더 공개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와 법조윤리 제고에 대한 사회적 요청을 받아들여, 시민들이 서면이나 팩스 등으로 요청을 하면 징계사실 여부를 알려주는 것으로 ‘변호사징계규칙’을 개정하고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변협 웹사이트 그 어디에도 이 같은 제도의 시행을 안내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알고 싶은 변호사의 징계기록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불량변호사’를 가려낼 수 있다.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변호사징계정보찾기" 사이트 배너
▲ 배너 참여연대가 운영하는 "변호사징계정보찾기" 사이트 배너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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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는 지난해 7월 미국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한국에서도 시민들의 변호사선택권을 보호하고 법조윤리 제고의 기회를 마련하자는 의미에서 변호사징계기록을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자고 주장해왔다.

법무부에서도 작년 8~9월에 있었던 법조비리 사건 직후 이같은 주장을 검토해볼 것을 변협에 요청했고, 변협도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변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변호사회와 같이 징계기록을 웹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은 도입하지 않기로 하고, 다만 시민들이 요청하면 적절한 사유가 있는 것인지 심사한 후에 징계기록을 공개하기로 하였다.

이같은 방식이 과거보다는 나아진 것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징계기록 확인을 통해 변호사 선택에 참고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직접 변호사 징계기록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참여연대의 웹사이트인 인터넷참여연대에 최근 개설하였다. 사이트 이름은 "변호사징계정보찾기 - 변호사, 잘 알고 선택합시다" 이다.

"변호사징계정보찾기"에서  '이** 변호사' 의 기록을 찾아본 경우
▲ "변호사징계정보찾기" 결과 "변호사징계정보찾기"에서 '이** 변호사' 의 기록을 찾아본 경우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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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 93년부터 공식적으로 밝힌 징계기록이 수록되어 있는데, 현재 징계받은 사실이 있는 약 340여명의 변호사의 징계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이름만 입력하면, 언제 징계를 받았는지와 어떤 일로 징계받게되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대한변협이 징계사유를 '공고'라는 방식으로 밝히지만 너무 간략하게 밝히는 바람에 상세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는 대한변협이 '징계사례집'이라는 간행물을 통해 밝히고 있는 상세한 징계사유를 별도로 요청하는 시민들에게는 이메일 등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한변협이 '공고'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내용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상세한 징계사유는 조금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하는 단점이 있는 셈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변협이 징계사유를 공개할 때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되게끔 충실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제 변호사를 선임하고자하는 시민이면 누구나 관심있는 변호사가 직업윤리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게 되었고 변호사를 선택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한 가지 더 늘어난 것이다.


태그:#참여연대, #변호사, #징계, #변호사징계정보찾기, #법조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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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참여연대에서 재벌개혁운동을 시작으로, 권력감시와 사법개혁, 반부패 운동, 정치개혁 운동을 경험하였습니다. 약 20년 시민운동 경험을 또 다른 곳에서 펼쳐보려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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