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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6일 태풍 나리의 여파로 인해 도로가 파손된 제주도 제주시내.
지난 9월 16일 태풍 나리의 여파로 인해 도로가 파손된 제주도 제주시내. ⓒ 제주의 소리

올해는 자연재난이 없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태풍 나리(NARI)는 이런 바람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 그동안 태풍의 길목에서 잘 견뎌온 제주도가 50년 만에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치밀하지 못한 평소의 행정이 피해를 키웠다는 소리도 나온다.

그래서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인명피해, 주택침수, 농경지침수, 차량파괴 등등…. "소형 태풍일 것"이라는 예고 이후 불과 몇 시간 만에 들려오는 피해규모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렇듯 자연현상은 인간의 예측과 이에 근거한 준비를 우습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

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재난이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을까? 우리들이 낸 세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매년 재난이 끊이지 않는 이유?

결론적으로 말하면, 정부는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먼저 종합적인 재난대책, 정부는 2004년에 이르러 비로소 소방 방재청을 재난관리 전담기구로서 출범시키고, 2005년 말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해 예산투입에 관한 중기계획을 세웠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총 36조 8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종합적인 재난관리에 이제 먹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러나 잘못을 추궁하려해도 담당 공무원이 몇 번씩 바뀐 탓에 책임에 대한 충분한 증거도 없다.

그 역할은 국회의원들이 했어야 한다. 시민들은 정부의 책임을 따질 만한 정보도 시간도 돈도 없다. 게다가 사안이 법정소송으로 갈 경우 보통 그 입증 책임이 시민들에 있기 때문에 전문가적 식견이 있는 공무원과 싸우기란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아무튼 재난은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으로 인해 사전에 충분한 예방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중기투자계획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05년 이후 향후 5년간 국가재난관리 재정투자계획을 수립하였다. <표1>은 이 가운데 예방사업내용과 관련한 예산계획이다.   

<표1>제1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의 세부분야별 재정투자계획 (단위:백만원)

ⓒ 출처: 예산정책처, 2005.12

현실적인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첫째, 이와 같은 투자계획이 꾸준하게 실행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며,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11개 부처 및 시도의 27개 사업 가운데 재난예방대책사업의 12개 사업에 사업비의 49.5%인 18조1,781억 원을 배정하고 있다. 즉, 예방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계획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6년의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에 있어서는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둘째, 그리고 보다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예방대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위와 같은 예방사업 범주에 추가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들은 없는지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제시된 부분은 모두 시설 개보수에 치중하고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이왕 개보수할 것이라면 제대로 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현장으로 내려가 시설농업의 설치기준에 관한 일제 점검과 기준준수여부, 모든 제방이 자연의 흐름과 어울리게 축조되었는지에 관한 충분한 조사와 재구축여부, 재난 발생 시의 피난경로 만들기라든지, 오래된 문화재의 소실을 최소화하기위한 주변 조림사업, 방재에 관한 지식의 보급과 방재 컨테스트를 통한 시민인식의 재고, 지역주민의 자주방재 시스템의 구축 등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방재선진국인 일본의 예방투자 중심의 예산배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5년 기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5,050억 달러, 한국은 7,870억 달러로 한국보다 약 5.8배정도이다. 재난 예산 관련한 투자도 원화로 환산해 계산해보면 약 6배정도를 지출하고 있으니 경제규모를 따지고 보면 큰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 재난에 관한 예방투자는 약 25.8억 달러(달러당 1천원)로 본다면 전체 총GDP대비 약 0.3%, 일본은 달러기준으로 0.5%를 할애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규모는 크지만 일본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경제규모대비 전체 재난관련 예산은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겠다.

<표2>최근 6년간 일본과 우리나라 예방투자비 비교(단위:억원)


 2006년도 소방방재청국감요구자료Ⅱ와 예산정책처자료 재구성
2006년도 소방방재청국감요구자료Ⅱ와 예산정책처자료 재구성 ⓒ 위평량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발생시 재난관리관점에서 우리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것은 왜일까? 주목해야 할 것은 재난관리에 있어서 우리보다 선진국 이어서인가? 선진국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관계자들의 인식수준일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은 우리 보다 재난예방과 관련한 투자를 고집스럽게 진행해 왔다고 한다.

일본은 재난 투자 예산 87% '예방'...한국은 63% '피해복구'

그래서 국가 예산의 배분에 있어서도 하위로 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결과 국가 기반시설 등이 국토보존 차원에서 잘 정비되어 있다. 또한 중요한 것은 예방과 복구비용의 비율이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지난 6년간 일본은 전체 재난투자 관련한 예산에서 87%를 예방에 쏟아 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63%를 피해복구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의 추이를 보아도 일본은 지속적으로 예방에 힘을 쏟아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재난에도 그 피해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예방이 재난으로 인한 2차 피해를 경감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재난관련 예산체계의 문제점으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다. 물론 재난관리의 집중화와 단계별 분산 대응이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고 이는 특히 복구와 관련하여 해당부처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산의 합리적인 편성과 효율적인 집행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첫째,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러 부처에서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되는 분산형이다. 따라서 자원배분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운영을 조정하는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둘째, 예산활용의 융통성을 배려하자. 예산의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해 예비비와 기금을 활용하고 있는데 이외에도 집행에 관하여 구체적인 항목으로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범위를 융통성 있게 준포괄적(quasi-inclusive)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라 예산도 총액으로 계상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관리시설에 대한 예방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홍수피해의 70%가 넘는 부분이 지방관리시설에서 발생하고 있으나 예산배정과 사업비는 오히려 그 반대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관련 복구사업과 예방사업 등에 대해서 가능한 부분부터 일정금액 이상은 비용편익분석(benefit-cost analysis)을 의무화해야 한다.

한건주의식, 폭로식 대응으로 일관

결국 문제는 재난에 관한 정부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그리고 방재관련 예산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분야를 먼저 다루어야 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인가에 대한 예산 투입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심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동일한 예산을 투입하고 더 큰 성과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낭비적 요소가 제거될 수 있다.

한편, 앞서 언급하였지만 국회의 잘못이 크다. 국민들은 먹고살기 바빠 그렇다 손치더라도 국민의 대의기관은 현장을 충분히 조사하는 한편, 지속적인 문제의식을 가지고 치밀한 연구와 함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64개나 되는 국회연구모임과 포럼 가운데 재난관련해서는 단 한 개의 연구모임도 찾을 수 없다. 이러다 보니 대형재난이 있을 시기만 반짝 대응하고 한건주의식 ․ 폭로식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20세기형 국회일 뿐이다.

덧붙이는 글 | 위평량 기자는 희망제작소 대안센터장입니다.



#재난#재해#재해는 再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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