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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오늘(4일) 오후1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서명하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고 한다.

 

* 관련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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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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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설치, 경의선 화물열차 운행 / 정전 당사국 종전선언 추진, 11월 국방장관 회담 개최

지난 2일 오전 일터에서, 사람들과 함께 남북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통과하는 장면과 4.25문화회관 앞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만나는 장면을 TV뉴스로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참 많이도 들었다.

 

 그 중 '대통령 임기 중 한 것은 많은데 제대로 한 것이 없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해서 욕먹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큰 건을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것이 정치적으로 의도된 '쇼'라고 해도 말이다. 남북정상이 만나 50년간 고착되어 온 대립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해서 어떤 결정과 약속을 할지 기대할 수 있는, 2000년 6.15공동선언 뒤 7년만에 맞는, 소중한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실정과 문제들이 '2007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모두 용서되거나 묵과될 수는 없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평화'가 어떤 평화인지도 되새김질 해봐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1994년 7월 초여름날,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북한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그날의 기억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날은 학기말 시험을 보던 날이었다. 1,2교시 시험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갑자기 복도가 소란스러워졌다. 몇몇 학생들이 '김일성이 죽었다' '전쟁 터진다!'고 떠들어대고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뻥치지 말라'고 들은 체 만 체하고 있었다.

 

다들 그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교실에 비치된 텔레비전을 켰다. TV에서는 긴급속보라며 '김일성 사망'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TV화면을 바라보던 친구들 모두 표정이 굳어버렸다. 다시 시험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려 '김일성 사망' 소식은 잊고, 다들 자리로 돌아가서는 문제풀기에 몰두했다. 시험이 끝난 뒤 종례시간 담임선생님은 이에 대해 말도 하지 않았다. 일찍 집으로 돌아가란 말만 했던 것 같다.

 

 

같은 해 3월 '서울 불바다' 발언도 기억난다. 남북특사교환을 위한 남북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 단장이 '북한에 핵폭탄이 떨어지면 서울도 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의미에서 내뱉은 '서울 불바다' 발언은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위협을 한 직후라서 온 나라를 초긴장시켰다. 이때 사람들은 정말 전쟁 터질 거라며 라면을 사재기했었다.

 

대학시절에는 막연하게 외치던 통일이 왜 필요한지,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킨 것들은 무엇 때문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 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극적인 만남도 기억난다. 그때도 철없고 어려서 바로 통일이 될 줄 알았다. 6.15남북공동선언을 북과 남, 남과 북이 성실히 이행한다면 한 많은 분단의 역사를 평화의 역사로 다시 쓰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졌었다.

 

아 참, 2000년 6월이면 강원도 양구 전방에서 군복무 후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복학 준비를 위해 학자금을 얼마라도 마련해 볼 요량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때였다.

하여간 오늘 남북정상은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했다. 정상회담에서 예상되었던 한반도 평화선언에 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은 큰 의미와 성과를 가진다. 미국 등 주변의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전쟁과 분쟁의 씨앗을 키워왔던 한반도에서 오랜 전쟁을 끝내고 핵문제 해결과 남과 북의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의 씨앗을 심은 계기이기 때문이다. 이후 이 선언을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그것은 두 정상의 몫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몫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거부하고, 그들만의 '평화'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지난 3일 어김없이 성조기를 흔들고 알 수 없는 기도문을 외고 군복에 검은 선글라스로 치장한 이들이 모여, 남북정상회담을 규탄하는 집회를 서울역 광장에서 가졌다고 한다. 그들은 'NLL을 지키자' '하나님의 나라를 왜 북한에 갖다 바치려 하느냐'고 기도를 올리고 울부짖었다.

 

* 관련 기사 : 보수단체, 남북정상회담 규탄 대규모 집회


그 모습을 보자니, 우리가 바라는 한반도 평화로 갈 길은 아직 멀고도 멀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란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자신이 평양에 다녀온 뒤 더 많은 사람들이 오갈 것이라 했지만.


하여간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5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젠 정말 총부리를 거두고 택시 타고 평양까지, 기차 타고 평양까지 오갔으면 좋겠다. 그날, 바로 그날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되찾는 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p.s. 오늘 아침 아버지는 금강산으로 떠나셨다. 농협에서 조합원들 모시고 금강산 여행을 간다 한다. 난 걸어서 가고 싶다. 금강산이고 평양이고 백두산이고... 


태그:#남북정상회담, #6.15남북공동선언, #서울에서평양까지, #한반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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